두어시간동안 버스는 대전으로 달리고 달렸다. 눈길에 버스가 쌩쌩달리지는 못했지만, 나의 설레이고 두근거리는 마음은 멈출 수 없었다. 대전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낮2시쯤. 행여나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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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5:34:26

 

두어시간동안 버스는 대전으로 달리고 달렸다.

 

눈길에 버스가 쌩쌩달리지는 못했지만, 나의 설레이고 두근거리는 마음은 멈출 수 없었다.

 

대전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낮2시쯤.  

 

행여나 버스에서 그녀에게 전화가 걸려오기라도 하면,

버스소리에 나의 서프라이즈가 들킬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낮에 가족모임이 있다며, 내 알리바이를 구라침..그래 나 존나 치밀했음.

 

 

 

터미널에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그녀가 자취하는 동네로 이동했다.

 

그리고 꽃집을 찾기 시작함. 내가 왜 꽃집을 찾았느냐.

 

 

신기하게도 그때까지 그녀가 살면서 많은 뭇남성들의 고백을 받았는데 

 

고백을 받을때 꽃은 한번도 받지못했다고 함.

 

남친이란 새끼들에게도 커플링부터 옷 향수 등등 온갖 선물들을 받았지만 정작 꽃은 받아본적이 없다 하더라고.

(생각해보니 나도 과거 여자친구들에게 꽃선물한적이 한번도 없었음.)

 

여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꽃집을 찾았고 겨울이고 하니 안개꽃 한다발을 거금 2만원 쳐주고 샀다. 

 

 

 

 

드디어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그녀의 나와바리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전원이 꺼져있엉... 다음에 통화하여 주시기 바랍니당 "

 

 

뭐한다고 전원을 꺼놓았냐고 카톡을 보내놓음.

 

폰꺼놧으니 카톡은 당연히 안읽음. 당연히 답장도 없고, 전화도 없음.

 

씨발 뭔가 안좋은예감이 스멀스멀 피어남..

 

 

 

대구에서는 분명 낭만적이고 설레는 첫눈이었는데, 대전에는 개좆같은 함박눈이 펑펑 떨어지고 날도 존나게 추움...

 

꽃집주인은 회개하는 창녀마냥 포장을 존나 휘황찬란하게  해줘서 꽃다발을 한손으로 잡기도 버거웠음.

 

꽃다발을 양손으로 들고있으니 손도 시렵고 .... 눈물이 찔끔 나더라 추워서...시발

 

그렇게 영화 은행나무침대의 황장군처럼 눈존나 쳐맞으며 그녀의 자취방 건물 앞에서 담배를 3대나 태움....

(꽃에 담배냄새 베일까봐 건물 구석에 모셔두고 멀리서 핌...)

 

 

 

건물 앞에서 1시간을 기다리니 내 손가락이 식칼에 베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근처 분식포장마차로 이동 후 오뎅국물 드링킹 함.

 

배도 존나게 고파서 오뎅을 8개나 쳐먹고 추가로 떡볶이까지 먹었다... 8천원 지출

 

분식집주인 존나 안쓰러워하면서 말없이 종이컵에 국물 계속 리필해주는데.....어휴 시발....부끄럽더라...

눈 존나 쳐맞으면서 꽃들고 서있었으니 차였다고 생각했겠지....

 

 

 

분식집에서 계속 대기탈수도 없어서 결국은 근처 피시방으로 향함.

 

슬러거게임을 할려다가 게임내사람들에게고백하러 간다고 설레발쳐놓은게 생각이 나서  슬러거는 안했음.

 

이때쯤 한국에 롤시즌2가 정식오픈해서 롤 시작. 문도픽해서 상대챔프 대가리에 식칼 존나게 꽂음.

 

 

그렇게 피시방서 2시간...

 

대전에 도착하고 총 3시간을  낭비함...

 

게임은 존나게 잘되더라. 북미롤 짬밥이있어서 탱탱한 문도하나로 다 캐리함.

 

대전오자마자 1시간을 길바닥에서 눈쳐맞고  분식집가서 오뎅먹고, 피시방가서 롤을 하고있으니 존나 회의감이 듬 ㅠㅠ

 

마 회의감들면 뭐하겠노,  몰래 쳐올라온 니가 등신이제... 몰카로 흥한자 몰카로 망함.

 

 

 

기다리고 기다렸다.

 

마침내 대전도착한지 3시간이 조금 넘어가는 무렵에,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그녀에게 전화가 옴....

 

오자마자 이기고있던 롤도 때려치고 피시방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전화받음.

 

 

 

 

상당히 지쳐보이는듯한 그녀의 목소리였다.

 

" 오빠....전화를 9통이나 했네....뭔일 있어? 나 잠시 병원다녀왔어 "

 

" 병원은 왜? 어디아파? "

 

" 응? 아니야 그냥 정기적으로 가는거라서 별거아니야...그나저나 가족모임이라면서 벌써 끝난거야? "

 

" 나 사실 너 보려고 지금 대전와있다..... "

 

 

 

 

" 에에에~? 혼또니?  다메요~  아리갓동 고자 이만수요~~"

 

(실제로 저런 씹덕스러운 멘트는 하지않았고) 그녀의 리액션이 상당히 일본스러웠음. 존나 카와이함.

 

안절부절 못하는 목소리가 휴대폰너머로 계속 들려옴. 

 

세시간기다렸다는 말에, 느닷없이 울먹거리기 시작함....

 

토크온할때도 자주 울었음. 중간고사 망치고 울고, 나랑 놀다가 강의 출석못했다고 울고불고....

 

하여간 눈물이 많은 아가씨임

 

 

 

 

갑자기 울먹거리는 소리에 3시간빡친 기분이 눈녹듯이 사라짐....(개씹변태 대머리인증인듯?)

 

생각해봐라 설리가 니앞에서 눈물질질짜면, 거기다 대놓고 빡칠 수 있음? 

 

난 못하겠음.

 

( 여자의 눈물은 어떤 경우건 반칙이다 -엄마의 한숨- )

 

 

 

 

 

나 피시방인데 지금 너희 집앞으로 가면되냐니깐

 

울먹거리던 그녀가 정색빨면서 강한목소리톤으로 절대 안된다고 함. 

 

이씨발 방금까지 달달하게 울먹거렸는데, 내 말한마디에 목소리가 갑자기 인어아가씨 장서희로 변함...

 

 

 

자기집앞으로 오면 죽여버린대.

 

반경1km 떨어진곳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나에게 신신당부함.

 

병원다녀오는길이라 화장도 안하고 옷고 츄리닝이고, 하여간 지금 모습을 보여주고싶지않다하면서 말이지.

 

기왕기다린거 딱 1시간만 더 기다려달래. 1시간뒤에 괜찮은 음식점있는데 거기서 보자고 함.

 

 

 

오케이 하고 음식점 네이버로 검색한뒤에 도보로 5분도 안걸리는거 파악하고 다시 롤함.

 

 

그리고 오후4시가 조금 넘은 시각. 

 

피시방비를 계산하고 나왔다. 3시간동안 롤하고 음료수 쳐먹고 한 6천원낸듯.

 

오뎅국물냄새에 컵라면국물냄새도 베여있는 안개꽃 다발을 신줏단지 모시듯 양손으로 소중히 들어 그녀를 만나러 걸어갔다.

 

개지랄같던 함박눈도 조금씩 잦아들어, 조금씩 작고 이쁘고 하얀 눈으로 금새 바뀌어 내리고 있었다.

 

 

 

 

 

대전 어느 골목 부대찌개음식점 앞.

 

옆에는 큰 교회가 하나있었고. 겨울해가  조금씩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난 그 교회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물론 안개꽃을 양손으로 고히모시고 말이지....

 

내가 신은 구두속에는 분주하게 움직인것을 증명하듯이 양말이 축축하게 젖어있었고,

 

콧물은 멈추지않고 계속 흘러 킁킁거리며 콧물을 계속 쳐먹고있었으며

 

머리털은 눈을 맞아 촉촉히 젖어있었다.

 

 

 

 

최악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그녀를 드디어 만난다는것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저기 멀리서 그녀처럼 보이는 여자가 전봇대를 지나 이쪽으로 나를 보며 다가온다.

 

빨간색 코트를 걸치고, 머리에는 이쁘장한 털모자를 썼고, 양손에 하얀 털장갑을 끼고 있었다.

 

연분홍색 어그부츠를 신고 뚜벅뚜벅 걸어온다.

 

조오오오오오오오온나게 이뻤다.

 

부대찌개음식점 앞에는  밥쳐먹고 나와서 식후땡하는 아재새끼들이 있었는데.

 

시발 곁눈질로 존나 훔쳐보고있는게 내눈에 포착됐다.

 

입장바꿔 내가 저 아재였어도 백프로 쳐다봤을거다. 어쩔 수 없다. 안쳐다보면 그건 게이거나, 장님이니라...

 

 

 

 

근데 갑자기 그녀가 내앞 10m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라. 

 

그리고 그 뒤에 그녀를 따라걷던 여자에게 말을 걸기 시작함.

 

따라 걸어올댄 모르는 사람인줄알았는데(심지어 그 여자도 이뻤음) 친구사이인듯 보였다.

 

몇마디 나누더니 손흔들며 그 친구와 빠이빠이함.

 

친구는 오던방향 반대로 유유히 사라짐.

 

 

 

 

 

 

 

 

 

그리고 다시 뚜벅뚜벅 한걸음씩 다가오는데.

 

심장이 터질거 같더라. 노트북캠으로 보던 얼굴이....영상통화로만 마주하던 그 얼굴이...

 

내눈앞으로 점점 확대되어 튀어나오는듯 했다.

 

 

 

그녀의 한발자국 한발자국에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다가갈 생각조차 못했다. 그냥 얼어붙어있었음.

 

긴장한 내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몇발자국 안남은 거리에서 갑자기 멈추더니 손을 흔든다.

 

나는 그녀의 손인사에 화답하기 위해 손대신 꽃다발을 흔들어 주었다. 

 

꽃다발을 흔드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빵터져서 낄낄거리며 조금씩 내앞으로 다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앞에 다가선 그녀.

 

그녀는 눈을 똥그랗게 뜨더니 내얼굴 한번보고 꽃다발 한번보고...

 

또 한번 내얼굴 다시 한번 보고 꽃다발 다시 한번 보더라...

 

그재서야 내가 뭘해야 될지 눈치를 챘지만 얼어붙은 입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까스레 추스리고,

 

상남자인마냥 꽃다발을 그녀의 가슴팍에 퍽 내밀었다. (ㅋㅋㅋ시발....아직생각해도 존나 센스없네)

 

 

 

 

" 어이쿠! 진짜 꽃 사왔네? 와~~~ "

 

" 응 맘에 들어? "

 

" 응 맘에들어 흐흫흐히히히 "

 

 

 

처음 온라인에서 들었던 그 경박한 웃음소리가 내 귀에 전해진다.

 

이제는 전혀 경박하지 않았다.

 

그때 내 귀에 들린 그 웃음소리는 달콤한 마시멜로였고 그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내 심장도 더 빨리 뛰었다.

 

 

 

" 근데 무슨 꽃다발이 이렇게 커? 들고있기도 힘들다.. 힝 "

 

그 꽃집아줌마있는 방향으로는 앞으로 오줌도 안싸겠다는 다짐을 하며, 꽃다발을 다시 회수했다.

 

그녀의 양손에 들린 꽃다발을 내가 도로 가져오는 그 순간..

 

그녀가 오른쪽 장갑을 벗더니, 그 곱디 고운 하얀손을 내 코트안으로 쑥 들이밀었다.

 

 

 

" 오 오빠 가슴이 진짜 가슴 두근두근하네? "

 

진짜 심장이 터지는줄알았다. 내 가슴팍에 그녀의 손이 닿자. 기절할정도로 맥박은 빨리뛰기 시작했다.

 

 

 

" 전부터 말했잖아, 너 얼굴이 너무 이뻐서 만나면 심장터질지도 모른다고 "

 

" 실제로 보니 어때 내 얼굴 이쁜거 같아? "

 

" 응 존나 이쁜거 같아. 지금 서있기도 힘들다. "

 

" ㅋㅋㅋ 기분좋네. 밥먹으러 가자 여기 부대찌개 맛있엉 "

 

 

 

'지나가는 남자 백만명에게 물어봐라. 얼굴이쁘냐하면 다 이쁘다 할거다...'

 

찐따처럼 속으로 되뇌이고 그녀를 따라 부대찌개를 먹으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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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마지막은 첫만남장면은 진짜 웹소설처럼 써봤다.,

늘 읽어주고 재미있다는 니들의 말에 더욱 힘나는거 같음.

시발 이제 중반정도 온듯? 

 

쾌감지수란게 있는데

제일 쾌감이 강한건 마약이고 그 다음은 도박이라고 하더라.

뭐 여기까진 이해가 되는데

보통 섹스는 쾌감이 높다고 생각하잖아?

아 물론 실제로 높긴함.

근데 섹스보다 높은 쾌감지수가 뭔지 알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받았을때래.

 

 

모두 자신의 가장 아름다웠던 사랑을 떠올리며 행복한 월요일을 보내시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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