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포커로 생계를 유지했던 그라인더야. 최근에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모두들 왜 포커 그라인더 생활을 접었는지 물어봐서 간단하게 그 이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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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5 16:09:57

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포커로 생계를 유지했던 그라인더야. 최근에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모두들 왜 포커 그라인더 생활을 접었는지 물어봐서 간단하게 그 이유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계속 동일한 주제에 대하여 내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것도 지치는 일이기도 하고, 표면상으로 왜 돈을 벌고 있는 포커 커리어를 그만뒀는지 막상 이해를 어려워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말이지.

2020년, 나는
Flipkart.com에서 제품 관리직을 하던 일을 그만두고 포커에 뛰어들었고, 그렇게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다음 두 가지일꺼야:

1. 포커를 풀 타임 생업으로 하는 것이 가져다주는 라이프스타일과 자유. 보고를 해야하는 상사도 없고, 내가 나 자신의 일정을 자유롭게 정하면서 여행을 하기도 하고, 멋들어진 카지노를 다니면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것.
2. 재정적 인센티브. 인도에서 할 수 있는 그 어떤 직업보다 포커를 플레이 하는 것이 당시 가장 높은 시간당 보수를 제공했고, 20세였던 나는 당시에 할 수 있는 어떤 직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돈을 벌 수 있었음. 단순 계산 시, 유니콘/FAANG 기업의 VP 이상 수준에 가까운 보수를 벌 수 있음.

하지만 난 이제 위 두 가지의 전제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화면 앞에 12-16시간씩 앉아서 버튼 누르는 일로 생계를 챙기는 것을 생각해봐. (틸트를 받지 않고서 말이지) 돈은 오래 전부터 의미를 잃었어. 이겨도 그리 기쁘지 않은 반면, 패배는 여전히 아파. 오늘 이긴다고 해도 언제든지 그 액수의 10배를 잃을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게 됐거든. 뱅크롤은 매일매일 변동이 상당히 심해. 사실, 매일 이 Varience의 장난에 시달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난 최고 포커 선수들이 대략 1년치에 해당하는 5~60만 핸드 내에서도 (-) EV 결과인 경우도 많이 보았고, 모든 걸 제대로 해도(공부, 그라인딩, 멘탈 유지 등) 일년동안 수익을 하나도 못 낼 수도 있다고 상상을 해 봐. 특히 PLO6 같은 고 변동 게임이나 상대적으로 엣지가 낫고 레이크가 높은(인도 하이스테이크 게임) 환경에서 이러한 경우는 더욱 더 흔하지.

포커 플레이어로서 제일 기본적인 건 볼륨을 채우는 거야. 근데 세상을 여행하면서 볼륨을 동시에 채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프로 포커 선수들이 그라인더라 불리는 이유가 있어 이건 정말 힘든 일이야.

더구나 포커만 잘 플레이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최고의 상태를 유지해야 해. 포커라는 게임은 너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거든. 주 3회 멘탈 코칭 세션, 이론 코칭, 핸드 리뷰를 받아야 하는데, 주당 최대 20시간 정도는 잡아야 하고, 사실 이게 고정적인 휴가/주말이 보장되는 단순한 일주일 근무에 비하면 훨씬 더 바쁜 스케줄이야.

그런데 다른 일보다 일당이 10배를 넘는다면 위에서 말한 모든 희생은 감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 - 조금 더 자세하게 따져보자:

포커로 상위 5%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연간 약 $20-25만불 정도를 벌 수 있어. 단순히 종이에 적힌 숫자만 보면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지. (그리고 갑자기 이전 소득의 10배를 벌게 되면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어)

이 숫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나지 않아. 물론 너가 플레이하는 stake를 높일 수 있겠지만, 그러면 아주 뛰어난 플레이어들과 경쟁하게 되고 상대적인 엣지가 줄어들어. 레이크를 이기는 것은 어려워지고 매일 게임에 대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지. 어느 시점 이후에는 너의 포커 성장세가 급격히 완만해지고 그 이후부터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말도 안되게 어려운 시기가 올꺼야. 비교하자면 프로 스포츠 선수처럼 소수점 단위로의 경쟁이 되는 거지.

하지만 다른 직업(예를 들면 기술자)의 급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반적으로 증가하지. 너의 경험과 경력이 누적되고 축적되거든. 만약 너가 특정한 직업에서 상위 5%의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포커 수입과 비교했을 때에는 훨씬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받을 수 있을꺼야. 실제로 Flipkart에서 50세 이상의 사람들 중 몇몇은 $100만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는데, 이건 인도에서 포커로 15년 이상 노력해서 받을 수 있는 수입으로는 매우 어렵다고 봐야해.

마지막으로, 내가 원래의 직업이었던 제품 관리직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은 삶의 요소들이 그리웠기 때문이야:

1. 똑똑한 사람들과 일하는 것. 분명 나는 포커계에서도 몇몇 정말 똑똑한 사람들과 공부하고 배웠지만, 대부분의 날은 랜덤한 사람들과 게임을 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은 전혀 나에게 지적인 자극을 주지 못했어. (포커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 더 이상 자극적이지 않게 된다는 서두의 내용을 고려해봐. 그렇다면 나는 뭔가 그 이상의 것을 찾아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운거지)
2.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할 때, 무언가 실체가 있는 것을 만드는 것 (혹은 만들었다는 성취감). 10년 뒤에 단순히 은행 계좌에 찍혀있는 숫자 뿐이 아닌, 내가 세상에서 만들어 낸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3. 포커는 매우 외로운 게임이야. 너 자신이 결과에 대하여 전적으로 책임져야 해. 내가 어렸을 때에는 이것이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결국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은 뛰어난 사람들과의 협업과 협동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4. 정신 건강에 대한 걱정. 매 세션 결과는 때때로 네 손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고 그건 아주 짜증나는 일이야. 기본 도파민 수치는 망가져 가고 더 이상 전에 즐겼던 것에 흥분하지 않게 돼. 사실 포커/트레이딩 커뮤니티에서는 이게 꽤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문제 중 하나야.
5. 정치와 네트워킹. 일부 포커 선수들은 이것이 프로가 되는 것의 일부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돈 많은 고래(Whale, Fish)에게 아첨해서 그들의 게임에 접근하는 것이 불편했어. 게임에 참가하기 위하여 내 성격이나 감정을 그대로 들어내지 못하는 것도 싫고. 그냥 내 스타일대로 포커를 치고 싶었을 뿐이지 이러한 정치적인 사항들에 힘을 쓰고 싶지 않았거든. 하지만 이러한 태도와 범헌팅을 거부하는 성향들은 어쨌든 최고의 stake에서 플레이하는데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인도에서의 최고 stake는 모두 사설 게임이야) 내 포커와 인생의 영웅 중 하나인 필 갈폰드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에 대해 많이 쓰고 있으니까 관심이 있으면 한 번 참고해봐

솔직히 말해서, 앞에서 언급한 모든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그라인딩에 꾸준히 투자를 하면 나는 10-15년 안에 세계 최고의 프로 중 하나가 될 자신이 있어. 그러나 현재의 세계 최고들을 만나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수입 그리고 흥망성쇠를 보고 나는 내가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 그런 삶을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개인적으로 내 평생의 20-25%를 이러한 방식의 포커 그라인더로 사는 것이 낭비라고 느껴졌거든.

어쨋든 이러한 것들이 내가 포커에서 떠나는 개인적인 이유들이야. 삶의 우선순위 변화, 재정적인 측면에서의 안정성,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 규제/컴플라이언스 등 다른 것들도 있지만, 이런 내용은 이 글에서는 크게 언급하지 않았어. 프로 포커 선수로의 성공적인 경력에 작별을 고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중대한 결정이지만, 나는 삶은 동적인 여정이며 우선순위는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는 나 자신이 지난 시간 동안 발전했고, 그렇기 때문에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었다고 믿고 싶어.

결론적으로, 나는 포커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데 있어서 매우 근시안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직업의 작은 단점들에 대하여 심사숙고하지 않고, 포커라는 게임에서 매력을 느꼈던 경쟁적인 측면이나 돈에 마음이 끌렸던거지.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여정을 한 것에 대하여는 매우 감사하고 있어. 나는 또 다른 기술을 배우게 되었고,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 아래에서 나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포커는 나에게 수많은 인생 교훈을 가르쳐주었어 - 위험을 정량화하는 방법, 결과 중심이 아닌 예상가치(EV) 관점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 전반적으로 위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감, 자금(뱅크롤) 관리, 정신적인 체력(반복적이고 막대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 인내력 등. 사실 이 내용도 이야기하려면 아예 별도의 글이 필요하겠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하여도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면 언젠간 또 글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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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5 19: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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