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기다리게 해서 죄송. 이어서 갑니다. 비트 주세요. ---------- 담배를 피며 약간의 정적이 흘렀고, 몇 모금 담배를 빨고 내가 말을 이어 갔다. - 불금이라 택시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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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5 13:53:34

형님들 기다리게 해서 죄송. 이어서 갑니다.

 

비트 주세요.

 

----------

 

담배를 피며 약간의 정적이 흘렀고, 몇 모금 담배를 빨고 내가 말을 이어 갔다.

 

- 불금이라 택시 잡기 어려운 건 알았는 데 이 시간까지 안잡히네요

 

- 여기 원래 택시 잡기 힘들어요. 

 

- 그 쪽도 택시 기다리는 건가요?

 

- 아뇨 그냥 앉아서 담배 피는 중이었어요.

 

- 친구 기다리나봐요?

 

- 아뇨. 친구는 아까 헤어졌구요. 그쪽은요?

 

하면서 베시시 웃더라.

 

- 나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2차까지 갔다 헤어지고 택시 잡던 중이었어요. 

 

하고 나도 싱긋 웃었다. 

 

친구 먼저 보내고 통화하면서 담배 몇 대 피고 집에 가려고 생각 중이었단다.

 

난 택시 잡기도 힘든데 1-2시간 근처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기다리는 게 어떠냐고 직구를 던졌고,

 

그녀는 '나쁘지 않죠' 하고 OK로 답했다.

 

 

최대한 근처에 있는 술집을 찾아가다 근처 이자까야에 들어가니 5시까지 영업이란다.

 

콜하고 이인석에 자리를 잡으니 주변에는 우리 테이블을 제외하고 한 테이블에서 남녀가 껴안고 있더라.

 

 

통성명을 하고, 소소하게 호구 조사를 진행했다.

 

처자의 이름은 이니셜이 ㅇㅇ였다.

 

인서울 여대에 다니고 국문과에 4학년. 스물다섯이라길래 휴학 많이 했네요, 하고 답하니 잘 놀러 다녔단다.

 

그쪽은 몇 살이에요, 물어보길래 내가 나이가 너무 많네요, 하고 웃으니 왜왜, 나는 말했는데 하고 보챈다.

 

몇 살 같아 보여요? 물으니 많아도 서른 초반? 하길래 그렇게 봐주니 고맙네요, 하고만 답하니

 

아니 막 열살 이상 차이나거나 그런건 아니죠? 하고 농담이라는 듯 웃는다.

 

난 속으로 뜨끔하며 오 리딩 쩌네 하고 놀랐지만, 아니에요, 서른셋이에요. 하고 씬한 블러프로 답변.

 

 

나는 오랜만에 휴가차 한국에 지난주에 들어왔다고 얘니하니, 자연스레 어디서 일하시냐고 물었고,

 

말해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던데? 파푸아뉴기니 라고 들어봤어? 말하니

 

오 들어봤어요. 정글의 법칙에 나온 곳 맞죠? 하고 답하면서 호기심을 보인다.

 

 

여러모로 대화가 잘 통했다. 여행 얘기, 전공,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자까야에서 삿포로였나, 가벼운 안주와 함께 삿포로 생맥을 두 잔씩 했고, 잔이 다 빌 때쯤 가게 마감 시간인 다섯시가 다 되어갔다.

 

나는 마감시간 다 됐다고 하네요, 나가자 하고 먼저 말했다.

 

우리는 나와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냈다. 

 

난 아까 처음 만났을 때 라이터가 없다고 했으니 대기하고 있는데 ㅇㅇ가 가방을 한참을 뒤적거린다.

 

난 주머니에 있는 라이터를 꺼내며 ㅇㅇ의 담배에 불을 붙이는 동크벳을 했다.

 

- 라이터 있었네요?

 

- 그럼. 아까 너한테 말 걸려고 그냥 없다고 한거야.

 

- 아, 그런 것 같더라

 

하고 웃었다. 우리는 어느 정도 서로의 패를 살짝 살짝 까고 있었다.

 

 

우리는 대로변으로 걸어가면서 서로의 집 방향을 물었다.

 

ㅇㅇ 은 숭실대 근처라길래, 어 나는 신림동 쪽이야 하고 이웃사촌 모드로 ㄱㄱ

 

 

서로가 호감은 있는듯 하나 오늘 쇼부를 보려면 술집에서 더 뭔가를 쌓았어야 했는데

 

그러진 못했고, 오늘은 걍 깔끔하게 헤어지고 다음을 기약하자는 생각이었다.

 

 

우린 택시를 탔고 그녀가 먼저 내리고 내가 내리는 코스.

 

차안에서 ㅇㅇ은 훨씬 말이 많아졌다. 택시를 타기 전까지는 서로가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젠 걍 서로 첵/첵 하고 집으로 가닌 길이니 걍 편안한 상황이여서 그런듯.

 

- 오빠 BTS 노래 잘 알아요?

 

- 아, 이번에 Fake Love 빌보드 진입한 거 말고는 몰라. 멤버 이름도 모르고.

 

알고 보니 방탄소년단 씹덕이더라. 근데 얘가 국문과인데 현실적인 꿈은 방송작가, 하고 싶은 일은 노래 부르는 거란다.

 

내가 BTS는 걍 SNS로 뜬 아이돌 아님? 이라고 던지니, 욱 하면서 막 변호를 하는게 귀엽더라.

 

그러면서 얘네 이 곡들은 꼭 들어봐야 한다면서, 리스트 보내줄테니 듣고 감상 말해줘요, 오빠도 좋아할걸? 하고 다음이라는 여지를 남겨둔다.

 

 

그렇게 쉴새 없이 재잘거리는 시간이 흐르고 ㅇㅇ의 집 앞에 도착했는데 

 

뭔가 아쉬운 맘에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우리는 담배 한 대를 더 태우며 잡담을 나눴다.

 

 

잡담 중에 영화 얘기가 있어서, 내가 혹시 서치 봤냐고 물어봤다.

 

봤다고 하길래, 어떤 새끼가 오늘 스포를 해서 난 안 볼 생각이라고 말하니

 

- 음 그거 결론을 알아도 영화 연출, 구성적인 면에서는 볼만 할 것 같은데. 오빠도 애플 쓰니까 볼만 할 거에요.

 

하고 던지더라. 이 얘기 듣고 방탄소년단 노래 얘기도 걸러야 되겠구나 싶더라. 낚일 뻔 했네.

 

카카오 택시를 불러놓고 담배 한개피씩을 피웠다.

 

- 오빠, 아까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심심했는데 덕분에 즐거웠어요. 출국 전에 또 봐요.

 

- 응 나도 덕분에 즐거웠어. 다음엔 동네에서 보자

 

하고 집에 돌아옴.

 

 

글 적고 보니 조금만 더 당겼으면 홈런각인가 하는 생각 들어서 아쉽긴 했지만,

 

10개월 동안 여자랑 대화 한 번 안해보다 나보다 열살 어린 친구랑 즐겁게 얘기한 것만으로도 원기 회복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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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글 싸지르다 말아서 죄송 ㅋㅋ

그래서 처자 카톡 프사 중에 하나 올림. 사진은 개인 신상 고려해서 잠시 후 펑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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