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그리고 이 닉으로는 포고에 쓰는 마지막 글이다. 그냥 접기에는 나름 진성 포창으로 살았던 추억이 떠올라 이렇게 딸딸이 글을 남겨본다. 홀덤은 2014년에 호주에에서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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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0 02:17:09

오랜만이다. 그리고 이 닉으로는 포고에 쓰는 마지막 글이다.

그냥 접기에는 나름 진성 포창으로 살았던 추억이 떠올라 이렇게 딸딸이 글을 남겨본다.

 

홀덤은 2014년에 호주에에서 처음 접했다.

어떤 계기인지는 기억 안나고, 온라인으로 포스를 쳤던게 처음이고, 당시 마이크로 싯앤고나 MTT를 쳤었다.

그리고 시골마을 카지노에서 몇 달간 가장 낮은 블라인드인 1-2 풀링을 치기도 했다.

당시에는 포고도 몰랐고, 다른 커뮤니티도 몰라서 한국에서 홀덤 책 몇 권을 주문해서 읽기도 했다.

그 때 읽은 책은 다음과 같다.

 

1) 케빈송의 실전포커

2) 비비안 임의 홀덤 스토리

3) 안태화의 시크릿 오브 홀덤

 

포린이들은 정독해라.  천재포커 이태혁의 책도 추천한다. ^^

 

사실 위에 책은 '절대' 읽을 필요가 없지만,

실제로 당시에 내 상황에서는 이 책들이 바이블이라고 생각하며 밑줄을 그으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포스 더핫 11에서 2등을 했다. 2등 상금이 5.5K 정도였다.

초심자의 행운이든 뭐든, 나에게도 재능이란게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MTT에서 1K 이상의 상금을 탄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백수 생활을 하다 잠시 직장 생활을 했다.

당시에는 MTT만 치고 홀덤 캐시는 거의 안쳤다. 근데 MTT 특성 상 회사 다니면서 치기가 어렵다.

주말에 칠 수도 있지만, 당시 지방에서 근무 중이라 주말에는 서울에 올라와 여자친구 만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나름 해결책이라고,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6개월 동안 다른 일은 안하고 밤낮으로 MTT만 쳤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무모한 짓이었다. 하지만 인생을 그렇게 무모하게, 꼴리는대로 살아왔기는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전업의 뜻이 그 일을 주로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생활한다,  라고 한다면 내가 했던 일은 전업이 아니었다.

돈만 까먹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목적으로 포커를 쳤으니 전업이라면 전업일 수도 있겠다.

 

6개월이 지났지만 성과가 보이지 않았고,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느껴서 포기했다.

아니, 고작 6개월 해봤다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벽이 느껴졌었으니까.

실패 요인을 꼽아보자면 셀 수도 없겠지만, 볼륨에만 치중하고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이 컸던 것 같다.

그리고 너무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자 한 점도 있고. 거기에 이끌어 줄 멘토가 없었던 점?

 

여하튼 난 무력했고, 포커에서 다른 길은 없나 살펴보다 PLO를 접하게 됐다.

포고에 있는 스크래치를 읽었다. 지금 생각해도 훌륭한 번역이고 많은 도움이 됐다. 역자님들 감사합니다.

마스터링PLO도 읽고 RIO PLO 영상들도 거진 빼놓지 않고 봤다(이해했다기 보다 재생했다, 가 정확하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제일 PLO를 잘치는 사람들에게 잠깐씩 코칭도 받아봤다. 포커쥬스도 깨작깨작 돌려봤다.

 

그리고 나서 마이크로 방에서 나름 선전은 했다고 자위하는데, 거기까지더라.

로우 스테이크부터는(조차도) 수익이 나지 않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중에 유명한 문구가 있다.

“All happy families are alike;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의 이유로 불행하다.'

 

그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가 어려운 것이겠지.

이 문구가 대충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실력도 좋고, 운도 따라 줬을테지. 하지만 실패의 요인은 가지가지다.

당연한 얘기를 썼는지도 모른다.

 

PLO 캐시를 치면서 입에 풀칠이라도 하면서 살려면, 포스 기준에서 적어도 50방 이상에서 수익이 나야된다고 본다.

난 그러지 못했고, 올해 5월 말을 마지막으로 전업으로의 포커는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만두자고 마음 먹었을 때는 두 가지 감정이 들었다. 패배감, 그리고 해방감.

 

한국 사회에서 나고 자라면서 지금까지 실패라는 것을 거의 경험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취업도 남부럽지 않게 했다.

내 커리어패스에서는 포커가 첫 실패였다.

MTT를 접을 때 크게 상심했고, PLO 접을 때는 두 번째라 처음보다는 덜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상으로는, 입시나 취준보다 포커가 내겐 더 어려웠었다.

예전 경험에 비춰보자면 이런거지.

이 정도 노력하면, 이 정도 좋은 결과는 나와줘야 하는데 그러긴 커녕 마이너스가 났으니까 말이다.

 

포커를 업으로 해야겠다고 처음 마음 먹었을 때도 포커가 재밌지는 않았다.

이 일에서 프로가 되면 정말 자유롭게 살 수 있으리라는 달콤한 기대감은 있었을 뿐.

물론 공부를 하고, 그것을 실전에 적용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 뿌듯하기도 했지만 즐거움이랑은 다른 것 같다.

 

그래서 그만두었을 때, 해방감이 더욱 더 컸다.

배드빗을 당하거나 큰 팟을 잃었을 때 혼자서 욕을 하거나 책상을 주먹으로 치곤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생활의 여유가 생겼다. 크게 달라진 점을 꼽자면 다시 책을 읽게 된 점.

전업을 하면서 제대로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일과 휴식과 자기계발의 밸런스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일>>>>>>>휴식>>>>자기계발 정도?

지금은 삶을 조금 더 여유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포커를 잘 쳐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돈이 부족하다 싶으면 은행에서 예금을 찾는 것 마냥

온라인을 치거나 카지노에 가는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고, 이젠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게 됐다.

 

아쉬운데 어쩌겠나. 다른 일을 해야지.

 

지금은 해외에서 잡을 구해서 일하다가 퍼밋 문제로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다. 조만간 다시 나가서 일해야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시드머니를 모으려면 몇 년은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할 것 같다.

 

포기는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먼 훗날의 얘기일테지만,  포커를 빼놓고 내 인생을 돌아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포커를 치면서, 그리고 포고를 하면서 알게 된 인연이 꽤 된다.

지금 연락하는 이들은 몇 안되지만 내겐 소중한 인연이었다.

그들의 행복과 안녕을 빈다.

 

덧, 예전에 쓴 글들을 찾아보다가 초창기에 비트코인 샀던 글이 있더라.

물론 투자로써가 아니라 포스 디파짓 하려고. 

그 당시 1BTC 이  대략 40만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투자할 생각은 발톱의 때만큼도 없었지.

http://www.pokergosu.com/free/349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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