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하고 집에가려다 담배가 없어서 집앞슈퍼에 담배사러 가는데 80은 넘어보이는 할머니가 버스정류장을 묻더라 담배사고 다시 집에 가는데 아까 그 할머니가 다른길로 가고 있길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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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들은 가슴무거워 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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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20:34:36

주차하고 집에가려다 담배가 없어서 집앞슈퍼에 담배사러 가는데

80은 넘어보이는 할머니가 버스정류장을 묻더라
담배사고 다시 집에 가는데 아까 그 할머니가 다른길로 가고 있길래
할머니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하고 동행시작

집이어디시냐고 물으니 러쉬아워 감안하면 승용차로도 족히 한시간은 되는거리

태워드릴까 택시비라도 드릴까 하다가 오바떠는거 같아서 그냥
정류장 까지만 모셔다 드리기로 하고 ㄱㄱ

도보로 10분도 안걸리는 거리인데 걸음이 얼마나 느리신지
내걸음에 맞추면 힘들까봐 일부러 졸라게 천천히 걸었다.

가면서 자꾸 혼자 가도 된다고 그냥 가시라고 근데 가는길에 횡단보도도 건너야 해서 이걸음으론 100퍼 신호에 못건너신다고 판단 끝까지 모셔다 드린다고 함

할매 : 아이고 내 젊은은 다 어디가고 내가 이렇게 망가졌는지...
젊은사람들만 생각하면 고맙고 눈물나고 난 갚을힘도 이젠 없는데
피땀흘려 낸 세금으로 내가 이렇게 먹고 삽니다 ㅠㅠ

상상도 못했던 멘트라 급당황하면서 화제를 바꾸려고 근데 이 멀리까지 어찌오셨나요 몸도 편찮으신데...

할매 : 사실 내가 딸같이 키운 손녀딸이 있는데 이아이가 이제 대학2학년인데 학교를 안나왔다고 그래서...
외동딸 하나 있는거 키워서 시집보냈더니 사위놈이 일콜중독자 였어요 손녀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위놈이 낫을 들고와서 우리딸을.....뒷이야기는 잘못들었는데 차소리도 시끄럽고 할매 목소리도 작고 대충 짐작도 되고

그렇게 할매는 손녀를 홀로 키웠고 손녀도 할매가 엄마인줄 알고 엄마 엄마 하면서 컸다고 하더라 애가 어릴때 부터 너무 착하고 이쁘고 대학가서도 알바하면 꼭 할매 용돈도 챙겨주고.
참 할매가 엄마가 아니란 사실은 대학때 얘기했데 근데 손녀는 그래도 난 엄마다 하면서 엄마 엄마 불렀단다 ㅠㅠ


나 : 네... 아니 애가 학교안나오는데 고등학교도 아니고 할머니가 왜 학교에 까지 오셨어요

할매 왈 재학증명서가 있어야 구청에서 등록금을 지원해준다고 연락이 와서 손녀에게 얘기했더니 그뒤로 집을 안들어오더래 전화해도 연락도 안받고 일주일 됐다는데 하도 답답해서 교수님한테 연락했더니 만나서 얘기하자 해서 우리집 근처에 있는 학교에 온거라더라.

교수님왈 수강신청도 안해서 휴학처리도 안되고 이대로 가면 그냥 재적처리
밖에 못한다는 답변을 듣고 왔단다.

할매는 이제 한학기 남았는데 졸업해서 취업이라도 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한데 지금은 그저 연락이라도 좀 됐으면 좋겠다고..
어릴때도 남들 다가는 놀이동산 햄버거집 한번 못데려가고 그래도 참 착하게 크고 혹시라도 집에 못들어오면 엄마 오늘 못들어간다고 연락 꼬박 오던애가 일주일째 연락이 없으니 답답해 죽을거 같다면서 울컥 거리시는데

아....

이건뭐 내가 뭐 어찌 도울방법도 없고

일단 기다려 보시라고 휴대전화 배터리는 계속 켜저있으니 잘못되지는 않았을거라고 안심시키고 혹시라도 연락오면 학교 안가도 좋으니 집에 오라고 말하라고 했다 할매도 그러겠다고 하고

버스정류장에서 아이고 젊은양반 어머니는 참 좋겠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자식을 두시고

그말듣는데 울컥하더라 나이처먹고 나이값도 제대로 못하고 효도한번 못했는데

버스오는거 태워보내면서 조심히 들어가시라 하고 인사하니 고맙다고 몇번이나 인사를 하시던지..

제발 손녀딸 무사했으면 좋겠다. 할매도 오래오래 사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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