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이 서울을 덮은지 3년 후, 외부인의 발길이 사라진 명동. 모든 것은 먼지가 되어 사라졌고 더위에 엿가락처럼 늘어진 콘크리트와 철근 구조들많이 어지럽혀져 있는 곳. 먼지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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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4 14: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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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이 서울을 덮은지 3년 후, 외부인의 발길이 사라진 명동.
모든 것은 먼지가 되어 사라졌고 더위에 엿가락처럼 늘어진 콘크리트와 철근 구조들많이 어지럽혀져 있는 곳.
먼지들이 바람에 날아가는 새벽이 되면 부엌에 바퀴벌레들이 모습을 보이듯, 마스크를 쓴 생존자들이 구겨진 지하도 밑으로 걸어 내려갔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오늘도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었다

 

현재 이 곳을 지배하는 "그 자"가 오기 전까진 무자비한 약탈과 살인,강간이 일상이였지만
그와 그의 충실한 심복이 오고 나선 모든 것이 그들의 법대로 이루어진다.
식료품을 얻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텍사스 홀덤'  걸 것이 없는 자는 인생을 걸어야 한다.
호기롭게 먹을것을 구하려다가 인생을 빼았긴 자들은 정신 나간 미치광이들처럼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며

이 주변을 배회하며 도박을 할 사람들을 모집한다.
"트..트래픽..올려야해...글...6레벨.."
그 끔찍한 광경을 뒤로 한 채, 반듯하게 녹아내린 콘크리트를 테이블삼아 자리에 앉았다.


희미해져 가는 딸 아이의 목소리를 반기며 딸을 안아주고 허물어진 집 밖을 나오면서 다짐을 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오늘은 꼭 아이의 약을 가져가겠다고.

 

"이 중에서 4명안에 들면 약을 줄게" 라고 속삭이던 그 자의 말을 듣고 여기까지 오는데 3달이 걸렸다.
중간에 식료품이 떨어져 한쪽 눈을 내어줬지만 앓아가는 딸 아이의 모습에 카드는 더 뚜렷하게 보였다 

그동안 모았던 식료품을 옆 테이블에 모두 올려두고 "여기 카드"라는 말과 함께 주변을 둘러봤다.
이제 6명이다. 두명만 보내면 딸 아이를 살릴 수 있다.

 

초췌한 시선에 초점이 없는 딜러가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며 구겨진 카드를 나눠줬다.
콘크리트 밑으로 허리를 구부려 카드를 슬쩍 들추고 곁눈질을 했더니 T3o였다.
처음 숨을 돌릴 수 있을 정도의 패. "폴드"를 외치고 지켜보기로 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허름한 차림의 늙은 남자가 한참 눈치를 보다가 떠는 손을 자기 식량에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토..통조림 2개"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첫 핸드부터 통조림 두개?? 가만있어봐, 저 사람 올인 이잖아?"
줄줄이 폴드를 하고 블라인드로 초코파이를 낸 젊은 남성이 눈치를 보던 그 남성을 뚫어지게 지켜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을 꺼냈다.
"...첫판부터 그래도 되겠어요? 좋아요 콜!"
그 남자는 웃으면서 KK를 보여줬다. 늙은 남자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손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딜러가 중얼거리며 패를 깠더니 77이였다.
이윽고 딜러가 한장씩 카드를 오픈한다. 늙은 남자는 떠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제발7..제발7.." 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카드는 금새 모두 오픈 됐고 주변 사람들이 술렁거리며 늙은 남자를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끝났네. 끝났어.."
중얼거림을 멈춘 딜러가 한 사내를 불렀다. "조진님 데려가세요. 유머게시판"
"뭐? 유머게시판 이라고? 거긴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저사람 안됐네. 쯧쯧"
술렁이던 구경꾼들이 늙은 남자를 데려가려는 사람들이 오자, 아무 말 없이 조용해졌다.
"안돼! 이건 조작이야! 제발..제발..안돼!" 중년 남성이 울부짖으며 어둠속으로 끌려갔다.

 

고요해진 지하도 안, 딜러가 말을 꺼냈다. "계속 하시죠"
이제 정말 한명 남았다. 한 명만 보내면 딸과 행복한 날들을 꿈꿀 수 있다.
별 다른 수확 없이 2시간쯤 지나고 블라인드로 내는 식량에 초조해질쯤, 내 핸드에 AA가 보였다.
들뜬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리는데 앞 사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자기 핸드를 보고 바로 폴드를 하던 언더더건 자리의 남자. 한참 고민을 하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올 인"
"나도 올 인!" 바로 옆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남자를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주변이 다시 술렁거린다.
둘의 식량은 비슷해 보였다. 내 식량쪽을 봤더니 내가 훨씬 많았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별볼일 없는 아저씨는 폴드를 했고 스몰 블라인드에 앉아있던 우락부락한 남자의 차례가 다가왔다.
"...이 사람만 폴드하면 되는군.."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올인을 한 둘을 나란히 보더니 말을 꺼냈다. "크하하하하..!! 재밌군 재밌어! 이 맛에 하지 나도 올 인!"
구경꾼들이 크게 환호했다. 그는 부자였다. 식료품은 물론 구경하기도 힘든 기름을 판돈으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손이 떨렸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쩌지? 3달을 참아왔는데, 3달을 어떻게 버텨왔는데.. 이대로 진다면 나는 딸 아이를 못보게 된다."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불안함에 속이 울렁거린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휩쓸고 지나간다.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를 맴도는 중에, 딜러가 소리쳤다. "카운트 하겠습니다. 20...19...18..."
초조함에 중년 남자처럼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와중에 집을 나오면서 했던 딸 아이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빠! 오늘도 아프지말고 꼭 돌아와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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