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경 여느때와 다름 없는 여름날의 한 때였다. 거리에는 쓰르라미 소리가 울려퍼졌고 부둣가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한창 이던 때, 이제는 익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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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7 14: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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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경 

여느때와 다름 없는 여름날의 한 때였다. 

거리에는 쓰르라미 소리가 울려퍼졌고 부둣가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한창 이던 때, 이제는 익숙 해질 대로 익숙해진공습 경보와 함께 

이 날 나가사키 상공 500M에서 미군에 의해 투하 된 원자 폭탄이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폭발했다. 

일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반짝’ 

하는 섬광과 함께 

폭심지 주변의 사람들은 불과 수 초 만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중심지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사람들도 폭탄의 위협에서안전 할 수 없었다. 

초속 수백km의 속도로 열풍이 들이 닥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파괴 했다.

길거리의 초목도,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도, 사람들을 구해야 할 경찰서, 소방서, 병원 같은 관공서도 모두 불타 올랐다. 

 

‘앞으로 75년간 초목이 나지 않는다‘ 라고 일컬어진 이 땅에 

8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내가 서있다.

 

 평화 공원은 지금에 와서는 끔찍 했던 원폭의 참상 따위 언제 있었냐는 것 같이 이름 그대로 평화로웠다. 

 

‘그래도 살아 가야 한다’ 

 

분명 이땅의 사람들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수 십년이고 이어져 와 달성한 성과이겠지.

직접 원폭 자료관에 방문해 남아있는 사료들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나로서는 감탄과 동시에 표현 할 수 없는 경외감에 휩쌓일 수 밖에 없었다. 

 

나가사키는 이런 도시다. 

끔찍했던 과거의 대 사건이후로 지금까지 쭉 

이곳의 사람들 내면에는 누구보다 강한 ’삶‘ 에 대한 의지가 대에 대를 이어 내려오고 있다. 

나 또한 여기 머무는 동안 몇 번이나 그들의 긍정적인 에너지에 도움을 받아왔는지 모르겠다. 

 

이번 여행은 전혀 계획 따위는 없는 그때 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일 뿐인 엉터리 여행이다. 정말이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던 것은 분명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도와주었기 때문이리라. 확률 적으로 말이 안된다. 나가사키 성당에서 울며 기도한걸 조금이라도 들어주신걸까? 

신은 언제나 그렇듯이 다양한 얼굴로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토루씨와의 만남 역시 100퍼센트 완전한 우연의 산물이다. 늘 그렇듯 시내를 둘러 보던 나는 성당에서 기도를 마치고호텔 방면의 노면 전차에 타고 돌아가던 도중이었다. 

 

‘엇, 여기가 아닌데’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낯선 이국의 노면 전차 노선 따위 한국인인 내가 알 리가 없었다. 

 

‘...뭐 괜찮아.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여행이다’ 

 

라고 기분 가볍게 생각하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정거장에 내렸다. 뭐가 있나 하고 구글 맵을 켜 보니 일본에서 제일 오래된 아치형 다리가 걸어서 3분 거리에 있었다. 

다리 자체에 특별한 감상은 없었다. 

 

‘...배고파’ 

 

매일 같이 오후 늦게 일어나서 점심을 통 먹지를 않았던 나였기에 극심한 공복 상태였다. 그 상태로 성당에 들렀다리 원폭 중심지에 들렀다리 하고 돌아가던 길이었으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배가 고팠다. 

 

[가덴] 이라는 처음 보는 가게에 들어갔다. 

간판에서 보기에 스테이크를 팔 고 있는 웨스턴 펍 같은 분위기였다. 

 

‘앗, 신발은 벗어 주세요’ 

 

가게는 특이하게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였고 나무바닥의 위에 의자와 아이리쉬 펍 특유의 일자형 테이블이 있는구조였다. 

이런 인테리어는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었기에 들어 오자마자 대 만족이었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은 모두 하나같이 맛있었다. 이것 저것 먹었구나.. 버터 굴 구이, 카레 짬뽕, 안심 스테이크. 

 

사토루씨는 이 가게의 사장이었다. 코 아래 부분은 면도 하고 턱에만 덥수룩 하게 기른 수염이 인상적인 덩치 큰 남성이었다. 

 

‘사토루씨, 라면 집도 하고 있어요?’ 

 

‘네, 지금 3개 정도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한국 좋아해요. 빅뱅. 삼겹살.‘ 

 

동시에 뉴스에서는 총리대신을 겨냥 한 폭발물 테러 관련 내용이 송출되고 있었다. 

 

’일본은 역시 위험하네요. 아베 총리도 그렇게 죽었고. 저거, 오늘 일인가요?‘ 

 

’그렇죠? 위험합니다. 조심 하는 편이 좋아요. 아마 수일 전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대로 폭탄이 제때 터졌다면 그야말로 대 사건이 될 뻔한 일이었다. 마치 드라마 속 목격자가 된 듯한 이상한 기시감에휩쌓인 채로 우리는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사토루의 가게에서 벌써 8할 이상은 한계치 까지 술을 먹었다. 마지막의 위스키가 역시 강했다. 60도 넘는 녀석이라고했었나. 지금 묵고 있는 호텔에는 통금이 있어서 슬슬 돌아가야 했다. 

 

‘옷스. 사토루씨 즐거웠습니다. 슬슬 돌아가려구요. 정말 좋은 곳이네요 여기. 들어온 것도 완전히 우연 이었지만, 이제다시 나가서 다른 가게를 찾아 보려구요. 분명 어제 나가사키는 일요일에 여는 가게가 없다고 들었는데, 뭐 어딘가는 열려있겠죠’ 

 

‘~군 잠시만요. 지금 잠깐 근처의 선배에게 연락 해두겠습니다.’ 

 

사토루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아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술취한 부자 한국인이 있다고하려고 그러죠?!’ 

 

우스갯 소리로 이렇게 끼어 들기도 했지만 

진짜로 연결 됐다. 

 

‘여보세요. ~군? 방가워요. 사토루의 선배인 타카하시 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나가사키 아케이드 역 앞의 맥도날드에서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 타카하시군과 만날 수 있었다. 

올해 40살의, 키가 작고 유머러스한 일본인 이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뭐 완전히 아저씨였지만 얼굴이 도저히 40살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동안인 것이 특징이었던 사람이다. 

 

타카하시는 나카사키에서도 특히 유명한 마당 발이었다. 

들르는 가게 마다 어쩐지 모두 친구 같은 느낌이라 

같이 따라다니며 술을 계속 마셨다. 술값은 기분인지라 내가 다 계산했다. 역시 한사코 사양하려 하는 것을 억지로 내가결제했다. 

 

‘조금 있으면 내가 일하는 가게의 귀여운 여자애가 올거에요. 모처럼 이니까, 즐겨 주세요 ~군 ’ 

타카하시는 특유의 유머러스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리호라는, 2차로 들었던 가게의 여자애와도 라인을 교환 했다. 나와 동갑의,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여성 이었다. 이것도타카하시가 반쯤은 강요해서 숙맥인 내가 그녀와 친해 질 수 있었으니 타카하시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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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끝나면, 긴자바키 올수 있어?‘ 

 

라고, 타카하시가 내 핸드폰으로 그녀에게 라인을 보냈다. 

리호와는 방금 전까지 손님과 종업원의 관계였다. 

 

이윽고 타카하시가 알고 있는 여자애와 방금 아르바이트가 끝난 리호까지 2:2 미팅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4차로 들른 카라오케 펍에서의 일이었다.

 

리호와 테이블 밑에서 서로의 손 끝이 스쳤다. 전류가 흐르는 감각이었다. 그녀의 손은 작은 동물의 그것 처럼 작고, 부드러웠다. 

젊은 남녀이기 때문일까. 손끝이  살짝 스친 것에서 부터 시작해 그녀 쪽에서 먼저 완전히 잡고있는 형태로 변하기 까지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6년 만일까나.. 여성과 이런 분위기가 된것은

 

계속 함께 있고 싶었다. 그녀의 머리에선 달콤한 과일 향이 났다. 

 

“진짜로, 내가 나가사키에 살았으면 먼저 고백 했을꺼야. ” 

 

상대방의 반응은 기억 나지 않는다. 

 

“내일이면 다시 여기를 떠나고, 일단은 한국으로 언젠간 돌아가야 하기때문에 무척 아쉽다고 생각해.” 

 

그것 만으로 좋았다. 이정도 까지가 딱 내게 허락된 마지노선이다. 이 얘는 나와는 다르게, 평범한 아이니까. 

이렇게 마음을 전하는 것 만으로 충분히 구원 받았다는 기분으로 가득 채워질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아까 만난 사토루까지 같이 마시는 형태가 되어있었다. 

 

“절대 다시 올테니까요 나가사키. 오늘은 제가 삽니다만 그때는 얻어 먹을 거에요” 

 

“물론! 남자와 남자 끼리의 약속이니까. 농담 아니야 이건” 

 

절대 다시 온다. 벌써 후쿠오카에서도, 쿠마모토에서도 약속을 뒀는데 

이래선 앞으로의 여행전부 큐슈 뿐이잖아 

 

큐슈는 앞으로도 절대 잊지 않을것이다. 잊혀 질 수 없다. 좋은 추억만 한가득 마음에 싣고 오늘나는 

 

히로시마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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