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글임에도 계속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4월 6일에 시작 된 내 여행은 아무런 계획도 없는 그때 그때 우연에 우연이 곂쳐져 만들어진 우스갯 소리 가득한 별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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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4 04: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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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글임에도 계속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4월 6일에 시작 된 내 여행은 

아무런 계획도 없는 
그때 그때 우연에 우연이 곂쳐져 만들어진 우스갯 소리 가득한 별거 아닌 여정의 연속 일지라도 
아직까지는 순항 하고 있다. 꿈만 같던 쿠마모토에서의 2일 중 마지막 날의 경험을 정리해 적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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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떳을 때는 오전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 아무것도 하기 싫네. 이대로 계속 자고 싶다" 
 
낯선 타국 까지 와서도 내 습관은 별로 변한게 없었다. 지난 3년간 쭉 일, 잠, 일 , 잠의 반복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휴식은 곧 편히 자는걸 의미했다.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이불을 다시 머리 맡 까지 올린 뒤 잠을 청하려던 찰나 
어젯밤 슈헤이 군과 나눴던 약속이 떠올랐다. 
 
'여자친구는 없으세요?' 
 
이 개새끼가 
 
'이야~ 아픈 곳을 찌르시네요. 유감이지만 없습니다.' 
 
'헤에~ 그럼 여기서 만들면 되겠네요. 쿠마모토 좋은 곳이에요~' 
 
'소개라도 시켜 주시게요?' 
 
'근처애 여자들 이랑 술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있어요. 자연스럽게 가게 직원이 합석 시켜주는? 어때요? 역시 혼자는 좀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혼자 여행이라 안될것 같네요~ 말씀 만이라도 고맙습니다' 
 
'... 그럼 저랑 같이가요!' 
 
'.....취한거 아니죠? 이거 약속한 겁니다 분명. ' 
 
이런 식으로 서로 약속하고 라인 까지 주고 받았다. 
 
저녁까지 자고만 있기에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나는 억지로라도 일어나 샤워를 하곤, 호텔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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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모토 성. 
4백년 동안 수 없이 많은 자연 재해와 전쟁의 풍파 속에서도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성이다. 
 

여행의 7일차, 나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로 부터 자신의 존재가 거부 당하는 듯 한 고독감에 휩쌓여 있다. 

 

나를 반기는 것은 오직 계속 굳건히 그 자리에 계속 존재 했던 고성 뿐.

이 성 만큼은 외톨이인 나를 거부하지 않고 품 안에 들여 보내주었다. 

 

예수고 고독했고, 붓다도 그러했듯, 지금 나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고독 없는 삶에 감동도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오히려 축복 받은 존재다. 다른사람들이 돈 주고 느끼려 하는 깊은 고독감을 매일 같이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숙명을 거부하는걸 포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뭘 해도, 누굴 만나도, 어딜 가도 나는 고독할 것이니. 매일같이 행복 했다면이런 글 따위 남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삶에는 평범한 범인들의 삶에선 감히 상상도 못할 깊은 감동이 고독과 같이 항상 곁에 존재한다. 얼마나 부러운 인생인가? 라고 읖조리며 

 

나는 혼자 성을 천천히 둘러 보았다. 주위를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라는 존재를 분명히 인식 하고 있는 건 이 성 뿐일 것이다. 분명히 말해서 이것은 고성과 외톨이인 나 만이 주고 받는 말 없는 대화였다. 

 

슈에이 군에게서 연락이 왔다. 

 

'~군, 내일도 일찍 일이라서 미안! 오늘 같이 못 갈것 같아 ' 

 

어차피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될 줄 미리 알았다는 듯이 

 

'아~ 괜찮아. 미리 말해줘서 고마워. 친절한 일본의 슈애이군. 너랑 만나서 재미있었어' 

 

쿠마모토성만으로 하루가 지나갔다. 성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 5시간은 걸릴 정도니 말 그대로 작은 유원지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 

 

해는 뉘었눠었 저물고 있었다. 

어제는 홀덤만 내내 쳤으니 오늘은 쿠마모토 상점가를 천천히 둘러 보기로 하고 무작정 길을 떠났다. 

 

'다 처음보는 가게들 뿐이네. 아, 당연한가 여기 일본이니까' 

 

슈에이 군에게 가게 이름은 들어놨기 때문에 

최초엔 혼자서라도 갈 생각이었다. 

 

一期一会

일기 일회.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번의 만남이다.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슈에이 군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이정도러 잘 대해줘서 감사하다는 생각 뿐. 

 

이런 인연이라는게, 내가 또 고지식해서 

억지로 가게에 들어가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이 불연듯 들었다. 

비참해 질 것 같았다. 지금 껏 돈주고 여자랑 즐기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 였다. 

 

나는 적당히 둘러보다 이내 블루스 바 라는 가게로 발걸음을 정했다. 

왠지 딱 기대한 만큼 편하게 얘기 할 수 있는 분위기 일 것 같았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내가 옳았다고 자신의 판단에 무릎을 쳤다. 

 

일자형 태이블에, 카운터 쪽에는 흰 수염이 가득한 노인이 나를 반겨주었다. 음악으로는 운치 있는 블루스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었다. 

 

'생맥주 주세요' 

 

이제는 어느정도 적응 된 일본어로 그렇게 말했다. 

역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놀랍다는 반응. 이것도 어딜 가나 똑같았다. 이제 슬슬 적응 되가고 있는 중.

 

'에엣? 어째서 그렇게 일본어를 하시는거에요. 따로 공부 하셨습니까' 

 

음... 글쎄 나도 6년 전에 배워둔게 이제 여기와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올줄 몰랐다. 

 

'대학 시절에 공부 했었습니다. 2년정도. ' 

 

흰 수염의 노인은 나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알았다는 듯이 안주를 뭘 시킬지 다시 물었다. 

 

'추천하는게 있으십니까? 그걸로 주세요' 

 

이 낡은 가게에는 메뉴 따위, 따로 없었다. 무엇을 만들지, 뭐가 가능한지는 그날 그날 재료 상황과 주인장 마음에 따라 바뀌는 식 인것 같았다. 

 

잠시 기다리자 안주로 닭의 간이 나왔다. 색갈을 보아하니 간장 등으로 조린 듯 한 모양새였다. 

 

'제가 날 것은 먹지를 못해서요. 가능할지 어떨지.. 일단 도전 해보겠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먹는 닭의 간은.. 비렸다. 날고기 특유의 비릿한 피맛이 한입 베어 물자 마자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양해를 구하곤, 화장실로 향해 그것을 모두 뱉어내었다. 

 

'죄송합니다. 무리였습니다. 어린이라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는 걸로 부탁드려요' 

 

그리고 나온 다음 안주는 시금치 조림이었다. 이거라면 가능하지. 

 

나와 주인장은 그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73세의 노인은 딱 내 나이었을 때 쯤 일본의 버블 직전 황금기를 누린 사람이었으며, 연장자이니 만큼 아는것도 많았다. 

 

'뭘 해도 즐겁지가 않네요. 누굴 만나도, 무엇을 봐도요. 태어났을 때 부터 저주 받은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는' 

 

노인장은 이마에 주름을 손으로 세기라도 하려는 듯 여러번 매만지고 이내 말했다. 

 

'인생은, 그런거 상관 없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는거야.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아무 걱정이 없어. 돈은 그럭저럭 벌지 못할 지라도.' 

 

혼자 떠난 여행에는 항상 동전의 양면 처럼 고독감과 즐거움이 공존 한다. 언제든 방 안의 전등을 키고 끄는 것이 가능 한것처럼. 본인의 의지 여부에 따라 처절한 고독감에 둘러 쌓인 여행으로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화기 애애한 여행이 될수도있다.

 

'역시,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싶네요.' 

 

노인은 다시 이마의 주름을 매만지더니, 짧은 한숨과 동시에 말을 꺼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 받을수 없어 

나는 그런거 곧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자만 

아마 상대방도 알게 모르게 느낄 거라고 생각해 .' 

 

가게를 나와 시간을 확인 해 보니 저녁 10시 쯤이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 받지 못하는건가.. 몇번이고 몇번이고 되뇌었다. 나는 실격 이겠지 분명. 

 

11시 까지 쿠마모토의 긴자 거리를 둘러보다 호텔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곳에서 나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이방인이다. 

 

이어폰을 꺼내 두 귀를 틀어 막자 이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내가 있었다. 

외로웠다. 고독했다. 누군가 말을 걸어주길 바랬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 받을 자격따위 없는 것이다. 

 

화장실에 가고싶어졌다. 역시 너무 마신 탓일까. 

하지만 어딜 둘러봐도 공중 화장실 따위는 없다. 

 

원하지 않았지만, 어디든 들어가 혼자 생각에 잠겨 맥주라도 한 잔 하고 들어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간판을 보니 온통 풍속 관련 술집들 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에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아'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음악 바의 간판을 확인하고 들어가려 하니 

어딜 봐도 입구가 보이질 않았다. 

 

이어폰에선 계속해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엘리베이터에서 왠 낯선 젊은 여자가 나를 가르킨다. 

 

내가 두리번 거리고 있어서 그런지, 먼저 올라가지를 않고 열림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었다. 

 

뭐라고 하는지 귀를 막고 있어 전혀 알아 듣지 못했지만, 민폐 인것 같아 일단 같이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곳은 노미 호다이( 시간당 2만원정도에 모든 술 무제한) 바였고, 정말 우연에 우연이 곂쳐서 내가 첫 손님이 되었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던 여자는 이곳의 종업원이었다.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일본인. 우리는 처음 봤을 때 부터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던 사이 처럼 대화를 시작했다. 

 

'여기.. 최고..' 

 

남자 종업원은 사진에 있는 사람. 몰디브와 일본의 혼혈이다. 재떨이를 유심히 봐라. 저 사진에 이 가게 분위기의 모든걸 설명 해준다. 

 

여기서 나는 진짜 쿠마모토를 즐길 수 있었다. 

다 몰라도 여기는 무조건 다시 온다. 그정도 였다. 

 

이 도시는 성적으로 상당히 개방적이다. 괜히 일본 1위 풍속이라고 하는게 아니다. . 

옆자리에는 21살의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금발 친구가 있었는데, 성병으로 고생하고 내일은 병원에 방문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근처 에서 풍속 일을 하던 것 같은 여자들이 이곳으로 술을 마시러 왔고 

하나같이 존나 예뻤다. 원래 이런 가게 인 것이었다. 그렇다고 가격이 비싼것도 아니다. 노미호다이(무제한 술 리필)에 2만원 정도. 

 

처음 보는 여자얘와 자기소개를 했다. 

상대 쪽에서 내 손을 잡더니, 

 

'한국인 이라면.. 이거죠?' 

 

이러고 러브샷. 

 

이게 내 왼편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오른편에는 슌지 군이라고 나보다 한살 어린, 같은 직종(건설업)을 하고 있는 남자가 앉았는데, 서로 일 관련 얘기로 점점 이야기가 무르익어서, 나는 이후 새벽에 라면 까지 슌지 군에게 얻어먹고 말았다. 내가 산다고 해도 기여코 자기가 결제 했다. 

 

뭐.. 정말로 우연이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쿠마모토에 온것도, 이 가게에 온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우연이 아닌게 없다. 원했더면 들이대서 여자애들과도 친해 질 수 있었겠지만 

일부러 거리를 뒀다. 나같은 사람은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 

 

내일은 나가사키. 큐슈 여행의 종착점이다. 벌써 시계 방향으로 큐슈 섬을 한바퀴 돌았다. 

 

어딜가서, 무엇을 먹고, 누굴 만나더라도 역시 지금처럼 고독할 것이다. 

그래도, 오늘처럼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누군가의 마음에 내 존재을 새길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계속해서 이 여행을 지속 할 가치가 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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