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생산직을 구하려다 총무 알바를 구했다. 인천에 있는 낡은 고시원.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후 야간 총무랑 교대. 20만원짜리 방 제공에 월급 40만원. 야간 총...

mobilebanner

조회 수 16785

추천 수 11

2015.02.14 16:36:55

공장 생산직을 구하려다 총무 알바를 구했다.

 

인천에 있는 낡은 고시원.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후 야간 총무랑 교대. 20만원짜리 방 제공에 월급 40만원.

 

야간 총무는 고시원 사장이랑 뭔 관계인지 아무튼 예전에 건달이었던 사람. 나이 49살. 한때 사행성 오락실 운영을 8개나 했다고.. 그러다 걸려서 감빵에도 다녀왔다고. 한때 때돈 벌고, 마카오서 도박하다가 30억인가 날리고 사장이랑 뭔 관계 때문에 잠시 고시원을 봐주고 있다. 인천 주안에 술집을 하나 운영중이라 하는 아무튼 그런 사람이었는데.. 매일 밤 딱봐도 건달인 깍두기들이 찾아와서 반찬 같은걸 건내주고 이야기 하다 가고 그랬다.

 

사장과는 정반대의 성격과, 나에게 상당히 잘해줬다.

 

이 고시원은 방이 50개고, 정말 인생의 밑바닥을 사는 사람들의 집합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 나 역시 그렇고..

 

젊은 사람이 없고, 대부분 일용직 하는 사람, 택시기사, 조선족, 생활보호 대상자 늙은 노인들.. 이 대부분인데 내가 놀란건 10년을 여기서 산 사람도 있다는거 --;;

 

고시원 분위기는 조용했는데 사장왈, 건달 야간 총무가 오기 전까지 완전 개판이었다고 한다. 매일 밤 술파티에 고성방가  기본. 술쳐먹고 좁은 고시원 복도에 대자로 뻗어있고.. 암튼 개판이었고 야간 총무가 오고 나서  그런 인간들 다 쫒아내버렸다고 한다.

 

그것도 눈오는날 새벽에 시끄럽게 또 술먹고 떠드는거 신발 옷 다 내다 던지면서 밖으로 쫒아내고, 술기운에 빡친 사람이 칼들고 설치는거 야구배트 들고 쫒아내고 그랬다고; 그 모습을 본 남아 있는 입실자들은 이후로 조용해졌다고.

 

뭐 어쨋든 5시까지만 일하고, 그 이후는 자유라 그 시간에 그라인딩을 해보려고 일단 일을 시작했다.

 

7시반에 기상하면 계단 담배꽁초 쓸고 주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따로 분류해서 치우고

 

밥하고 공용 화장실 청소후 공용 샤워실 청소. 그리고 걸레 빨아다가 복도 청소.

 

정말 개 짜증나는건 공용 화장실 똥휴지들 치우는거. 드러운 화장실을 똥물 튀기는 변기를 매일 왁스청소를 해야 한다는거.. 이걸 다 하면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그리고 나서 나는 씻고 아침밥을 먹고..

 

공실이 생기면 공실 청소를 해야하는데.. 한달에 한두번 나올까 말까하다고 할때는 언제고 공실이 매일 나오는 것이다.

 

정말 충격적으로 더럽게 쓴; 진짜 형용할 수 없는 냄새는 빠지지도 않는; 그런 방을 청소를 하는데.. 마스크를 두겹을 써도 그걸 뚫고 들어오는 냄새..

 

그냥 참고 했다. 사장이 처음에 어떻게 하는지 시범을 보이는데.. 매트리스 다 들어내고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게 청소를 한다. 방 하나 치우는데 1시간 반이 걸린다. 그 좁은 방 치우는데.

 

아무튼 그렇게 첫날 둘째날이 정신없이 지나고. 셋째날 7시 30분에 일어나서 같은 일을  반복하고 힘들어 하고 있는데 사장이 왔다.

그리고는 고시원 홍보를 해야 한다며 이제부터 매일 전단지를 붙이라며 나를 끌고 나갔다.  뭐?? 이 월급에 전단지까지 매일 붙이라고?

짜증났지만 참았다.

 

역세권이라 유동인구도 겁나 많고, 추워 죽겠고만 1시간동안 지하철 역과 버스정류장, 잘 보이는 전봇대를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붙였다.

 

중간에 지하철 역앞에 붙이고 있는데 마침 붙어있는 전단지와 스티커를 칼로 긁어내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거다.

그 사람한테 혼났다. -_- 뭐하는 거냐며.. 거듭 죄송하다고 말하고 두리번거리면서 사장을 찾았는데 저 ~ 길 건너편으로 도망쳐 구석에서 나를 보고만 있는 것이다. 아  개섹..

 

일단 참았다. 5시까지만 참고 그라인딩 하러 가야지..

 

1시간 동안 그렇게 전단지를 돌리고 왔더니.. 잠시 쉬라면서 사장은 내게 설교를 시작했다. 내가 예전에 대형 쇼핑몰 영업관리를 했는데.. 고시원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넌 사람이 방을 보러 오면 어떻게 해서 어떤 멘트로 방을 계약하도로 할거냐?  넌 총무니까 홍보도 해야하고 방 보러 오는 사람들을 잘 잡아야 한다. 며 30분을 설교를 했다.

 

겉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은 잘했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씨바 월급 40만원 쳐 주면서 시키는 것도 많고 바라는 것도 졸라 많다 개쉑키!

 

그렇게 30분을 설교를 하고 이제 좀 돌아가나 했더니.. 공실이 생겨 방을 치우잔다.

 

공실이 생긴 방은 4년동안 살다가 돈 두달치 안내고 도망간 사람의 방이었는데.. 이 새끼가 이불에 오줌을 갈기고 도망갔다. 방에서 참을 수 없는 냄새가.. 사장은 인상 쓰면서 내게 이불을 던졌다 세탁실 가서 빨라고. 아! 시박 축축한게 손에 닿았다. 참았다. 이제 좀만 있으면 5시니까 그라인딩 하러 가야지.

 

그렇게 속으로 쌍욕을 하며 방을 다 치우니 5시 반이 되었다. 30분 초과됐네.. 사장은 앞으로는 내가 안도와 주고 너 혼자 치워야 한다며 원래는 이렇게 방이 자주 안빠지는데 네가 일복이 터졌다. 하면서 웃었다. 그러게요~ 나도 웃었다. 그리고 속으론 욕했다.

 

어쨋든 이제 일이 끝이다. 그라인딩 하러 가야지~ 가기전에 배가 너무 고파서 일단 고시원 식당에서 계란밥이랑 통조림 김치찌개 끓여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이 나보고 오란다. 나 일 끝나고 밥먹고 있잖아 개새끼야! 라고는 차마 말 못하고 네! 하며 가보니 도망간 새끼까 열쇠도 가져갔는데 보조키도 없단다. 그래서 철물점에서 문고리를 사와서 교체해야 했는데. 밥을 먹고 있는 나를 불러 거들어 달란다.

 

참았다. 됐다. 이것만 하고 밥 빨리 먹고 나가서 그라인딩 해야지.

 

10여분 동안 끙끙대며 문고리를 교체하고, 나는 다시 남은 밥을 먹고 설거지를 끝내고 그라인딩 하러 근처 pc방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또 사장이 나를 불렀다.

 

밥이 떨어졌고 김치도 떨어졌는데 확인을 수시로 해서 채워놔야 되지 않냐고 말하는 것이다. 개샠이야 니랑 오늘 하루종일 전단지 붙이고 청소하고 붙어있었잖아. 게다가 벌써 6시가 넘었다. 나는 참았다........ 가 아니라 인내심의 끈이 끊어졌다.

 

그 길로 그냥 때려치고 짐 챙겨서 나왔다.

 

그렇게 3일간의 짧은 고시원 총무 경험을 마쳤다.

 

막막했다. 갈데도 없고 돈도 얼마 없었는데..

 

뭐 다행히도 곧바로 서울에 있는 다른 고시원 총무를 구했다. 그 지옥똥 같던 고시원과 비교하면 여긴 천국이다.

 

학교앞이라 입실자들 대부분이 대학생이고..

 

오후 6시부터 5시간30분 동안만 사무실 지키면 되고, 청소도 안해도 된다. 그냥 주방 너무 지저분 할때 한번씩 치우고 밥 없을때만 한번씩 해주고 쓰레기 찰때만 한번씩 버리면 끝이다. 그것만 하고 그 외에 시간은 자유. 30만원짜리 방 하나에 월 30만원 받는다.

 

적지만 하는일에 비하면, 그리고 인천 고시원에 비하면 이곳은 천국이고 사장과 오전 총무 아줌마는 천사다.

 

아. 이제 아침에 일어나서 열심히 그라인딩 해야지. 앞으로 8개월 동안 열심히 해야지. 그 안에 도저히 희망과 미래가 안보이면 포커는 접고, 다른일을 해야지.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스크랩

bookbanner

댓글 수

 

15

2015.02.14 17:11:49

2015.02.14 17:19:51

2015.02.14 17:28:41

2015.02.14 17:32:30

2015.02.14 18:13:50

2015.02.15 10:04:56

2015.02.16 22:49:25

2015.02.23 15:50:53

댓글 작성은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클릭 시 로그인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글 수

 

4,764

제목

글쓴이날짜
2024-04-30
2024-04-27
2024-04-21
2024-03-07
2024-02-09
2023-12-19
2023-10-01
2023-09-05
2022-10-28
2022-05-04
2022-02-08
2019-05-17
2015-03-19
2015-02-15
2015-01-27
2015-01-14
2015-01-12
2015-01-09
2015-01-09
2015-01-09
2014-12-07
2014-12-03
2014-11-17
2014-10-29
2014-10-29
2014-10-28
2014-10-28
2014-09-20
2014-08-28
2014-08-07
2014-06-28
2014-06-26

검색

Copyright 2014. Pokergosu.com all rights reserved.

SUPPORT : [email protected]

한국 지역 게시글 중단 요청 : [email protected]

마케팅 대행사 - (주)에브리봇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369 12층

POKERGO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