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pokergosu.com/index.php?_filter=search&mid=best&search_target=title_content&...

mobilebanner

조회 수 7801

추천 수 81

2023.04.05 08:30:20

https://www.pokergosu.com/index.php?_filter=search&mid=best&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노숙&document_srl=13024723&use_page=1

 

(당시 정리해서 남겨둔 글. 다시 읽어보니 남일같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경험 이후 놀랍게도 인생에서 힘든게 없었다. 

사실 대부분 정신 없이 주 6일 일만 하고 

겨우 일요일 깔짝 쉬고 다시 반복의 연속이었으니 

 

그게 사람 사는 거냐고 반문 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어쨌든 내 몸 뉘울 숙소가 있었고 삼시 세끼 밥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그 사실에 항상 감사하며 지난 3년을 살아왔다. 

 

' 어디 아무데나 가서 일단 일을 하세요. 일을 못해도 상관 없습니다. 일단 일을 하세요 법우님. 욕을 먹어도 [감사합니다] 하고 웃으면서 일 하세요. 

그러다 보면 인정도 받고, 다 나아질 겁니다.' 

 

지난 글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수덕사 비구니 스님이신 자청스님과 지푸라기라도 잡듯 절박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통화 내용중 하나이다.  

 

나는 스님 조언대로 무작정 평택에 올라가 일만 했다. 

3년간의 평택 생활을 돌이켜 보면, 별로 이렇다할 기억은 남아 있지 않는다. 

단지 묵묵히, 열심히 일을했다. 

 

처음엔 다리가 아팠다. 정확하게는 발이 너무 아팠다. 이제와 생각 해보면 안전화를 너무 딱 맞게 신었었다. 그 전에 안전화 자체가 안에 철판이 든거라 운동화만 신다가 처음 신는 사람은 아플 수 밖에 없다. (지금은 그냥 밖에 나갈 때도 안전화 신고 나간다. 운동화랑 차이가 없다.)

어느 정도였냐면 숙소에 들어와 신발 벗고 딱 발을 내딛으면, 제대로 걷지를 못해 기어갈 정도 였다. 

 

FC43980C-BC2A-4F07-B371-34A0B1D2B6BB.jpeg

(퇴사 전 기념 사진. 나는 안전쪽에서 쭉 경력을 쌓았다) 

 

당연히 병신 취급 받기 일수였다. 

우선 공장이 너무 컸다. 길을 모르겠다. 무슨 놀이 동산 마냥 복잡하다. 거기다 p96k 이후 처음 무전기도 받았다. 일하는 분위기도 매우 군대같다. 

 

기술인들에게 현장 규정 적용해, 이에 맞지 않는 무리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3일~ 일주일 간 못들어 오게 출입 카드를 뺐을 수 있는 직업이었다. 

근데 나는 현장 길도 모르는 초짜였다. 

알기 쉽게 예를 들면, 관련 법규 아무것도 모르는 경찰이 경찰이랍시고 순찰 도는것.

 

그래도 나는 욕을 먹어가면서 악착같이 버텼다. 

여기 그만두면 또 당장 잘곳이, 먹을 밥이 없어진다.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그렇게 반년을 버티고 첫 직장에서 인정 받았다. 

석달 쯤 지나니 발도 안아프고 나름 일하는 재미를 찾았던것 같다. 

 

6개월 주기로 현장과 업체를 옮겨 다녔다. 이바닥에서 반년이면 경력자다. 나를 찾는 곳은 많았다. 

 

협력사 안전 관리자로들어가 내가 하던 대로 안전 지원단들에게 욕도 먹어보고 .(이때쯤이면 아마 빚 다갚고 이미 잔고 천만원을 넘겼었다.) 

 

쉬는날엔 가끔 오프도 다니고 했었다. 져본적은 없는 것 같다. 중간중간 ㄷㅂㅇ도 25방 깬다며, 토너 깬다며 지랄도 했었지. 모두 내 지난 글 보면 남아있다. 

현금 300가까이도 이겨보고. 잘친다는 소리도 들었고 진지하게 그만두고 이짓이나 해볼까 하다가 결국 포커도 내 시간, 정신력 써가면서 일하는건 마찬가지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냥 일만 했다. 

 

(사실 2천정도 모으면 100만원 기준 20바이인이라 죽기 전에 한번 시도 해보려고 했으나 막상 2천만원이 모여 갈 때쯤 되니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일년차, 이년차. 

시간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마냥 눈 깜짝 할 새에 흘러갔다. 

나는 숙소를 떠나 보증금 포함 월 75만원 정도의 오피스텔을 잡았다. 

책상도 사고, 침대도 샀다. 

침대 생각하면 아직도 감동이네. 화장실 변기통 옆에서 자던 새끼가 출세했다. 

이때부터 삶의 질이 급격하게 올라갔던것 같다. 의미없이 쌓여가는 통장 잔고가 안타까워 1/3정도만 빼고 우량주에 넣어놨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동안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글 작성일 기준 바로 어제까지 현장에서 입는 작업복 말고는 옷도 없었다. 

신발도 운동화 한켤래, 안전화 한짝이 전부. 

어차피 일만 하니까 문제 될게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머리도 안감고(안전모 써서 어차피 상관 없다) 

같은 옷 한벌, 일요일에 세탁이 귀찮아 빨지도 않고 두달 간 입고 다녔다. 

그래도 아무도 신경을 안썼다. 현장은 이런 점에서 좋다. 

머리도 귀찮아서 한번 삭발 후, 그대로 방치. 다시 걸리적 거릴 때쯤 삭발. 

 

3년차.

 이제는 근심 걱정이 없다. 

글 도입부에 적어놨듯 내가 쓴 노숙 일지임에도 남일 처럼 느껴진다.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최종 직급은 팀장이었다. 3년만에 발만 아파하던 병신에서 밑에 40명을 관리하는 , 아버지뻘 부하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있는 내가 됐다. 

 

잔고는 4천대. 진짜 빚밖에 없던 쌩 노숙자에서 당장 부양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없는 외톨이에게 4천은 상당히 큰돈이다.  

 

'차를 사볼까' 

면허가 없다 

 

'집을 구해볼까' 

전세들어갈려해도 대출 포함 4천으로는 힘들다. 

 

불연듯 모든게 의미 없이 느껴졌다. 

세상에 나 밖에 없는 것 같은 착각. 

지난 세월 살기 위해 애써 무시해 왔던 

재 옆에 항상 같이 자리잡고 있던 지독한 공허함과 외로움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회사를 그만 두기로 했다. 

 

'너 잘하고 있는데 왜 그만둔다고 그래? 하아..' 

 

'그냥... 좀 쉬고 싶어서요. 그동안 일요일, 추석, 설날 말고는 일밖에 안해왔습니다. 그럴때가 된 것 같아요' 

 

'너 씨발.. 아니 됐다. 한달간 쉬었다가 오던가. 내가 회사에 그정도는 얘기 해줄게 어떠냐' 

 

무려 한달간의 무급휴가였지만 나는 거절했다. 

왜 그랬냐고하면.. 나도 잘 모르겠다. 한달가지고는 안될 것 같았는지도. 

소장님의 나를 향한 배려였었다. 마음속으로 정말 감사했다. 한편으론 내가 이 조직에서 정말 필요한 존재가 됐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장족의 발전이다. 

 

'... 퇴사 하는걸로 하겠습니다.' 

 

'...알았다. 언제고 연락해라.' 

 

그리고 이주일을 집 밖에서 나오질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했다. 

 

'이건 좀 아닌것 같은데' 

 

생각이 들때 쯤 

 

나는 집 밖을 나섰다. 

우선 머리를 자르고 파마를 했다. 

 

그리고 여권을 만들었다. 

 

또, 제일 중요한.. 5년간 나와 함께하던 교정기를 제거했다. 

글 읽어보면 알겠지만 전에 다니던 치과에 갈 상황이 아니여서 3년간 방치되어 있던 교정기다. 여기저기 부서지고, 불편했으나 일할 당시엔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없어서 제거를 못했다. 

 

'어떤 일로 오셨어요?' 

 

'... 교정 상담이요' 

 

이때도 뭔가 벅차 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침대 샀을 때랑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어라? 이미 교정중이시네요?' 

 

'전에 다니던 치과가 사라져서요' 

 

거짓말. 

나는 차마 사실대로 말 할 수 없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는 편이 더 민폐다

자살하려다가 실패하고 빚밖에 없는 몸으로 평택 올라와 3년간 일하다가 이제와 다시 치과에 방문 했다는걸 어떻게 설명을 할까. 

 

'아아.. 우선 이쪽으로..' 

 

이후로는 일사 천리였다. 본 치과에서는 기존 교정기로 이어서 교정은 불가하고 장치 제거 후 다시 진행 해야 한다, 교정을 정상적으로 다시 진행하면 제거 비용은 우선 치과에서 부담 하지만 제거만 할경우 100만원 비용이 든다, 뭐 이런 이야기 였다. 

 

'일단 제거 해주세요. 백만원은 우선 지불 하겠습니다. 단지 제가 곧 해외로 나갈 예정이라, 교정 시작은 5월 중으로 가능할지' 

 

나는 그날 교정기를 제거했다. 

다시 혓바닥으로 느껴보는 내 윗니의 촉감이 미묘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나를 묶고 있던 속박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해방감. 

나는 진정으로 자유가 되었다. 

최초 교정은 어머니의 돈으로 진행 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이날을 기점으로 진정 가족과 나를 잇는 연결고리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 진짜 끝났다.' 

 

싫어도 매일같이 느껴야 했던 부모와 나를 강제로 이어놨던 사슬이 

끊어졌다. 

 

다음으론 옷을 샀다. 

80만원 어치 옷과 신발을 인터넷에서 일시불로 구매했다. 

 

AAC0A8D4-648B-44DB-8BCE-EE455175B5EE.jpeg

 

우선 일본으로 갈 생각이었다.

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말이 통하니까.. 정도 

몇주가 될지 몇달이 될지 

계획도, 생각해 두고 있던 하고 싶은것도 없다. 

 

그저, 내가 원하는것은 자유. 

처음으로 새장 밖을 벗어나 날아오르는 새의 기분과도 같이

즐기고 싶었다. 

 

그리고 내일 모래면 출발이다. 여권은 내일 나올거고 

수령 하는대로 바로 짐만 챙겨서 다음날 비행기 예약 후 출발. 

 

그런 상황에 

 

DD0C4299-4E22-499B-9C74-D74E84679C01.jpeg

 

3년만에 가족에게 연락이 왔다. 

 

 

 

 

 

 

 

 

스크랩

bookbanner

댓글 수

 

83

2023.04.05 20:38:31

2023.04.05 21:23:09

2023.04.05 23:46:55

2023.04.06 07:23:24

2023.04.06 09:10:07

2023.04.17 12:06:11

2023.05.03 13:14:55

댓글 작성은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클릭 시 로그인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글 수

 

4,783

제목

글쓴이날짜
2024-04-30
2024-04-27
2024-04-21
2024-03-07
2024-02-09
2023-12-19
2023-10-01
2023-09-05
2022-10-28
2022-05-04
2022-02-08
2019-05-17
2023-04-12
2023-04-12
2023-04-12
2023-04-11
2023-04-11
2023-04-11
2023-04-10
2023-04-09
2023-04-09
2023-04-08
2023-04-08
2023-04-07
2023-04-05
2023-04-05
2023-04-05
2023-04-04
2023-04-04
2023-04-04
2023-04-04
2023-04-03

검색

Copyright 2014. Pokergosu.com all rights reserved.

SUPPORT : [email protected]

한국 지역 게시글 중단 요청 : [email protected]

마케팅 대행사 - (주)에브리봇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369 12층

POKERGO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