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0대 중반의 일반인이다.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섯다 세븐오디 등 게임 치는 걸 좋아하고 자주 해왔다. 홀덤을 처음 접하게 된 건 4년 전 쯤인가 김치 오프에서였다. 그날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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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30대 중반의 일반인이다.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섯다 세븐오디 등 게임 치는 걸 좋아하고 자주 해왔다. 홀덤을 처음 접하게 된 건 4년 전 쯤인가 김치 오프에서였다.  그날도 대학 동기들과 모여서 술마시면서 세븐포커를 쳤는데, 어쩌다보니 3명만 남았다. 좀 아쉽던 차에 술도 한 잔 했겠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쳐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검색해서 전화로 물어물어 압구정 보드카페에 처음으로 입장했다. 룰도 잘 모르고 술까지 마신 슈퍼피쉬가 무려 세 마리나 출몰한다는 긴급속보를, 운좋게 빨리 접한 레귤러 6명이 침을 질질 흘리면서 대기중이었다. 두 시간이나 쳤을까, 결과야 뻔한 거고 우리는 터덜터덜 걸어 나와야 했다. 돈 잃고 마음은 분했으나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사람들은 우리보다 잘 쳤다. 나는 다른 사람의 핸드를 짐작할 수 없었지만 이 사람들은 내 패를 훤히 아는 듯 플레이했다.

 

  이 계기로 홀덤이라는 게임에 큰 흥미가 생겼다. 이후 우리 멤버들은 모이면 홀덤만 쳤다. 친선 목적으로 금액이야 소소했지만 빈도는 꽤 잦았다. 나는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실험적으로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도 줘 보면서 홀덤을 익혀갔다. 점점 실력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매번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가 1등이었다. 누적 위닝 금액을 따져보면 더 확연한 차이가 났다. 홀덤에는 핸디캡이 없으므로 불만이 나오기도 했지만, 뽀찌를 많이 주는 데다 딴 돈은 같이 술 먹는데 주로 썼기 때문에 모임은 유지될 수 있었다. 나는 점차 밖으로 눈을 돌렸다. 내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나는 스스로 잘 친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우물 안 개구리같은 생각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지인들과의 친선 경기가 아닌, 노리밋 홀덤을 기웃기웃 살펴보기 시작했다.

 

  김치 오프는 가기 싫었다. 경험은 한 번이었지만 검색을 해보니 다들 비슷한 단점들을 이야기했다. 레이크를 너무 많이 떼 가고, 김치 특유의 꼰대같은 분위기도 싫었다. 정석과는 너무 거리가 먼 터무니없는 배팅과 운영들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불법이라는 점이 꺼림칙했다. 그렇다고 온라인을 하자니 그것도 적성에 안맞았다. 참여한 모든 핸디들의 플레이를 면밀하게 관찰해서 대응하고 싶은데, 한 번에 수십 개의 테이블을 들여다보는 건 피곤하기도 하고 재미도 없었다. 그리고 생업 때문에 그걸 하루종일 컨트롤 할 시간도 없었다. 기괴한 룰의 리미트 홀덤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국내 유일의 합법 홀덤은 강원랜드 뿐이었다. 그래서 작년에 멤버들과 다 함께 주말 강원랜드 원정을 갔었다. 그러나 그 때는 강랜 홀덤 테이블 앉기가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대기번호를 늦게 받은 우리들 중 누구도 테이블에 앉아 볼 수 없었다. 몹시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자정쯤이었나, 서울로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서 테이블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전 여친을 살살 꼬드겨서, 마카오로 원정을 떠났다. 애걸복걸한 끝에 전 여친은 3박 4일의 일정 중 목요일 5시간, 토요일 5시간. 총 10시간의 플레이 타임을 윤허하였다. 두 번 다 베네시안에서 쳤고, 많은 경험과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리 마카오래도 평일은 레귤러들의 소굴이다. 평일 경기를 하며 잔뼈 굵은 레귤러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막판 터무니없는 배드빗으로 좀 짤리긴 했으나 비교적 긴 시간 플레이 하면서 큰 어려움은 못 느꼈다. 그간의 공부가 헛되지 아니하였음을 확인 할 수 있어서 만족했다. 주말은 분위기가 확 달랐는데, 생각보다 피쉬가 많이 들어왔다. 가보면 알겠지만 레귤러와의 구분은 정말 쉽다. 림프질 하는 것 말고도 피쉬는 내가 물고기라는 시그널을 쉴 새 없이 보낸다. 낚시 난이도는 상당히 낮은 편인데, 한 방에 짤리고 리바인 없이 퇴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과 타이밍도 좀 따라줘야 '나혼자' 털 수 있다. 뭐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 기회가 있다면 하도록 하고, 개인적으로는 결과를 떠나 스스로의 운영과 실력에 확신을 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19년 10월 25일 금요일 강원랜드 홀덤 테이블에서 게임한 후기를 남기고자 했는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며칠 간의 강행군으로 필자는 지금 잠이 쏟아지는 상태다. 아울러 글이 너무 길면 독자들도 읽기 피곤할 수도 있기에 이만 줄이고, 내일 완결 2편을 써서 올리고자 한다. 강랜 홀덤 결과부터 미리 말해주자면 5시 20분 테이블 오픈 때부터 앉아서 새벽 3시까지 약 9시간 플레이했고, 40 바이인에 추가 환전 없이 20 따고 나왔다. 내일 2편에서는 내가 앉은 테이블 핸디들의 특징에 대해 분석하고, 판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술회하고자 한다. 졸고를 읽게하여 송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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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8 04:37:21

2019.10.28 1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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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8 18: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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