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끝났다. 이 여행을 시작 하기 전부터 포고에 글 쓰기 시작해서 걔중에 몇 개는 추게도 올라가고 했던 것 같은데 벌써 한달이다. 내일이면 내 해외 생활도 끝이다. "선생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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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9 03: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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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났다. 

이 여행을 시작 하기 전부터 포고에 글 쓰기 시작해서 

걔중에 몇 개는 추게도 올라가고 했던 것 같은데 벌써 한달이다. 

내일이면 내 해외 생활도 끝이다. 

 

"선생님, 저는 벌써 13살인데 작년 생일이 어제 처럼 느껴져요. 생일이 앞으로 몇번이나 올지 모르겠지만 80번 정도 더 찾아오면 저도 죽지 않을까요? 시간이라는건 참 빠른 것 같아요" 

 

내가 초등학교 때 부터 가진 의문 이었다. 

시간이란 참 빠르다. 나이를 먹을 수록 더 가속도가 붙어간다. 

13살. 그때부터 벌써 10년이 훨신 지났다. 

 

'아직 생일이 스무번도 더 안찾아 왔단다.' 

 

이렇게 생각하면 또 긴 것 같기도 하고. 

 

해외에서의 시간은 특별하다.

 

나이가 들어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건, 이미 살아온 삶에 대한 기억들 때문이다. 

어제와 내일이 비슷하고, 올해와 내년의 사랑이, 10년 후 친구와 가족들이 변치 않으리란 뻔한 예측들. 성공의 기쁨과 실패의 절망을 알아가는 나이가 되면, 앞으로의 시간들은 새롭게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들로‘포개져’버린다. 그러니 시간은 점점 더 빨라질 수밖에. <다른 남자> 백영옥. 

 

모든게 새로운 경험 이었다. 호텔 앞의 편의점을 가더라도. 근처 이름 모를 술집에 처음 들어가더라도. 돌아보면 한달은 빨랐지만, 신기하게 어디서 무얼 먹고 뭘 했는지는 전부 기억에 남아있다. 한국이었더라면 매일 같은 일상 중 하나 였기에 금방 잊혀져 버릴 것도 하나 하나 기억에 남아있다. 여기 글로도 남겼었고, 찍은 사진도 수백장이니 아마 내가 죽어 눈 감기 전까지 기억에 남아있겠지. 

 

여행이 지속되며 나는 유명한 관광지라던가, 아름다운 명소라던가에는 원래부터 그랬지만 도저히 흥미가 생기질 않아 방문 하지 않았다. 특히 도쿄에서. 

 

도쿄는... 진짜 최악. 절대 다시 가고 싶지 않다. 

실제로 카부키쵸를 조금 돌아다니고, 신오쿠보에서 한국 음식 먹은 것 말고 5일동안 죄다 호텔에 틀어박혀 있었다. 

도시라는게 원래 이런걸까. 부외자에게 무관심하고, 자기 삶에 치여 차가워 지는 그런 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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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외로웠지만 일본에 와서 더 더욱 외로웠다. 

외국이니까 당연한거 아니냐고? 

아니

한국에선 원래가 외로웠었다면

여기서는 엄밀히 말해 외롭지 않았다. 

 

단지.. 아는 사이가 되고, 친해지고, 서로 사랑하고 싶어지더라도

내일이면 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나니까. 이제 만나지 못하니까. 그 사실이 나를 미치게 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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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후쿠오카에서 만났던 고토씨. 

 
"우리, 한달 뒤에 다시봐요. 어차피 후쿠오카 공항에서 돌아가니까 8일에는 무조건 다시 옵니다." 
 
"오케이! 그때는 제가 사드릴게요. 약속" 
 
이러고 어떻게 됐냐고? 
실제로 다시 만나 방금까지 같이 술먹다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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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후로 약 10일간은 이렇듯 그간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보는 약속의 연속 이었다. 쿠마모토에서도, 교토에서도, 나가사키에서도. 

모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다시 만났다. 

 

이게 너무 괴로웠다. 지금 돌아가면 앞으로 몇 년 간은 못볼텐데. 다시 외톨이 일텐데. 이 사람들을 더 알고 싶어. 사랑을 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겁쟁이라서, 그들을 대리고 올 수도, 내가 일본에 가겠다고 마음 먹을 수도 없이 우선을 모국으로 돌아갈 뿐이다. 

 

어제까지 정말 하루하루 힘들었다. 다시 만나기로 한 사람들을 보러 간 약속 말고는 좌다 호텔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안했다. 해외에서 시간 아깝게? 

아아.. 나는 이미 뭘 봐도, 무엇을 먹어도 행복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공허감을 채워줄 사람이 중요했을 뿐. 

 

줄곧 생각했다. 

누가,  도대체 뭐 때문에 이 여행을 지속하게 했는가? 사실 오사카에서 지갑을 잃어버려 대사관에 들렀을 때만 하더라도 바로 다음날 귀국 예정이었다. 

 

그랬던게 또 어떻게 경찰서에서 지갑을 찾아, 교토에 가서 또 사람을 만나고, 다시 도쿄에도 가보고, 교토에서 약속했던 사람과 다시 만나고. 이렇게 큐슈에 돌아와 쿠마모토, 나가사키, 후쿠오카에 또 한번 방문하기까지. 운명의 신이 있다면 내게 무엇을 바랬던 걸까? 

 

나는 이 나라에 살고 싶다. 

그치만 지금 일하던 직장을 포기하고 넘어가봤자 아르바이트 전전의 프리터 밖에 안돼. 

우선은 대학에 가자. 생활비는 알바로 충당하고. 

그래, 대학에 다시 가자. 

 

건축, 토목 관련해서 전문 지식을 배우고 싶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면서 항상 원청 직원들이 부러웠었다. 보장되는 워라벨과(우리같은 하청 노동자에 비해서) 존중 받는 직위.. 

원래 문과라서 다시 대학에 간다고 하면 이것들은 전공하기 위해 과학이니 물리니 수학2니 죄다 다시 배워야 하지만 

 

어찌되었든 인간은 '본인이 마음 먹은 대로 살아간다' 

나도 일본에 오기로 생각 했었고 

그 생각이 씨앗이 되어 실제로 일본에 왔다. 

이게 또 힘들고 과로웠지만 

 

결국에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었다.

한 달 간의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그날 뿐의 인연으로 앞으로 다시 볼 수 있을 지 어떨지 모르겠다. 

이 사람들을 만나서 좋았던 여행이라기 보단 결국에 남는 것은 헤어짐 뿐인 공허함 이었고 

 

최종적으로 나를 바꿨다고 할 만 한 것은 역시 배움에 대한 욕구를 가지게 해 주었다는것? 일본에서말이다. 

 

이 나라에 살고싶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배우고 싶다. 

 

10년 후를 생각해 보면, 앞으로 생일 10번인데 

오늘의 이 생각, 결정이 앞으로의 인생을 크게 바꿔 놓을 분기점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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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가고싶다. 이 생각을 가진 후 부터 불안과 걱정이 없어졌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 

준비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 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일본에 다시 올 때쯤 모아 뒀던 돈도 다 쓰고 말 것이고 빈털털이 일 것이다. 

 

그래도 인간은 역시 삶에 목표가 있어야 나아 갈 수 있는 동물인가.. 

이 말도 안되는 목적이 생김 으로서 다시 나아갈 길이 보이고 

불확실한 일본에서의 미래를 흐뭇하게 망상하고 있는 내가 있다. 

 

이태껏 만나 친구가 되었던 14명의 일본인들아 

 

じゃね、また会えるかな?また会いましょう。きっ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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