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살면서 글을 제대로 써 본 적이 별로 없어. 혼자 망상하는건 좋아 했었지. 시나 소설도 써보려고 관련 강의도 듣고 동아리도 들고 했었는데 창작의 고통이라는게 엄청나더라. 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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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5 12: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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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살면서 글을 제대로 써 본 적이 별로 없어. 

혼자 망상하는건 좋아 했었지. 

시나 소설도 써보려고 관련 강의도 듣고 동아리도 들고 했었는데 창작의 고통이라는게 엄청나더라. 두루뭉실한 망상을글이라는 표현 수단을 이용해서 명확하게 써놓는다는게 진짜 쉬운게 아니야. 차라리 화가인 아버지 처럼 그림에 재능이라도 있었으면 만화라도 그려보는건데. 그거는 직관적이잖아. 눈 앞에 바로 캐릭터가 보이니까. 

 

 

대학 자기소개서. 군대에 있을때 휴가 받을려고 써 낸 선임썰 정도가 남 앞에 내놓은 유일한 장문의 글이었어. 나머지는대학 과제들 정도일까나. 그래서 이렇게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응원해주는 너희들이 너무 고맙다. 글 쓰는게 이런 재미구나 싶기도 하고.  그럼 이만 줄일게.

——————————————————-

 

 희망을 쫓았다. 

과거는 모두 잊었다. 명문대생, 인정받던 군인. 모두 틀림 없는 ‘나’ 자신이 걸어온 길이었다. 

이제는 인정 할 때였다. 그것들은 과거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금 이렇게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나 역시 ‘나’ 라는 사실을. 

 

왼쪽 눈은 다행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력을 회복했다. 그래도 눈꺼풀 부분은 불에 데인 것 마냥 따가워서 제대로 눈을뜰 수가 없었다. 

 

처참한 몰골이었다. 얼굴 주위는 온통 모기에 물려 불어 터졌고 옷에서는 지독한 냄새가 났다. 인중까지 내려오는 떡질 대로 떡져버린 머리카락과 덮수룩한 수염. 이제 나는 누가봐도 노숙자였다. 이게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시청으로 향하던 길. 

공무원들과 싸우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 우리같이 힘든 사람한테 그게 지금 할 말이에요?! 공무원이면,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이면 어떻게든 도와줄 생각을 하는게 맞지 말투가 그게 뭐에요!” 

 

“저희도 어쩔 수가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습니까. 한부모 가족 서류는 이미 접수를 해 놨고 며칠 심사만 기다리면 된다니까요. 그거 조금 기다리기가 힘드세요?” 

 

“하루하루가 걱정인 사람들인데, 다 걱정 말라는 투로 말해놓고 이제 와서 이건 아니죠..! 어떻게 살라구요. 그 심사라는게 며칠이나 더 걸리는데요?!” 

 

“ 글쎄 여기서 이러셔도 소용 없다니까요!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니까요! 저희가 안 도와 드린것도 아니고 왜그러시는 겁니까 정말 “ 

 

엄마가 부끄러웠다. 이건 누가봐도 악질 민원인의 모습이 아니던가. 더 떼 써봐야 달라질 것도 없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라고 일 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거야. 

 

“ 엄마, 가자.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잖아. 그만 하고 이제 가자 응? “ 

 

“너는 가만 있어라. 아니, 정확한 확답을 달라고요!!” 

 

“ ... 그만 가자고! “ 

 

화를 내버렸다.  더이상 달라질 게 없는 상황에 언성을 높히는 엄마가 이해가 안됐다. 창피했다. 

믿었던 자식의 일갈에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까. 

 

“.... 죄송합니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사회 복지 시스템이라는게 다 그랬다. 가만히 있으면 절대 그쪽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아. 쪽팔려도, 눈 딱 감고 당당히 요구해야한다. 그게 국민으로서의 권리이고 이런 우리를 그들은 도와줄 의무가 있다. 엄마는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억척스럽게 요구했던 것이었다. 핏덩이 같은 자식을 위해서... 

 

시청 근처 편의점에 도착해 1000원 짜리 라면 볶이를 구매하자 내 수중의 현금은 드디어 제로가 되었다. 주린 배를 채우고, 파라솔 테이블 위에서 누가 먹다 버리고 간 캔커피로 입가심을 했다. 

 

눈 앞에 시청이 들어왔다. 9시쯤 업무가 시작할 터였으니 이제 3시간 조금 안 남았다. 조금만 버티면 돼 조금만 더 .. 

 

주변 의자에 앉아 달려드는 모기떼들을 때려잡으며 3시간을 보냈다.  

9시 10분 전 쯤이었을까. 나는 결심을 굳히고 사회 복지과로 통하는 문을 열어 재꼈다.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됐다. 왠 아침 댓바람부터 거지꼴을 한 청년이 사무실 한 가운데에서있으니 그럴만도 했겠지. 

이윽고 관계자로 보이는 여성분이 내게 말을 걸었다. 

 

“ 어떻게 오셨어요?” 

 

이때 내 답변이 참 대박이다.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잖아 나란놈. 

 

“ 도움이 필요해요.. 저, 집이 없어요. 돈도 없고, 며칠 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ㄴ,네? 집이 없으시다고요? 아아.. 일단 저쪽 상담실로 들어가 계시겠어요? 금방 관련 공무원 불러다 드리겠습니다” 

 

상담실에 들어가자 나보다도 더 말라보이는 청년이 이미 한 명 앉아있었다. 행색은 멀쩡해 보이는데 무슨 사연일까. 

 

5분도 안되서 30대 초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분이  들어왔다. 

 

“ 집이 없으시다고요?” 

 

“ 네. 어떻게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까 싶어서 시청까지 걸어 왔습니다.” 

 

“ .... 하이고.. 얼마나 밖에서 지내셨어요?” 

 

“두 달정도요” 

 

작은 거짓말. 

 

“ 네?! 두 달이나 밖에서 지내셨다고요? 잠은 어떻게 자셨는데요 식사는?” 

 

“그냥 길거리에서 잤어요. 교회에서 얻어 먹거나 길거리에서 주워 먹거나 하면서 버텼어요” 

 

“아니 이 더운 날에 어쩌다가... 이쪽 분도?” 

 

“ ? 저는 공익 관련 서류 받을려고 하니까 여기 앉아있으라고 해서..” 

 

“ 아 네 ..” 

 

뭐지 이사람? 

진심이 느껴진다. 

진심으로 나를 가여워 하고 있다. 

원래 공무원이 이런 사람들이었나? 

살짝 거짓말을 친 사실이 양심에 걸려왔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사회 초년생의 촉이라는게 있다. 하도 욕을 얻어먹다보니 눈칫밥이 생기게 되었고 이제 대충 음성의높낮이나 표정, 말투 등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유추 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지금 내 눈앞의 남자는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저.. 일단 노숙자 쉼터에라도 들어 갈 수 있을까요? 이제 밖에서는 못자겠어요 진짜로..” 

 

“... 쉼터 말씀이시군요... “ 

 

“ 나이도 젊으신데 쉼터에 들어가시게요? 거기는 진짜 오갈곳없는 어르신들 밖에 안계시는데 괜찮겠어요?” 

 

“네. 상관 없습니다. 아니면 달리 길이 있나요? 저는 먹고 살기만 하면 족합니다 당장” 

 

이제와서 나이든 노숙자하고 같이 못지낼까봐? 

나도 노숙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긴급 생계 지원비라는게 있습니다.” 

 

“네?” 

 

“XX씨같이 어려운 분들, 나라에서 도와주는 제도에요. 집도 마련해 주고 3달 정도 지원비도 나옵니다. 아, 그리고 거기일자리 센터랑 연결하면 일도..” 

 

“자, 잠깐만요. 그런게 있어요? “

 

“네. 대한민국 생각보다 살만한 나라에요. 본인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어요.” 

 

처음 알았다. 하늘은 스스로 구하는 자를 구한다더니...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 그런게 있으면, 저 할게요. 하겠습니다. 일 하고 싶어요. 일 하고 싶은데 지금 꼴도 이렇고 집도 없어서... 그랬는데. 그런제도가 있으면 꼭 좀 도움 받고 싶습니다.” 

 

“네. 그럼 지역은 생각해 보셨어요? XX씨가 어디서 일 할 지.. 한 번 정하면 못바꾸니까 신중하게 생각 하셔야 돼요.” 

 

“구미요.” 

 

별 생각 없이 뱉은 대답이었다. 다만 구미쪽에 공장이 많으니 기숙 생활을 하며 지내다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마음은 있었다. 

 

“흐음.. 경북 구미 말씀이시죠? 친척이 계신가요?” 

 

“아니요. 그냥 거기 공장이 많을거 같아서요. 친척도, 가족도, 친구도 없습니다. 그냥 세상에 저 혼자 뿐이에요 지금은” 

 

“.... 알겠습니다. 구미까지 교통비도 나라에서 지원이 되니까요. 일단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어딘가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터미널에서 구미행 버스가 있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XX씨 다행입니다. 목포에서 구미로 가는 버스가 있어요. 일단 지금 시간이 9시 40분이니까 10시 20분에 터미널에서 만나도록 합시다.” 

 

활로가 보였다.

엉킨 실타래의 첫 부분을 찾아낸 기분이었다. 

 

“네. 정말 감사드립니다. 버스터미널 안에 그냥 앉아있으면 되는거죠?” 

 

“네 저희가 시간 맞춰 찾아 가겠습니다. 적당히 잘 보이는 곳에 계시면 돼요.” 

 

나라와, 나라가 만들어 둔 약자를 위한 제도에 감사했다. 정말 노숙하면서 가치관이 몇 번을 변했는지.. 

도태된 자가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왜 노숙자가 되냐고. 걔네들이 멍청한거 아니냐고. 이런데에 예산을 낭비하는 국가가한심하다고. 

내가 틀렸다. 직접 수혜자가 되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노숙자가 되고 싶어서 되는 사람은 없어. 누구나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지만, 가끔 있는거다. 본인 의지와는 별개로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사람들이.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산 하나를 타고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더 편한 길이 있었겠지만 나는 길치라 엉뚱한 길을 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상할 정도로 발걸음은 가벼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 속을 뚫고 터미널까지 도착했다. 

 

나를 찾아 열심히 뛰어다니는 공무원 분이 눈에 보였다. 

 

“저기요!” 

 

“아! XX씨 도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왜이렇게 늦으셨어요. 저는 또 오는 길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줄 알고...” 

 

“ 길을 헤매서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이사람.. 진짜다. 이런 공무원도 있구나.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줬구나. 

 

“일단 버스표를 구하러 갑시다.” 

 

“ 구미가는 차는 5시에 있네요. 음... 차라리 근처 부산이나 울산으로 가시는건 어떨까요?” 

 

“울산이요?” 

 

“ 네. 거기서 하루 계시다가 다음날 구미로 올라 가는 겁니다. 차비는 마찬가지로 그쪽 동사무소 찾아가시면 해결 될거에요” 

 

포고인들을 위한 팁. 차비가 없으면 동사무소나 시청을 찾아가라. 공짜다. 무슨 조건을 확인하지도 않는다. 

 

“부산 가는 차는 1시, 울산은... 3시네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때 바로 구미로 갔었어야 했다. 

이 선택이 또 다른 운명적 사건을 불러일으킬 줄 누가 알았을까. 앞으로 계속 될 4일간의 노숙을 말이다. 

 

“그럼 1시 부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겠습니다.” 

 

1분 1초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서 나는 가장 가까운 시간의 부산행 버스를 선택했다. 

공무원 분은 카드 매표기에서 표를 뽑더니 자기가 가지고 온 종이 조가리에 내 신분과 행선지를 적기 시작했다. 

버스는 특등석이었다. 

 

“자. 됐습니다. 1시에 차 찾아서 타시면 돼요. 거기 동사무소 직원분 한테 부탁해서 다음날 구미로 가는 차를 타고 구미로가시면 됩니다. 구미에서 전입신고 하시고, 긴급 생활 지원비하고 주거 지원 받으셔서 일 시작 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저 정말 어떻게 되는 줄 알았어요. 이제 다 끝이라고 그렇게 생각 했는데.. 자살도 실패하고 이제 어쩌면 좋을까 그생각만 했었는데..” 

 

“... 배는 안고프세요? 어제 뭐 드시긴 하셨어요?” 

 

“어제.. 아무것도 못먹었네요” 

 

또, 거짓말. 

 

“저기 토스트 드실래요?” 

 

“ 네? 저 돈 없어요.” 

 

“제가 사는 겁니다. 이거는 나라에서 지원이 안돼요” 

 

“아니 그래도 너무 미안해서..” 

 

“ 자, 갑시다.”  

 

4천5백원쯤 했을거다. 햄 치즈 감자 토스트.. 

물도 편의점에서 하나 사다 주셨다. 

 

“ 이거 드시고, 이따가 꼭 차 잘 찾아 타세요 알겠죠? 자살 생각 하지 마시고. 대한민국 좋은 나라에요. 나라에서 얼마나훌륭한 복지 제도가 많은데요. 꼭 다시 일어서실 수 있습니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돌아가 버렸다. 

뭐라고 내가 말 붙일 틈도 없었다. 

그런가.. 다시 살아가는건가.... 

 

시간이 되고 부산행 버스에 올랐다. 

특등석 창가 쪽 혼자 앉는 자리였다. 

벌서부터 익숙한 경남 방언이 들려왔다. 

태어난 지역이 경북 경주라 어렸을땐 나도 사투리를 썼었지.. 

 

정이 들대로 든 전라도 목포에 대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버스는 시간 맞춰 칼 같이 출발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보며 눈을 감았다.  

 

도움도 많이 받았고. 혼자 버티기도 억척같이 버텼었고. 이걸 내가 해냈네. 천명이라는게 있긴 있나봐. 아직 죽을때가 아닌거야. 

 

몇 시간 뒤, 날카로운 여성의 비명소리가 고막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눈을 떳다. 

 

“꺄아아아아아아악!!!! “ 

 

쿵!!! 

 

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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