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공무원 시험 도전 - 자유 게시판 - 포커고수 (pokergosu.com) (##후방주의##) 야밤에 적적했을 게이들을 위해 짤방 찾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 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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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09:38:41

4개월 공무원 시험 도전 - 자유 게시판 - 포커고수 (pokergosu.com) (##후방주의##)

 

야밤에 적적했을 게이들을 위해 짤방 찾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 전이네. 

그간의 공시생활을 결산할 겸 포고에 보고 올린다.

 

(1)~2019.11 <계기>

공시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일년에 넉달정도 오프 뛰면서 번 돈으로 놀고 먹던 백수였어. 

한 때는 전업을 꿈꿨었지. 제대하고 나서 온라인 전업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나중에는 오프에서 일주일에 6일씩 8시간 꼬박꼬박 볼륨도 넣었어. 아월리는 원투에서 4만에서 5만사이. 믿거나 말거나. 

내 의지로 몇 개월 일하고 몇 개월 노는 생활을 반복했던 것은 아니었어. 나는 그냥 선천적으로 병신마냥 뭔가를 오래하지를 못하는 사람이었던거야. 돌이켜보면 어떤 일이든 간에(가령 공부라거나, 게임이나 취미 등) 석달,넉달 어떤 일에 몰두해서 하고 나면 단지 아주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때려치고 마는거야. 게다가 유리멘탈이라, 일 하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어. 루징컷을 정하는 방식으로 조절하긴 했지만, 내적인 데미지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  

저런 생활을 몇 년 반복 하니까 어느덧 나이가 서른 줄에 들어가려 하더라. 모아놓은 돈도 없고, 괜찮은 직업에 취직할 스펙도 없고.. 그나마 그 바닥에서는 복이 터져서 날 믿고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여럿 있었지만, 홀덤은 정말 지긋지긋해서 나에게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어야 게임을 할까 말까였지. 

더 늦기 전에 뭔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어.

 

(2)2019. 11  <시작>

공무원을 할 생각은 없었어. 그 세계에 대해 잘은 몰랐지만,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는건 알고 있었거든. 쉬운 시험이 아니니까 공부를 제법 오래해야 할텐데, 위에도 써놨지만 나는 뭐든지 금방 질려버려서 금새 때려쳐린다는걸 그 당시에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왜 시작했냐면.. 정말로 할게 없어서야. 30줄 고졸 무경력이 무슨 일을 하겠어. 시험이 정말 고약하긴 하지만, 합격만 하면 내가 중졸이든 고졸이든 취업은 시켜주잖아.  

나에게 남은 건 오로지 시험 뿐이었어. 

이런 저런 시험을 알아보니 9급 국가직 시험이 4개월 가량 남았더라고. 당시에 결혼을 생각하던 여자친구도 있었고, 내구력이 가장 큰 걸림돌인데 4개월정도라면 어떻게 버텨내지 않을까 싶었던거지.  그렇게 시작했어.

 

(3)2019. 11~ 2020. 6 <멸망>

근데 시발 ㅋㅋ 나는 공부 시작한지 단 1개월만에 뻗어버렸어.

공부 시작하기 전에 롤토체스에 빠졌었거든. 공부 시작하기 전에 원없이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미친듯이 했는데,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도 너무 하고 싶은거야. 하루에 한 게임 정도 해서 욕구를 충족시켜주면 되잖아?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란 인간은 한 겜이 10겜이 되고 10겜이 100겜이 되는 인간이라 단 한 판이라도 할 수 없었어. 

욕구불만인채로 한 달을 견디다가, 이윽고 굴복해버리고 말았어. 롤토체스하는 걸 여자친구한테 들키면 안 되니까 '하루에2겜이하' 라는 아이디를 만들어서 몰래 했지. 저 아이디 뿐만 아니라 친구들 아이디를 빌려서 여친 몰래 했어. 그렇게 여자친구한테는 공부하는 척 하면서, 2020년 7월까지 놀아버렸다고~ 

코로나 때문에 시험이 연기 돼가지고 3월 예정이던 시험을 7월에 본거야. 그 덕에 7월까지 놀았던거고.

2020 9급 필기.png시험은 당연히 망했지. 첫 한 달 이후로 공부를 한 적이 없는걸. 과목당 40점 미만이면 과락인데 기가막히게 과락만 면했어.

물론 아무 의미없지만

 

(4)2020.7~ <그만 살고 싶다>

나와 같은 상황을 겪었던 게이들은 잘 알거야. 삶 자체가 지옥과 같아서, 이젠 그냥 그만 살고 싶었어.

일말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고, 나란 인간이 구제가 불가능한 병신이라는 것을 증명해버렸거든. 희망이 없었어.

모아놓은 돈도 다 떨어졌고, 그 때쯤엔 게임도 지겨워져서 침대에서 유툽이나 보다가, 유튭도 지겨워지면 멍하니 침대에 누워 있었어.  

침대에 누워서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 수십번 하는 거지.

근데 나는 죽을 용기가 없을 뿐더러, 그것도 귀찮더라고. 삶을 중지하는 행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게 귀찮다고. 사는건 더 귀찮고. 

여친과는 헤어지려고 했었는데, 붙잡더라구. 하... 히틀러가 살아 돌아왔다면 아마 나부터 수용소에 처박아넣었을거야.

 

(5)~2020.8.31 <재기>

폐인 생활을 오래 하면, 죄책감과 자기혐오로 인해 

이윽고는 스스로가 그 어떤 고통이라 하더라도 받아 마땅하고, 더불어 그러한 고통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돼.

그 고통을 견뎌내면 그 동안의 '죄'를 면제받을 수 있는 것마냥 말야.

 

부모님께 생활비를 받아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기로 했어. 

희망을 찾았거든.

망한 시험이지만, 성적표를 받고 보니 말야 합격커트라인이 너무 낮아 보이는거야. 

현 점수에서 80점이 부족하잖아? 근데 한국사는 공부하면 100점 맞을 수 있으니까, 80점 중에 60점은 해결한 셈이지.

세법과 회계도 공부하면 최소 85점은 가능하지 않겠어? 이미 커트라인은 훌쩍 넘겼지.  영어 국어도 공부하면 최소 한 문제씩은 더 맞을테고

뭐 이딴 희망회로를 맥시멈으로 가동하니까, 정말로 할만해 보이는거야.

성적표 받아보기 전에는, 이 9급 시험이란게 굉장히 붙기 어려운 시험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너무 쉬워 보이는거야.

 

그래서 그냥 7급을 시험보기로 했어(?)

 

(6)2020.8.31~2020. 12. 23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나날들이었다. 7급 시험의 응시조건인 토익도 따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땄어.

 

(7)2020. 12. 24~2021. 4. 27 <멸망2 그리고 기숙사

그리고 뻗어버렸어. 이브날을 기점으로 아무것도 못했어. 그날 여친하고 너무 재밌게 놀았거든. 노는 맛을 다시 알아버린거야ㅜㅜㅜㅜ

다시 롤토체스를 시작했고, 다른 보드게임도 하고.

저 기간에 7급 psat 공부도 해야 했었고, 9급 시험 전에 9급 공부도 해야 했었거든(스피드 웨건: 9급하고 7급하고 겹치는 과목이 2개 뿐임. 7급은 1차 시험으로 psat이라는 적성능력시험, 2차 시험으로는 헌법,경제학,세법,회계). 7급이 목표지만, 보험삼아 9급을 합격해두려고 했었거든.

그런데 아예 놔버렸지. 

2021 9급 필기.png

그 결과 떨어져썽. 

그 동안 7급 공부했었던 것들은 4개월간 펑펑 놀면서 머릿속에서 전부 증발해버렸고, 7급 1차는 준비 하지도 않았는데

9급은 떨어지고 7급 1차 시험은 두 달, 2차 시험은 넉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어. 

더욱이 7급 세무직은 합격자의 절반이 세무사인데, 그네들은 가산점을 평균 5점이나 받아. 난 세무사가 아니고.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어. 그 상황에서 7급에 합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잖아.

그런데 있잖아.. 지금부터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음.. 합격은 생각도 안 했어. 단지 한 번만이라도 끝까지 해보고 싶었다.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어. 지금부터라도 마지막까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께 부탁드려서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했어. 입대하는 기분이더라고. 

합격이 아닌 자기만족을 위해 나이는 먹을대로 먹은 놈이 멀쩡한 자기 집 내두고(난 무너지기 직전의 자가에 혼자 살음) 월 150씩 내고 기숙학원에 들어갔어. 

희망은 없었고,  그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을 뿐이야.

여자친구하고는 학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어.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렇게 펑펑 운 적이 없었는데.. 

 

(8)2021.4.27~2021.9.11 <Come back>

7급 1차.png

 

7급 2차.png

 

 

 

그런데.. 그 병신구제불능이 시험에 붙은 것 같다. 윗 사진은 1차 시험 결과이고, 아래 사진은 2차 시험 예상결과야.

2차 시험을 저번 주말에 봐서 공식 결과는 안 나왔거든.

손이 미끄러져서 마킹을 이상하게만 하지 않았으면 합격은 확실한 것으로 보여. 보통 합격가능권에서 커트라인이 결정된다 하더라

 점수 기입률도 높아서 저 등수가 거의 실제 등수일거 같아.  채점도 3번이나 했고. 

 

지금은 그냥 홀가분하다. 합격해서 좋은 것보다.. 그냥 홀가분해. 

가족들 이모들 조카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행복하다.   

 

글재주도 없는 주제에 글이 너무 길었네.

읽어줘서 고맙다 게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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