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집에서 밥을 맛있게 냠냠했음 2달넘게 거의 하루도 빠지지않고 늘 통화하고 카톡하던 사이라, 만나서 어색함은 1도 없었음. 물론 풀메이크업한 그녀의 얼굴이 상상이상으로 이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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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14:26:36

부대찌개집에서 밥을 맛있게 냠냠했음

 

2달넘게 거의 하루도 빠지지않고 늘 통화하고 카톡하던 사이라, 만나서 어색함은 1도 없었음.

 

물론 풀메이크업한 그녀의 얼굴이 상상이상으로 이뻐서, 잠시 기절할뻔했던건 사실이지만,

 

옆 테이블들의 웃고 떠드는 시끄러운 소리덕에, 우리도 그들처럼 서로가 편한사이인듯한 착시효과를 줌.

 

 

대화도중 그녀의 똘망똘망한 눈이 내눈과 마주치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두근 거림은 어쩔 수 없더라.

 

 

 

 

 

배부르게 부대찌개를 먹은 우리는 그 골칫덩이 꽃다발을 그녀의 집에 모셔두러 감.

 

내가 선물한 안개꽃을 침대옆에 둘거라는 그녀. 

 

잠들기전에도 보고 일어나서도 보고 매일매일 그 꽃을 볼거라는 그녀...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있음?... 고작 만난지 몇시간밖에 되지않았는데....너무너무 좋은거임.

 

 

 

그녀가 사는 자취방은 여성전용 고시텔이었다. 금남의 건물인거지.

 

들어가지못하는 난 그녀가 다시 나올때까지 건물앞에서 담배를 한대 태움..

 

그녀를 만나러 서둘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대구로 돌아갈 버스 막차시간을 조율하면서 말이다.

 

 

 

막차시간이 정확히 기억안나지만 저녁 8시였나 8시30분이었나 했던거 같음.

 

약 3시간정도 시간이 남아있었다.

 

 

 

한 10분뒤에 그녀가 건물안에서 나왔고, 싱글싱글웃으며 그녀가 내손을 잡더라.. 또 한번 심장이 쿵쾅거림.

 

그리고 잡은 내 손을 자기 코트주머니안으로 넣음.

 

아 참고로 내키가 180이 조금넘고, 그녀 키가 158임, 좀 작다.

 

 

" 오빠 주머니는 너무 높은곳에 달려있으니깐 내 주머니에 오빠 손 들어오는거 허락해줌!! "

 

" 야 이러면 내가 좀비처럼 걸어야되잖아 "

 

 

키 차이로 인해서 어쩔수 없이 내가 어정쩡하게 걸었는데, 그게 또 재미있다는듯이 깔깔깔 웃더라.

 

주머니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손을 탐닉하며 꼼지락 거렸다.

 

엄지손가락을 스치고 검지도 스치고 중지 약지 새끼까지. 그녀의 손가락은 매끈매끈 부드러웠다.

 

차가운 내 손이 그녀의 손을 타고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좀비처럼 어그적어그적 걸어서 도착한 곳은 어느 작은 까페.

 

" 여기가 내가 늘 커피마시던 곳이야. 맨날 나 여기서 공부한다했잖아. 알지? "

 

" 아 늘 니가 죽순이처럼있다던 까페가... 여기구나 ㅋㅋㅋ  "

 

 

 

죽순이라는 소리에 옆구리 엘보킥 한대 맞고, 낄낄거리며 같이 까페 안으로 들어감.

 

그 작은까페안에는 듣도보도 못한 골동품들과 이상한 아프리카 악기들이 많이 있었다. 

 

멀리서 머머리 하림튀어나와서 노래부를법한 분위기였음.

 

까페여사장은  자주오는 그녀를 보고 반기더라.

 

 

 

난 둘의 인사를 뒤로하고, 빈 테이블에 앉으려는데, 그녀가 나보고 까페여사장에게 인사하라는거임.

 

알고봤더니 그녀가 여기까페 단골이라서 여사장이랑 평소에 수다를 존나게 떨었던거임.

 

그러면서 내얘기를 자주 했던거같음.

 

뭐 거의 24시간 전화기 붙들고 지냈으니, 내 얘기가 안나올수없었겠지.

 

 

 

 

 

난 탈모를 걸리지않기위에 대가리만 아주살짝 까딱거리며 어색한 인사를 건냈다. 

 

여사장은 아래위로 날 훑어보더니.....

 

 

 

" 와~ 정말 정성화 닮은거 맞네요~? "

 

" 언니 내말이 맞죠? ㅋㅋㅋㅋ "

 

 

 

졸지에 두사람에게 정성화로 각인되면서, 뮤지컬 노래라도 한곡 불러야 될거 같더라.

(실제로 나중에 같이 정성화 뮤지컬 보러갔음. 영웅 봤음. 강추 뮤지컬)

 

 

우린 테이블에 앉아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사발을 땡겼다.

 

까페에선 달달하고 로맨틱한 대화를 많이 했었다.

 

여전히 잡고있던 손은 꼼지락꼼지락. 내가슴은 꿀렁꿀렁.

 

 

 

카트라이더 게임내기를 예전에 했었는데, 그때 딱밤 20대가 누적되어있어서 한 5대 맞았고 (존나 아프게 때리더라 시벌...ㅋㅋ)

 

우리가 처음 온라인에서 만나서 쌓아온 추억얘기들을 하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음.

 

 

 

 

그렇게 까페에서 재미있게 놀고난뒤,  

 

그녀의 손에 이끌려 걸어간곳들은

 

그녀가 자신의 하루일상을 얘기할때 자주 언급되던 장소들이었다.

 

그녀의 독서실 , 대학교내의 미술관, 그녀가 산책하러 즐겨찾았던 작은공원 등등

 

 

 

되게 신선한 데이트였음. 

 

늘 그녀에게 전해만 듣던 장소들을 하나씩 찾아다닌거임.

 

그녀가 늘 혼자만 가던 그 장소들을, 마침내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이 된것이다.

 

 

 

여기가 내가 다닌다던 그 독서실임 ▶여기 책상밑에 너 코파서 코딱지 존나 붙였다고했지? ▶ 왜 책상 밑으로 손이가. !!

 

여기가 내가 다닌다던 그 헬스장임▶여기 여자탈의실 어디임? ▶ 닥쳐 

 

 

뭐 대충 저런테크를 타면서 재미있는 추억을 쌓았다.

 

반대로 그녀가 대구에 나를 보러 올때는

 

이번엔 내가 자주 언급하던 장소를 다니면서 데이트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한적한 공원의 노란 불빛아래서 누가 뭐라할것도 없이 자신의 입술을 내밀었고

 

짧디짧은 그녀와의 첫키스를 하게됐다.

 

 

조물주님, 전 느닷없이 지금 제 머리에 벼락이 내려찍어 뒈져도 여한이 없습니다.

제가 이승에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은 다 겪었습니다. 행복한 삶이었습니다.

어머니,아버지. 못난 아들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에 저딴 유언장까지 들 정도로 좋았던 첫키스였다.

스무살때 첫사랑누나와의 키스보다 더 달콤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이윽고 막차시간이 됨.

 

 

황홀한 마음을 어느정도 가라앉히고, 공원의 한 벤치에 우리는 앉았다.

 

슬슬 갈준비를 해야됐다기에 버스시간이랑 여기서 택시시간들을 다시 체크하면서 말이다.

 

 

" 오빠 시간 얼마나 남았어? "

" 한 30분? " 

" 아 그러면 지금 딱 마지막으로 한군데 더 같이 갈곳이 있어. "

" 엥? 어딘데? 너무 멀면 시간이 애매한데... "

" 안멀어! 오빠만나면 꼭 가려고 했던곳이야! "

 

 

 

첫키스를 한 이 공원보다 더 황홀한 장소가 있을까?

 

그녀의 손에 이끌려 달려간곳은....

 

 

 

 

 

 

 

 

 

 

 

 

 

 

 

 

" ....여기 가자고? "

 

" 오빠가 늘 말했잖아. 나 만나면 나 안고 잠들고싶다면서 "

 

 

 

내가 미쳐버릴것 같은 이 미친년보소....

 

그녀가 날 데리고 간곳은 대학교앞 모텔촌임

 

내가 저리리말한건 사실임. 근데 그건 그만큼 그녀가 좋다는건데

 

저말을 저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지는 몰랐음.

 

 

물론 만나기전, 밤에 가끔 므흣한 얘기를 하긴했었음.

 

워낙 썰풀기 좋아하는 나였고, 그 썰에 썰을 묻고 더블썰을 풀던 우리였음.

 

하여간 같지도 않은 약속을 분위기에 취해 엄청나게 하긴 했었다.

 

안고자자. 하루에 세번도 가능하다. 콘돔 살돈으로 스타킹을 사자. 등등

 

다시말하지만 그런 므흣한 분위기에 취해 한 약속들임.

 

내가 먼저 꺼낸것도있고, 그녀가 먼저 꺼낸것도 있음.

 

 

 

 

그런 약속들이 행해지면 나야 땡큐지. 엎드려 절하지 시발....

 

차마 글로 쓰기 어려운 프라이빗한 약속도 얼마나 많은데....

 

 

 

근데 포창들아 잠깐만 아주 잠깐만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난 그녀를 만나기 2달전에 게임장에서 단속을 맞았고, 불과 1달전에 경찰조사를 받고 나온몸임. 

 

누군가의 제보로 인해 단속을 맞고 엄정한 법의 집행을 당한 사람이란거야.

 

지난번에도 말했다시피, 난 온라인사람을 그렇게 잘 믿는편이아님.

 

 

1. 탈모충에 존못인 나를 만난지 5시간만에 모텔로 데리고 가려는 진짜 의도는 뭘까?

 

2. 처음 부대찌개집앞에서, 그녀의 뒤를 따라오던 여자애의 정체는 진짜 우연히 마주친 친구일까?

   그렇다면 그 친구는 왜 오던 방향을 꺾어 오던길로 유유히 사라졌을까? 

 

3. 이 하필 이 와중에 그녀의 핸드폰에 카톡알람이 쉴새없이 울리는걸까?

 

 

잠시 황홀경에 빠질뻔한 내 대가리가 저렇게 세가지 의문을 내렸고.

 

한가지 답을 내렸다.

 

 

[ 꽃 뱀 ]

 

 

그 답을 떠올리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꽃뱀에게 낚여, 우하향 인생그래프를 타던 몇몇 연예인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감

 

 

 

 

물론 오버스럽긴하다.

 

어느 꽃뱀이 지가 자주가는 까페 사장에게  사냥깜의 얘기를 하겠으며,

 

자기보러 만나러 올지도 모르는 타지역 사람에게 공을 들이고 있을까.

저 얼굴이면 지나가는놈 붙잡고 꼬리쳐도 다 넘어올텐데 말이야.

 

 

 

해도후회고 안해도 후회라면, 일단 해야된다고 난 배웠다.

 

여기서 그녀와의 하룻밤을 포기하기엔, 너무 타이트한 인생을 사는게 아닌가?

 

원페어로 올인쳐서 풀하우스를 한번쯤 폴드시켜봐야하지 않음?

 

그래야 나중에 뒈져서 저승의 염라에게 후회없는 인생살았다고 썰이라도 풀거 아니냐. 

 

 

일단 콜따고 들어간다!!

 

 

마음을 먹은것도 잠시.....

 

내가 간과하고 있던 나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그순간 깨달았다.

 

상대레이즈에 콜을 칠 수 있는 돈이 없었다....(전편에 내가 적어놨다. 얼마얼마 썼는지...)

 

10만원정도 들고 대전으로 올라왔는데, 차비랑 꽃사고 오뎅먹고 택시비쓰고 부대찌개 밥값도 내고나니

 

돈이 시발 2만 몇천원있더라....

 

차비랑 집구석가기전에 담배한값 살돈임...

 

 

 

 

난 쪽팔리기 싫었다.

 

내손을 붙잡고 모텔을 가르키며 발을 동동 구르는 그녀의 앞에서....

 

오늘만큼은 게이가 되기로 했다.

 

 

아래 문언은 2011년 12월 어느추운날 대전의 어느대학가 모텔촌앞에서.

 

돈2만원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포기한, 한 남자의 게이선언문이다. 잘읽어라.

 

 

 

 

아무리 우리가 호감을가지고 연락을 한거지만, 현실은 오늘 우리 처음만난거잖아.. 

나야 너랑 하룻밤 보내면 좋지. 나도 남잔데 당연히 너 안고 자고싶지 않겠어?

그런데 생각해봐. 오늘 우리가 이 작은 유혹을 못이겨 하룻밤을 보낸다고 가정하자.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겠어 안그래?

난 너와 이렇게 가볍게 만나는건 싫어. 너와 오래가고싶어.

그래서 오늘밤 너와 모텔을 가는건 아니라고 생각해. 분명 후회할거야.

막차 시간이 다되가. 나 여기서 택시타고 갈게.

 

 

 

 

내 선언문을 들은 그녀의 한마디....

 

 

 

 

" 나 만나보니깐 별로여서 그래? 나 맘에 안들어어? "

 

 

 

맘에 안들긴 미친년아. 좋아서 돌아버릴거 같은데.....

무슨 개똥같은소리를 저렇게 울먹거리며 말을 하는거임.

 

 

 

" 아니 니가 너무 좋음.  좋아서 솔직히 미칠거같음. "

 

 

나의 이 대답과 동시에.....그녀는 내손을 잡았다.

 

'그거면 충분하다'는 그녀의 한마디.....

 

 

 

 

결국 난 

 

꽃뱀일수도 있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심지어 모텔값이 없다는 말도 못꺼낸채...

 

도살장 끌려가는 돼지마냥 그녀의 손에 이끌려 모텔입구로 나는 향하고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실화라서 더 좆같다. 

 

그래 나 작업장알바한 벌은 돈, 대학생활할때 좀 썼음.

쓰고남은 나머지 몇백만원은 삼전 주식삼...그당시 삼전 80만원인가 할때임

그리고 통장잔고에 500원도 없었음.

내가 현금보유를 좀 안하는편임. 내가 왜 분양을 1점 이따위로 받는지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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