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도 역사를 공부하면 아주 재미있어.
** 한줄 요약 - 포커 토너먼트도 스폰서만 구할 수 있으면 합법 게임이 될 수 있다
고스톱이 우리나라 전통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중적인 것하고 전통하고는 달라. 트로트를 국악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하고 같아. 우리나라에서 전통이라고 할려면 적어도 100년은 되야 한다고 생각해.
화투는 그렇게 오래된 도박이 아니야. 포르투갈 상인들이 일본에 트럼프 카드를 소개했는데, 이게 일본애들 정서나 손크기에 안 맞아서 쪼그많게 다시 그려서 만든게 화투장이야. 그게 언제 한반도로 들어왔을까? 20세기 일제강점기 이후야. 일제 강점기때 고스톱은 아예 생기지도 않았어. 이승만 시대에는 섯다가 유행했고, 박정희 시대에 가서야 고스톱 룰이 도박성으로 개정되면서 도박장에서 유행한 거야.
그럼 제일 오래된 도박은? 쌍륙이지. 이게 뭐냐 하면 백가몬이라고, 주사위를 굴리면서 하는 전략게임인데 페르시아시대에 유행해서 퍼진거야. 페르시아쪽하고 당나라하고 교역이 실크로드를 타고 이루어지고, 이게 신라까지 들어와서 조선시대에도 궁중에서 즐긴 기록이 있어. 드라마 작가들이 쌍륙을 몰라서, 사극에서는 거의 안 보여주고 투호(화살 던지기)만 나오는데, 그런 게임은 한사흘하면 싫증나는 애들 장난이야. 거스 핸슨이 백가몬 프로에서 포커 프로로 전향한 경우야.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오래되고 요즘까지 명맥이 이어진 도박게임이 바둑이었어. 바둑이 삼국시대부터 하기 시작했고, 도박이었다고. 모든 바둑 두는 사람이 다 도박꾼은 아니었지만, 바둑을 두면서 도박 안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지금 골프치는 사람하고 비슷해).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고, 일제 강점기와 해방이후에도 바둑으로 도박을 했어. 작고하신 조남철 9단 회고에 보면, 당시 이웃에서 조9단이 한국에서 바둑을 제일 잘 둔다고 하니까 한국 최고의 도박꾼이라고 수근거렸다는 내용도 있어. 서봉수 국수도 도박 바둑 출신이고.
지금은 바둑이 도박에서 합법 게임으로 바뀌는데 천년이 넘어 걸렸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일본에서 막부가 명인제도를 후원했다고 해도 2,3개 가문 외의 바둑꾼들은 대회로 생계를 해결하지 못했어. 일본기원/관서기원이 메이지 유신 이후에나 신문사 스폰서를 구하면서 바둑을 도박에서 합법으로 바꾸는데 많은 역할을 한 거고, 우리나라도 그걸 보고 따라서 신문사 스폰서를 구해서 합법이 된거야. 만약, 그럴리가 없지만, 바둑에서 스폰서가 모두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음지로 들어가야 해.
포커는 스폰서가 없어. 앞으로도 힘들거야. WSOP의 주요 스폰서가 얼마전까지도 소고기 육포(비프 저키) 회사였어. 사먹어 보니까 맛은 그냥 괜찮아. 현대에는 1) 팬이 티켓을 사주거나 2) 스폰서가 없으면 게임이 합법으로 유지 될 수 없지. 포커를 누가 시즌티켓 사고 구경하고 유료 채널로 방송하겠어. 이건 나가리야. 그럼 스폰서는 어떨까? 삼성이 스폰서를 할까? 나이키나 코카콜라는? 아마 안될 거야.
홀덤의 속성이 본질적으로 기술적 우위를 겨루는 거다 아니다의 논점으로 도박이냐 아니냐가 결정된다는 말은 대부분 맞아. 이건 소규모로 걸렸을 때 법정에서 판사에게 할 수 있는 논리야. 그런데, 사업적으로 합법이 되려면 돈이 어디서 나와야 하고, 그 돈이 참가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면 이건 빼박 도박이야. 법논리로 도박이 아니고, 결국 수익 모델이 도박이 된다는 얘기야. 바둑이 기술 게임이면서도 스폰서 구하기 전까지는 도박 신세를 면하지 못한 거를 보면 알 수 있어.
합법이 될려면 돈을 다른 사람이 내야돼.
2021.01.25 01:07:55
2021.01.25 01:09:30
2021.01.25 01:11:00
1~2줄 읽다보니 다읽게대네..
조은글 +BB
2021.01.25 01:53:22
@스카티
2021.01.25 01:11:30
2021.01.25 01:27:15
그럼 장소도 빌려야 하고, 운영 요원들 일당이나 이런 부대 비용이 많이 들어. 동네에서 도시정도 규모의 작은 대회는 참가비의 상당 부분이 비용으로 나가고 상금도 거기서 나가. 대부분의 사람은 참가해서 상금보다는 자기 ELO(급수 같은 개념)를 올리는 게 목적이야. 애들 대회 같은 경우는 작은 기념품하고 트로피 밖에 안주는 데도 참가비가 있어. 니가 지적한 대로, 체스 토너먼트 주최하는 방식이 체스 대회 방식을 많이 참고한 것 같아.
다만, 국가급에서 국제급 프로 경기의 경우는 스폰서가 없으면 열기가 어려워.
미국쪽에는 수도쿠 대회나 마라톤에도 참가비가 있다는 거는 알고 있어? 무료로 참가하는 대회라는 건 거의 없다고 보면 돼. 미국에서는 소규모 마라톤에 꾸준히 참가해서 상금을 타먹는 사람도 있어.
2021.01.25 02:20:44
@JuanLi
2021.01.25 01:18:05
2021.01.25 01:20:23
2021.01.25 01:30:06
2021.01.25 01:31:20
이런지식은 어디서 알게 됨?
2021.01.25 01:49:37
대회스폰서는 그냥 espn 방송중계 스폰정도 하는게 아닐까?
2021.01.25 04:20:21
@예수
2021.01.25 04:28:09
@말리
2021.01.25 09:32:34
2021.01.25 10:3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