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내가 첨 3항사로 승선했을 때 탄 배 직접 찍은거임) 첫 실습 첫 한달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죤나 열심히해서 인정도 받고 이쁨도 받고 잘 해보자 당찬 포부를 갖고 씩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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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8 01: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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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내가 첨 3항사로 승선했을 때 탄 배 직접 찍은거임)


 

 

첫 실습

 

 

첫 한달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죤나 열심히해서 인정도 받고 이쁨도 받고 잘 해보자
당찬 포부를 갖고 씩씩하게 승선함
성큼성큼..
갑판에 발을 내딛을 때마다 처음 맡는 미묘한 쇳덩이의 냄새가 나의 코를 자극함
필리핀 부원이 나를 사무실까지 안내해주는데, 사무실 안에서 풍기는 배 특유의 먼지냄새도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있음. 그리고 사무실에서 한국인 사관들과 만남. 어색하게 인사를 한 후, 나와 인수인계를 할 실습항해사와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눔.
배에 있는 사람들 다 괜찮은 사람들이다 (다 악마야) ,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도망가)
이렇게 말하던데 사회생활 전무했던 난 그 말을 그대로 믿고 '휴 다행이다 미친놈은없구나' 생각함..
하루가 지나고 나와 인수인계를 한 실습항해사는 하선. 그리고 처음엔 착한척하던 한국인 사관들이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함

 

 

다른 사람들은 적정 선을 지켜서 견딜만 했지만.. 내가 졸졸 따라다녀야하는 3등항해사가 제일 미친놈이였음.. 강약약강의 표본 미친새끼 상줘야댐
지 밑에 있는게 나밖에 없으니까 나한테 온갖 ㅈㄹ을 다떰..
제일 기억에 남는건 사무실 프린터기 토너가 다 떨어졌길래 '이런건 막내가 하면 좋아하겠지?헤헷' 하고 토너를 교체해놨더니, 왜 나한테 보고 안하고 멋대로 행동하냐고 3등항해사한테 멱살잡히고 욕쳐먹음.
이런식으로 내 모든행동을 약 2달간 통제받음. 지금으로치면 제대로 가스라이팅 당한거지. 그냥 무조건 내 잘못으로 만들었으니깐.. 그새끼 하는말이 무슨 일이든 생기면 니탓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말고 너한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래나? 븅신년
그러니까 자신감도 점점 떨어지고, 쉬운 지시임에도 불구하고 ㅄ처럼 하게됨. 정말 사람이 점점 븅신이 되감

 


하지만 이정도는 다른 동기들도 모두 겪는 실습항해사 베리언스의 범위 내 일들이라고 생각함.
진짜 힘든 시기는 저렇게 2달간 통제 받고 새로운 선장님이 오신 후 였음.


2개월 후, 나를 괴롭히던 3항사와 천사같던 선장님이 하선하게 됨.
그리고 새로 온 3항사는 처음 3항사로 승선하는거라 잔뜩 쫄아있었고, 새로 온 선장님은 정말 해운업계에 한 획을 그을정도의 악명높은 한ㅇㅎ 선장이였음.. 필리핀 부원들마저도 한선장님이 온다고하니까 나한테 조심하라고 알려줄정도..
그래도 나는 나를 괴롭히던 3항사가 간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음


그렇게 교대가 이뤄졌음
한선장님은 온 지 일주일도 되지않아서 새로 온 3항사 구타를 시작했고 머지 않아서 나까지 때리기 시작함 ㅠ
솔직히 처음 온 3항사가 뭘 알겠냐.. 배뿐만이 아니라 일반 회사도 그렇잖아.. 유예기간 한달은 줘야지..어쨌든 3항사와 같이 쳐맞으면서 배를 탐.
구타의 수준이 어느정도였냐면 정말 멍이 들정도로 때림. 대신 얼굴은 빼고.. 내가 실습한게 약 5-6년 전인데, 그 시절만해도 인권 머시기때문에 구타는 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였지만,
배는 달랐다.
배 특유의 폐쇄적인 사회 특성때문에 한선장의 옛날 악습이 그대로 이어졌고, (모든 배가 그랬다는건 아님. 분위기 좋은배는 졸라조음)
구타 뿐만 아니라 인격모독도 서슴치 않았음. 다 같이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우리 다 들리게 3항사 & 내 욕을 그렇게 하더라.. 인격모독은 정말 심한 수준임 상상 그이상 ㅠ 3항사랑 같이 술먹고 많이 울었음 이러면서까지 배를 타야하나? 하면서..
게다가 한선장은 내 근무시간을 이렇게 정해줬음


아침8시 ~ 오후6시 : 부원들이 하는 갑판작업 (점심시간 1시간)
오후6시 ~ 오후8시 : 저녁시간 및 내 유일한 휴식시간... 이때가 삶의 낙이였음..
오후8시 ~ 오후12시 : 3항사 저녁당직 같이 서기


12시에 당직 끝나도 다른 사관이 시킨 심부름이나 잡일들 하면 잠은 새벽 2~3시에 잤음. 그리고 난 일 시작하기 30분전에 미리 가서 대기하고있고.. 갑판작업 없는 주말에는 브릿지에서 살도록 시키고.. 이때는 정말 잠 연속으로 7시간만 자보는게 소원이였음.
이렇게 밤낮 가리지않고 주말없이, 하루죙일 뒤지게 시다바리짓하면서 얻는건 한달에 20만원 남짓한 열정페이임. 아마 지금도 이정도로 받는다고 알고있는데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나는 참고 견뎠다 이미 올인 박았으니까.. 3학년인데 여기서 실습 포기하거나 선장한테 대들어서 근무평가 짤리면 취업을 못하거든 ㅜㅜ

 

그렇게 시간이 흘러 5개월이 지나고 1개월만 있으면 하선하는 상황.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선장의 구타도 견딜만한 맷집을 가지게되고 멘탈도 ㅈㄴ 단단해져있었음
3항사도 조금 적응을 해서 선장님한테 쳐맞으면서도 나랑 농담따먹기를 하는 여유를 보이며 순항중이였음.

그런데 내 여자친구한테 갑자기 헤어지자고 메일이 오더라.


그 당시에 인터넷 보급이 잘 안되어있어서 휴대폰 카톡은 못하고 배 전용 이메일을 사용해서 연락을 하고 있었는데,
하선 한 달 남기고 이별통보를 받았음. 약 2년 안되게 사귄 여자친구가 그렇게 헤어지자고하니까 황급히 답장을 보냈는데, 답장이 1초만에 오는거임. 답장 내용은
'상대방이 귀하의 계정을 스팸처리하여 발신할 수 없습니다'
였나?? 이런 뉘앙스였는데..


여튼 이렇게 하선 한 달 전에 멘탈 찢기고.. 군대는 탈영이라도 할 수 있지 배는 그냥 물에 빠져서 뒤지는 수밖에없잖아.. 정말 허탈하더라
그래도 3항사가 나 위로 많이해준 덕분에 남은 한 달 잘 버티고 근무평가도 잘 받아서 그 회사로 취업도 할 수 있었음.
이 3항사랑은 아직도 서로 연락하면서 잘 지낸다.
저 여자친구는 예상했다시피 나 배 타자마자 얼마 안되서 바람핀거였고.. 지금생각하면 차라리 고마움 빨리 나가떨어져준거니깐

 


그리고 저 때 나 괴롭혔던 3항사랑, 같이 고생했던 3항사 두명 다 나랑 같이 공무원 입사 동기다 ㅋㅋㅋ 참 신기한 인생이야

반응 괜찮으면 3편은 처음 3항사로 승선한 썰 풀어보겠음


 
그리고 실습하면서 겪은 중동 게이도선사, 선장 구타장면촬영도전 등 진짜 많이 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이런건 나중에 기회되면 써볼게

 

 

<요약>

1. 실습하고 ㅈㄴ 쳐맞음

2. 여자친구한테도 차임

3. 그래도 걍 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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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8 02: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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