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홀덤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자리까지 올라왔다. 여기까지 온 것만해도 스스로 대견하다 생각하지만, 만족감 때문에 느슨한 플레이를 할까봐 이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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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7 20:00:10


...한국인 최초로, 홀덤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자리까지 올라왔다. 여기까지 온 것만해도 스스로 대견하다 생각하지만, 만족감 때문에 느슨한 플레이를 할까봐 이내 곧 마음을 다잡는다. 좀전까지 내 바로 옆에 앉아있던 자리가 횡해지면서 이제는 단둘이 남게 되었다. 옆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서, 아직도 그의 체온이 올라오는 듯 하다. 마지막 한 명이 떨어지고 난 뒤 서로가 남은 스택은 비등한 정도. 아직 누가 더 우세하다고 할 수 없는 팽팽한 상황이다. 

 

 이제껏 몇몇 한국계 플레이어들이 좋은 성적을 낸 적은 있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미국땅에서 나고 자란 미국인일 뿐이다. 홀덤의 메인 이벤트를 개최하는, 홀덤의 성지나 다름없는 미국에 사는, 미국인일 뿐이다. 그곳에서는 홀덤을 즐긴다고, 경멸에 찬 시선을 보내거나 행위 자체가 범죄가 되지 않는다. 밤늦게 서울 어디 조그마한 카페에 모여서, 갑자기 들이닥칠 단속에 마음졸여가며 카드를 치는 우리들과는 다르다.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는 인물들의 가족계보에 한국인이 하나라도 있으면, 호도하기 좋아하는 한국 기자들은 그를 마치 한국인 취급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한국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내 생각엔, 그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저 한국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나라' 일 뿐이며, 거기에서 오는 약간의 호기심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이들과는 다른 말 그대로 '토종' 한국인인 내가 여기서 우승하면 한국에서의 홀덤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온연한 양지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나뭇잎 사이사이로 새어들어오는 햇살마냥, 그늘 안의 것들을 조금이나마 비춰주도록 만들 수는 있을까.

 

 문득 임요환 선수가 아침마당 프로그램에 나와서 여러가지 질문들을 받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참 말도 안되는,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찬 시선과 질문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이야기하던 모습을 되돌아보며, 참 많은 것들을 생각했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소했던 시절, 미친사람이라든지, 게임 중독이라든지 등의 말들로 모두에게 바보취급 받았지만 지금 한국의 게임문화 산업의 초석을 다진 사람이 바로 그가 아닐까. 임요환 선수처럼, 나도 한국 홀덤계에서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이내 돌아오는것은 딜러가 무심히 던져준 두 장의 카드뿐이다. 


 깊은 상념을 마치고, 날아온 두 장의 카드를 살며시 든다. Double Aces. 눈치없게 튀어나오려는 미소가 혹여나 상대에게 읽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상대를 다시 한 번 살펴본다. 그와는 밥 한 끼조차 먹은 적 없지만 여지껏 주고받은 지리한 공방 때문에 이제는 정이 들 것만 같은 얼굴이다. 다행히 그는 아직 자신의 카드를 보고있다. 

 때마침 최근 기어를 잠시 패시브하게 바꾸어 조심스레 플레이하던 상황. 그리고 그에 맞추어 상대가 나를 익스플로잇 하는 액션을 많이 보이던 참이었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고민을 거듭하다, 상대의 올인을 유도하기위해, 아쉬운척 콜만 한다. 많은 것을 희생하며 놓아보는 회심의 트랩. 때맞춰 날아오는 올인. 

 

'걸렸다!'

 

이내 스냅콜하려는 순간, 무언가 마음속에서 붙잡는다.

 

'뭐지?'

 

문득 불안한 마음에, 그를 다시 한 번 쳐다본다. 그에게서 비치는 어떤것이 도대체 나를 멈추게 하였을까. 


일각의 시간이 흐른 후, 순간,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그의 선글라스 너머의 눈과 마주친 듯한 느낌이 든다.


그의 눈 속에서 섬뜩함을 넘어 전율까지 일게 하는 그것은...바로...

 

 

 

 

 

 

 

 

 

 

 

 

 

 

 

 

 

 

 

 

 

 

 

 

 

 

 

 

 

 

 

 

 

 

 

 

 

 

 

 

 

 

 

 

 

 

 

 

 

 

 

 

 

 

 

 

 

 

 

 

 

 

 

 

 

 

 

 

 

 

 

 

 


절실함

 

 

 

 

 

 

 

 

 

 

이제는 숨길 필요가 없어진, 조금 전 새어나오려던 미소를 마음껏 내비치며 외친다.  

 

"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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