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본격적으로 강랜 홀덤 테이블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다. 친구 한 명과 같이 금요일에 방문했다. 대학 동기인 친구는 나와 막역한 사이로, 사적인 홀덤 멤버들 중 2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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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에 이어 본격적으로 강랜 홀덤 테이블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다. 친구 한 명과 같이 금요일에 방문했다. 대학 동기인 친구는 나와 막역한 사이로, 사적인 홀덤 멤버들 중 2인자다. 몇 가지 릭은 있지만 게임 경험이 많고, 중요한 순간의 판단도 좋은 편이다. 카지노에서 치는 홀덤은 처음이라며 몹시 들떠있었다. 지난번의 입장 실패의 경험 때문에 우리는 미리 ARS예약도 하고 이것저것 알아본 뒤 출발했다. 그때 찾아봐도 안나와서 궁금했던 게, 강랜 홀덤이 평일은 2테이블 주말은 4테이블 열린다는데 도대체 금토가 주말인 것인지, 토일이 주말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가본 결과 홀덤의 경우 금토일 3일을 주말로 쳐준다고 하니 참고하시라. 친구는 랜드 입장 순번이 빨랐는데, 나는 2700번 대라 홀덤 스타트 명단에 들지 못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됐다. 하지만 다행히 대기순번 18번을 받았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그때부터 5시 20분까지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야만 했다. 우리는 카지노를 돌아다니며 이모저모를 구경했다. 바카라의 열기가 대단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운을 믿고 바카라를 하는 사람을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5할이 안되는 승률일지언정 본인의 선택이고 배팅이니까. 소액을 재미로 하든 집문서를 날리든 알 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매 판이 독립시행인데 그 이전의 기록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으며, 자신이 무슨 수로 결과를 컨트롤 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지능의 문제다. 나는 펜을 들고 열심히 종이에 적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탄식했다. 이 탄식은 18대, 19대 대통령 당선 결과를 보았을 때의 탄식과 유사한 것이었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언제쯤 경제 수준에 걸맞는 국민 수준을 갖출 것인가. '생활 바카라'라는 말은 '증세 없는 복지'나 '소득 주도 성장'같은 말만큼이나 언어도단이다. 이런 블랙코미디는 종이에 열심히 적고 있는 저 바카라맨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반복될 것이 아닌가.

 

  이야기가 좀 샜다. 우리는 별로 할 게 없어서 사북으로 나갔다. 밥 먹고 차 마시고 천변을 산책도 하면서 시간을 죽였다. 카지노로 돌아와 5시 20분에 입장했다. 스타팅 명단은 8명씩 4개 테이블 총 32명인데, 테이블 배정은 랜덤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와 내 친구는 같은 테이블에 배정되었다. 당연히 다른 테이블에서 게임할 줄 알았던 우리는 좀 난감했지만,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앉았다. 이미 같이 들어와서 우리가 친구라는 걸 알 사람들은 알았겠지만, 괜히 트집 잡힐 수 있으니 알은체는 서로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 테이블은 내가 일어난 새벽 3시까지 멤버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먼저 내가 파악한 각 핸디들의 특징부터 분석하고자 한다. 테이블 맨 오른쪽부터 1번으로 정하고 순서대로 설명하겠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의견이다.

 

  *1번 핸디 : 1짱(레귤러)

나이는 마흔 정도에 약간의 경상도 말씨를 썼다. 참가자 중 가장 실력이 우수했고, 수익도 아마 제일 높았을 것이다. 핸드 레인지와 배팅에 변화를 줘서 예측이 힘들었다. 1짱이 주도권을 쥐고 레이즈하면 쇼다운에 넛을 내려놓는 경우가 많았다. 이 사람과의 정면 충돌은 가급적 피했다. 나는 이날 배팅을 주로 패시브하게 했는데, 예외적으로 1짱이 레이즈하면 폴드하거나 리레이즈했다. 그래서 게임 내내 1짱과 헤즈업이나 쇼다운은 거의 없었다. 고인물을 넘어 썩은물의 면모를 보여주었는데, 다른 테이블에도 모르는 사람이 없어보였고 딜러와는 호형호제했다. 레이크를 알아서 계산해서 천원짜리 칩을 딜러에게 건네주곤 했다. 게임 내내 나의 플레이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이 새끼 뭐하는 새끼지? 하는 식이었다. 나는 가급적 말을 아꼈기 때문에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다. 나도 물어보고 싶은 게 좀 있었는데, 다음에 만나면 좀 더 말을 붙여봐야겠다. 

 

  *2번 핸디 : 나(레귤러 아님)

1짱 바로 왼쪽에 앉은건 우연이었지만 나로서는 호재였다. 액션에 바로 반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sb일 때 더욱 조심했다.

 

  *3번 핸디 : 부산맨(레귤러 아님)

나이는 나와 동년배로 보였고, 부산 특유의 사투리를 진하게 사용했다. 강원랜드를 와봤던 것처럼 말했는데, 아마 얕잡아보이기 싫어서 허세를 부린 것 같다. 1짱한테 랜드 시스템에 대해 이것저것 자주 물어봤기 때문이다. 경험은 많아보였는데 부산 오프를 다니는 모양. 그러나 핸드가 좋으면 불필요하게 턴까지 콜하는 경우가 많았고, 초반에는 런도 안좋아서 30을 짤리고 핸디 중 가장 먼저 리바인했다. 중후반에는 그런대로 적응해서 버텼고, 나도 에어라인들고 덤볐다가 부산맨한테 한 번 넘어갔다. 내가 일어날 때까지 20정도 잃었을 거다.

 

  *4번 핸디 : 내친구(레귤러 아님)

처음 치는 카지노 홀덤에 기대가 컸던 내 친구는 아쉽게도 꼴찌를 하고 말았다. 처음이라는 부담감도 있었겠지만, 리미트 홀덤의 특성을 너무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초중반 패가 잘 들어왔다는데, 너도나도 들어온 5웨이 6웨이에서 ATs 같은 걸 들고 폴드를 못했다. 턴까지 빨릴대로 빨린 다음 리버에서 죽는 경우가 많았는데, 후술하기를 그게 반복되면서 멘탈이 나갔다고 했다. 결국 60을 짤리고 새벽2시에 아웃. 테이블 유일의 피쉬였지만 다음에 다시 오면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5번 핸디 : 바퀴 영감(레귤러)

최악의 비호감 핸디. 바퀴벌레처럼 더럽고 안죽어서 이름 붙였다. 나이는 70은 안되어 보였다. 매너가 똥이었는데, 쓸데없는 이야기를 꼰대처럼 장황하게 늘어놓았고, 자기가 이기면 웃으면서 무조건 핸드를 오픈했다. 이 영감의 특징은 우선 off일 경우에는 핸드 레인지가 타이트했다. 그러나 수딧이기만 하면 24 같은 막장 핸드로도 무조건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애초에 20밖에 안되던 스택이 살살 잘 녹았는데, 다 죽을 때쯤 되면 올인을 하고 그때마다 리버에 플러쉬를 띄워 먹고 살아나는 것이다. 그걸 반복해서 보다가 나는 맛탱이가 갔다. 홀덤에 대한 지식도 없고 운영도 없다. 박아박아 리미트 홀덤에서 띄워 먹을줄만 아는, 바이인 20을 하루 로스컷으로 설정해둔 바보다.로스컷은 바보들이나 정해놓는 것이다. 맛이 가서 틸트가 왔다면 모를까 런이 안좋아서 좀 짤릴 수도 있는거지, 판떼기에서 내가 뽑아먹을 가치는 그대로인데 로스컷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아무튼 짤리면 나갈 것 같아서, 영감이 남이랑 헤즈업할 때 속으로 제발 영감의 상대가 이기게 해달라고 5번은 기도한 것 같다. 나 일어날 때까지 안짤리고 살아남았다. 

 

  *6번 핸디 : 아빠맨(레귤러 아님)

시작부터 옆사람과 대화하길래 처음에는 레귤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니었다. 나이는 50정도. 중간에 급히 일어나서 입구로 가길래 봤더니, 20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청년과 대화를 나누고 왔다. 친척이나 아들인 것으로 보였고 가족들과 함께 온 듯 했다. 실제로 새벽 1시 쯤 가장 먼저 아웃했다. 그래서 아빠맨. 카지노 경험은 모르겠고 친구들 사이에서 제일 잘치는 느낌의 아재였다. 플레이는 무난했는데 특징은 참가자 중 유일하게 쌩블러프를 날릴 때가 있다는 점과, 체크레이즈를 한 번 했다는 점이다. 딴에는 포지션 플레이라고 생각했는지 블러프를 한 번씩 날렸다. 이 경우 내가 참가하고 있을 때는 대부분 스냅 리레이즈 했는데. 아빠맨은 이때 계속 폴드했다. 체크레이즈는 나도 궁금한 점이 많은 주제인데, 밑에서 따로 다루겠다. 아빠맨은 본전만 치고 나갔다.

 

  *7번 핸디 : 빅맨(레귤러)

한덩치 해서 빅맨이다. 나이는 마흔정도. 거리가 멀어서 잘 몰랐는데 나중에 대화해보니 유머가 있는 사람이었다. 덩칫값을 하는 건지 100만 바이인. 스타일은 루즈 어그레시브. 본인이 주도권을 갖고 플레이 하는 걸 좋아했다. 레귤러들만 있는 평일에도 그렇게까지 어그레시브 할 것 같지는 않고, 뉴페이스나 피쉬가 많아보여서 공격적으로 배팅 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중반 이후 테이블 분위기는 빅맨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모든 핸디를 상대로 못믿어 콜을 가장 많이 구사했고, 턴까지는 웬만하면 따라왔다. 내가 일어날 때 30정도 짤리고 있었다.

 

  *8번 핸디 : 2짱(레귤러)

레귤러 넘버 투의 실력자. 나이는 50대. 무리하지 않는 균형잡힌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짱과 차이가 있다면 의미없이 따라가는 콜이 좀 있었고, 플레이에 변화가 없어서 비교적 예측이 쉬웠다. 딱 필요한 만큼의 액션으로 10시 까지는 이 사람이 칩리더였다. 부산맨과 내친구가 2짱한테 많이 빨렸다. 중반 이후 나는 이 사람과 가장 많은 헤즈업을 했고 쇼다운까지도 꽤 갔다. 쇼다운에서 승률은 서로 비슷했지만, 리버에서 2짱이 내 레이즈에 폴드한 경우가 많았다. 2짱의 바이인 금액을 몰라서 확실치는 않은데, 내가 일어날 때 10만 정도 따고있지 않았나 싶다. 

 

 

  여기까지가 플레이어 소개였는데, 쓰다보니 또 너무 길어지고 말았다. 본론만 얘기하면 되는데 졸필이다 보니 잡설을 너무 길게하는 탓이다. 애초의 계획을 수정해서 3부작으로 가야겠다. 내일 3편에서는 우리 테이블의 게임 양상을 초,중,후반으로 나누어 술회하고, 그 외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추가로 적겠다. 휘갈겨 쓴 긴 글을 읽어주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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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9 01:33:24

2019.10.31 01:52:11

2019.10.31 06: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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