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줄 곧 내 삶을 나만의 언어로 조각 하고 싶었다. 그렇게 정말 무작정 일을 그만두고 떠난 일본도 이제 곧 한달째. 이번 여행은 무척이나 외롭고, 고독했지만 하나 얻은것도 분명...

mobilebanner

조회 수 3274

추천 수 15

2023.05.04 01:37:18

 

mqdefault.jpg

 

나는 줄 곧 내 삶을 나만의 언어로 조각 하고 싶었다. 

그렇게 정말 무작정 일을 그만두고 떠난 일본도 이제 곧 한달째. 

이번 여행은 무척이나 외롭고, 고독했지만 하나 얻은것도 분명히 있다. 

세상에 부딛힌 자기 자신의 흔적을 보기 전 까지 

우리는 우리 자신을 결코 제대로 알 수 없다. 

 

홀로 떠난 여행에서 나는 나 자신의 고독감과 외로움을 정면에서 매일 같이 마주 할 수 있었다. 어렴풋이 존재를 느끼기만 했던 그것들이 이제는 확연하게 눈에 보인다. 

누군가와 친해진들 나는 어차피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갈 남자다. 당장 내일이면 일본의 다른 지역으로 떠날 놈이다. 이 사실이 매일같이 괴로웠다. 

특히 남녀 관계에서는 더더욱.. 

 

차라리 내가 이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네가 한국에서 태어나 우연히 다른 형태로 만났더라면. 아무리 바라고 바래도 이미 어쩔 수 없는 일들이다. 

나는 겁쟁이라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나라, 직업, 꿈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넘어오라고 말 하지도 못했고, 반대로 내가 모든걸 포기하고 일본에 넘어갈 결심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녀들은 내 인생에서 잠시 불어온 바람처럼 스쳤다가, 금방 사라져갔다. 

 

64B3FFED-D875-4189-B84E-C293D1334E4B.jpeg

 

니코루, 04년생 대학교 1학년인 여자애다. 

만나는 동안 내내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이 어려진 기분이 들었다. 

계속 공부만 열심히 하던 얘라 그런지 이런 쪽은 전혀 연이 없어보이는 아이였다. 

첫 만남은 교토 클럽에서였다. 

 

"하하하 그 가면은 뭐에요" 

 

"...횻토코.. " 

 

4418DB81-851A-410F-9F33-8A2075E4F934.jpeg

 

술은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마법의 묘약이다. 인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는 부분을 마비시켜서 보다 동물적으로 바꿔준다. 

당시도 거의 만취 상태라, 몇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금방 손을 붙잡고 있었다. 

 

"이거, 돌맹이 한번 만져봐." 

 

나는 내가 아오시마에서 주워온 돌선생을 내 손 위에 놓고, 니코루의 손을 그 위에 포갰다. 

 

"이돌은 지금까지 나랑 계속 함께한 놈이야. 여기는 정말 많은 추억이 담겨 있어. 자, 이걸로 니코루의 추억도 함께야." 

 

맨정신이면 도저히 저런 멘트 못한다. 앞으로 딱 한모금이면 토할 정도에서 멈춘 아슬한 만취 상태라 가능했다. 

 

"니코루는 지금 대학생?" 

 

"네! 교토 대학은 아니지만... " 

 

"학부는 무슨 학부야?" 

 

"문학부에요!" 

 

아.. 문학부구나. 

나는 안주머니에 항상 넣어두고 틈틈히 읽었던 책을 이 아이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거, 나는 다 읽은건데 너 줄게. 나중에 다시 돌려줘." 

 

"네? 정말 받아도 되요?" 

 

"응. 자, 여기 다른책도 들어있어. 봤지? 싼거니까 부담 안가져도 돼" 

 

"오빠 고마워요. 꼭 돌려줄게요" 

 

이러고 우리는 맞잡은 손을 잠시 풀고 새끼 손가락 걸고 언젠가 다시 만나기로 약속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정말로 다시 교토에서 책을 돌려받았다. 이때는 낮에 만나서 데이트 분위기 물신이었다. 

 

"아.. 여기 식당 위험해요" 

 

"왜?" 

 

"교수님, 저기. 들키면 조금 곤란해져요. 일단은 장학 프로그램이 있어서 올바른 이미지를 유지해야..." 

 

ㅎㅎㅎ 와.. 진짜 새내기구나. 그냥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한국에 숨겨뒀다 재회한 배다른 친오빠라고 소개할게." 

 

0D2C6299-3748-4F2E-8D3F-8D52A5780A4B.jpeg

 

6F0EF80D-031A-4FD3-958F-5F56E764B41F.jpeg

 

교토, 리츠메이칸대학. 꽤 공부 해야 들어가는 대학이다. 일본 내 인식을 한국으로 따지면 서성한에서 중경외시쯤? 

 

우리는 그렇게 캠퍼스 내부에서 둘 만의 시간을 즐겼다. 

내년이면 한국으로 유학 온다는데 

하하 뭐 책도 돌려 받았고 

얘는 이제 한국나이로 20살이라 그때쯤 되면 나같은 한남은 이미 기억에서 잊혀지겠지. 어느쪽도 적극적인 대쉬 없이, 그냥 그렇게 끝났다. 서로간의 호감은 분명 했지만. 

 

 

 

쿠마모토에서 만난 리나도 특별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던 쿠마모토. 

제일 좋아하는 가게에 다시 들어가니 벌써 3주나 지났건만 얼굴만 보고 다들 방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이날은 뭔 배짱인지 밤 새고 바로 다음날 아침에 나가사키로 올라갈 계획이었다.

호텔도 예약 해 두지 않았다. 

새벽 두시에서 세시 쯤, 이미 나는 만취 상태였고 

옆에서 대화하던 여자애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정신없이 대화를 주고 받던 중 

 

고개를 돌려보나 다른 사람이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있던 여자애. 나보다 한 살 어린 리나였다. 

우리는 둘 다 취해 있었고 

가게가 끝나는 분위기라 슬슬 다들 집에 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짐은 역 앞 코인 로커에 넣어두고 몸만 온 상황에, 리나쪽에서 먼저 제안이 왔다.

 

"그러면, 우리집에 갈래?" 

 

"진짜? 살았다. 나 어차피 갈대가 없어. 홈리스입니다 오늘 한정" 

 

그리고 택시를 탄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중간중간 필름이 끊긴 것 마냥 흐릿했다. 

집에 도착하자 리나는 나에게 자신의 반바지와 티를 입으라고 주었다. 

 

"이거. 괜찮으면 입어. 샤워 할래?" 

 

"아아.. 무리. 갈아입고 먼저 잘게. " 

 

"응. 그러면 나는 샤워 하고 올게. 안방에 침대 써도 돼. 나는 여기서 자면 되니까." 

 

"고마워. 그럼..." 

 

이러고 대충 갈아입고 참대에 들어갔다. 

그 와중애 여자애가 잠자는 침대라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뭐 어쨋든 아무래도 좋았다. 너무 취해있었다. 

그리고... 

 

샤워를 마친 리나가 침대 속으로 들어왔다. 

 

'?? 진짜??? 여기서???? ' 

 

머리속엔 온통 물음표로 가득 한 상황에 

 

A32AFC52-56CD-4B0E-A8A1-8EF37A017225.jpeg

 

했다.. 이거는 안 할 수가 없었다. 

타인의 체온이란 정말 좋구나. 

 

B2396EF7-0CA2-418D-897A-BB1AF4A980F3.jpeg

아침에 일어나니 내 손은 가슴에 올려져 있었고 대략 이런 상황이었는데 

아... 

다시 했다. 

 

"쿠마모토앤 얼마나 더 있을거야?" 

 

"내일, 아니 오늘부터 나가사키." 

 

"이게 싫어. 어다서 누굴 만나도, 금새 다시 이별이라는게." 

 

"이대로 안에 해버리면? 같이 한국까지 따라 가야 하게 되는데" 

 

위험했다. 

 

"... 무슨 소리하는거야. 한국의 아줌마라고 불리고 싶어?" 

 

"크크크 ... 농담"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다시 얘를 재우고 

밀린 설겆이 거리를 정리 해주곤 

짧게 작별 인사 후 그렇게 리나의 집을 나왔다. 

 

"돌아가기 전에, 샤워좀 할게" 

 

"응. 세탁기 위에 수건 있어. 그거 쓰면 될거야." 

 

지금은 나가사키. 

FE490B7C-E9A4-44D9-9775-9ED6EA9BA849.png

 

골든 위크의 첫날. 모든 호탤이 만실이었다.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도저히 노숙은 힘들 것 같고 

겨우겨우 러브호탤 하나를 찾아서 혼자 들어와 자기 전 글을 쓴다. 리나의 집에선 오늘 아침에 나왔고, 내 머리에선 지금도 

리나랑 똑같은 냄새가 나고 있다. 

 

스크랩

bookbanner

댓글 수

 

20

2023.05.04 01:44:46

2023.05.04 01:49:04

@김흥태

2023.05.04 01:47:53

2023.05.04 01:49:37

2023.05.04 01:56:23

2023.05.04 09:49:54

2023.05.04 11:03:31

2023.05.04 11:33:07

@위닝승타치

2023.05.04 15:46:55

2023.05.04 11:45:14

2023.05.04 12:54:56

2023.05.04 19:43:23

댓글 작성은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클릭 시 로그인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글 수

 

24

제목

글쓴이날짜
2024-04-30
2024-04-27
2024-04-21
2024-03-07
2024-02-09
2023-12-19
2023-10-01
2023-09-05
2022-10-28
2022-05-04
2022-02-08
2019-05-17
2023-05-09
2023-05-04
2023-04-25
2023-04-23
2023-04-20
2023-04-17
2023-04-14
2023-04-08
2023-04-07
2023-04-05
2021-11-10
2021-09-15
2020-10-30
2020-09-01
2020-08-30
2020-08-27
2020-08-25
2020-08-25
2020-08-24
2020-08-22

검색

Copyright 2014. Pokergosu.com all rights reserved.

SUPPORT : [email protected]

한국 지역 게시글 중단 요청 : [email protected]

마케팅 대행사 - (주)에브리봇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369 12층

POKERGO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