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구랑 토토로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A팀과 B팀의 무승부 없는 경기에 대해서 친구는 배당을 설정하고, 난 베팅을 하는거야. (노 레이크)

포커랑 비슷하게 만들어보려고 일반적인 룰과 다르게,

친구가 설정한 배당을 보고 내가 베팅하는게 아니라, 베팅과 배당 공개를 동시에 해야하는 룰이라고 해보자.

근데 내가 A팀과 B팀의 승률을 얼추 알아. A가 80%, B가 20% 정도의 승률을 갖고 있어. 이걸 실제 승률이라고 가정할게.

그럼 실제 배당으로 치면 A는 1.25 / B는 5.00 인거니까, 이게 균형점이야.

원래는 만약 친구가 설정한 배당을 내가 미리 안다면 실제보다 승률이 저평가되어있는(배당이 높은) 팀에 걸면 되잖아?

하지만 이 룰에선 친구가 둘 중 어느팀을 고평가, 혹은 저평가 할지 베팅하기 전엔 미리 알 수가 없단 말야.

이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만약 베팅 총액을 10만원으로 설정한다면 A에 8만원, B에 2만원을 거는거야.

홀덤의 GTO랑 비슷해보이지?

만약

1. 친구가 A 1.20 / B 6.00 으로 배당을 설정했다면, (B를 실제보다 저평가 했다면)

0.8 * ( 1.20 * 8 - 10) + 0.2 * (6.00 * 2 - 10) = -0.32 +0.8 = +0.48 (만원). 즉, 저 베팅 방식으로 4800원의 기대이득을 보는거고

2. 친구가 A 1.70 / B 2.43 으로 배당을 설정했다면, (A를 실제보다 저평가 했다면)

0.8 * (1.70 * 8 - 10) + 0.2 * (2.43 * 2 - 10) = +2.88 -1.028 = +1.852 (만원). 즉, 18520원의 기대이득을 보는거야.

만약 한 팀을 골라 베팅을 했다면, 친구가 그 팀을 고평가해서 배당을 낮게 설정해버리면 난 기댓값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을거야.

내가 균형점(A 80% B 20% 의 승률) 을 알고 균형 전략을 추구하면 친구가 A와 B 둘 중 어느쪽의 배당을 어떻게 조절하더라도 이득을 보는거야.

그리고 두 가지 예시에서 봤듯, 친구가 어느 방향으로든 균형점에서 더 동떨어진 배당을 설정할 수록 내 평균 이득은 올라가.

그렇게 몇 번 게임을 진행하다가 이 친구가 상대적 강팀을 거의 매번 실제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버릇이 있단걸 알게 됐어.

즉, 아직 배당을 알기 전이지만 나는 얘가 A팀에게 1.25보다 더 낮은, B팀에게 5.00보다 더 높은 배당을 줄거란걸 이미 예상해.

그럼 이제부턴 균형점을 맞춘 베팅을 지향하는게 아니라 B팀에 10만원 베팅을 하는거야.

위의 예시를 다시 가져와서 친구가 예상대로 A 1.20 / B 6.00 정도로 배당을 매겼다고 해보자.

0.8 * (-10) + 0.2 * (6.00 * 10 - 10) = -8 +10 = 2 (만원). 이제 균형점을 추구할 땐 4800원이던 기대이득이 한 판당 2만원이 됐어.

상대방이 균형점과 비교해서 어떤 방향으로 벗어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 모를 땐

우선 균형 전략을 쓰다가, 상대방의 벗어난 방향을 파악한다면 익스플로잇으로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거야.

그러니 홀덤에서 균형전략을 공부한다는 건, 애초에 저기서 A와 B의 승률이 80:20 이라는걸 알아가는 과정인거고

균형전략을 쓴다는게 무턱대고 멘징전략인게 아니라,

이득을 극대화하진 못하더라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대방의 전략에 대한 최적 방어전략일 수 있다는거야.

물론 저기서 친구도 균형전략을 써서 배당을 정확히 1.25 vs 5.00 으로 매긴다면, 장기적으로 둘은 영원히 멘징하겠지.

포커랑 완전히 일치하는 게임이 아니라서 일부 실정에 딱 들어맞진 않는 비유들이 있겠지만 알아서 걸러주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