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하더라도 너무 싱거웠다. ‘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생기네. 근데 왜이렇게 씨끄러워?’ 버스 안은 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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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6 15:38:30

사고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하더라도 너무 싱거웠다. 

 

‘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생기네. 근데 왜이렇게 씨끄러워?’ 

 

버스 안은 난장판이었다. 온갖 곡소리와 함께 여기저기 자기 가족, 연인에게 안부를 전하는 전화소리가 시장 통을 방불케했다. 

 

“여보세요? 어 자기야. 나 지금 여기 부산 오는 길인데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서..” 

 

“ 하이고 마 난리도 아니다 지금! 오는길에 버스가 승용차를 들이 받았다 안카나” 

 

이게 정상적인 사람들의 반응이겠지.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연락할 가족도 연인도 없다. 

죽음에는 익숙 했다. 진짜 죽기 직전 까지 가봤으니까. 그때 어딘가 사고 회로가 망가져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나는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 

 

창 밖을 살펴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폭우였다. 

 

회색 승용차가 보였다. 오른쪽 뒷 좌석이 음료수 캔을 찌그러 트린 것 마냥 음푹 파여 있다. 

 

“자자 여러분 진정들 하시고. 어디 다치신 분 계십니까? 손 좀 들어보세요” 

 

“ 다리를 찧어서 멍이 든거 같은데예.. 너무 아픕니데이...” 

 

“ 네네. 일단 구급차 불렀으니까요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버스기사도 이상했다. 

본인이 사고를 내고 지금 저 찌그러진 승용차 안의 사람이 죽거나 크게 다쳤을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저런 대응이 가능한걸까. 

 

그는 이 폭우 속을 뚫고 들어가 승용차에서 여성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것이 이미 차갑게 식은 주검이었는지, 아직 살아있는 인간이었는지까지는 구분이 가질 않았다. 

 

그 뒤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구급차가 도착하고, 버스에 환자를 눕히고. 

여성 구급대원이 뭐라뭐라 의학 드라마에서나 들었을 법 한 전문용어로 중얼거리다, 이내 그대로 빠져나갔다. 

 

“ 자자 여기 이 분 말고 또 다치신 분 계십니까? 혹시라도 어디 아프시면, 병원 가셔서 진료 받으신 다음에 xx버스에서 사고 나서 오셨다고 말씀 드리면 회사에서 보험 처리 될테니까,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그렇게 상황 종료. 어디 믿을만한 구석이라도 있는건가 저남자. 보험 시스템이라는게 그렇게 완벽한거야? 

드라마나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반응과 현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그 점이 재밌었다. 보험이라는게 참 편리하단말이야.. 사람 목숨 따위 보험회사 돈으로 지불하면 되니까. 

 

우리는 버스를 갈아타기로 했다. 사고 처리를 위해  지금 타고 있는 버스는 바로 출발이 불가능 하다고 했다. 다행히도 같은 회사의 버스가 이 근처를 지나고 있었는지 환승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명이 아무렇지 않게 죽어나간다.

이렇듯 죽음은, 삶의 양면으로서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소중히 여겨야 할 이유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부산은 역시 목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도시였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을 둘러봐도 사람으로 꽉 들어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 하아 이거 꽁초가 젖어서 담배도 못피겠고. 어디 나갈 수도 없고...’ 

 

하염없이 버스터미널에서 시간을 보냈다. 동사무소는 이미 문을 닫았을 시간이라 오늘은 방문이 불가능했다. 결국 어디잘 곳을 찾아야 할텐데..

 

12시가 넘어가자 터미널에 계속 있을 수 없게 됐다. 이 곳도 역과 마찬가지로 밤에는 문을 닫아 두는 것 같았다.

 

나는 정수리를 때리는 빗줄기를 참아가며 근처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헤맸다.  

 

‘모르는 사람이 날 보면 무서워할테니까. 가능하면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지’ 

 

돌아다니는 와중에 내일 방문 할 동사무소의 위치도 파악 했고, 괜찮아 보이는 노숙 스팟도 발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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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더 버티고, 내일 구미로 올라가는거야’ 

 

그러나, 

나는 이 장소에서 4일을 더 보내게 된다.  

다른 이들의 시선과 맞서 싸우는 진정한 노숙생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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