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순간 어떻게 행동 하느냐가 또 다른 운명적 사건을 낳는다.” ——————————————————-/// 나는 조용히 교회를 빠져나왔다. 이미 이곳에서 얻을건 충분히 다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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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4 18:47:28

“ 그 순간 어떻게 행동 하느냐가 또 다른 운명적 사건을 낳는다.”

——————————————————-///

 

 나는 조용히 교회를 빠져나왔다. 

이미 이곳에서 얻을건 충분히 다 얻었다. 꼬마의 티 없이 순수한 미소를 받았고, 아주머니의 약자를 향한 자애심을 가슴에담았다. 그까짓 하루 쯤이야 얼마든지 밖에서 더 지낼 자신이 있었다.  

 

태양은 저 위에서 지상의 모든것을 말려 죽이려는 듯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지평선 너머 아스팔트에는 희여멀건한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길고양이마저 한 낮에 자동차 아래에 들어가 숨을 죽일 만큼 뜨거운 날씨였다. 

 

‘어디로 가야할까’ 

 

일단은 오전에 들렀던 성지에 다시 오르기로 했다. 

마땅히 갈 곳도 없었거니와, 그곳에는 적어도 태양을 피해 들어갈 건축물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시 마주한 대성당은 오전과는 또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꼭대기까지 시선이 닿지 않았다. 작열하는 태양이 지상의 인간으로 하여금 감히 위를 올려다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듯한 기분이었다. 혹시나 해서 본당의 옆문을 확인하였으나 여지없이 잠겨있었다. 

 

‘아깝다. 밤에 들어갔으면 편히 잘 수 있었을텐데’ 

 

행위가 운명을 낳는다. 

오전에 이곳에 들어갔다는 행위가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

 내가 목포에 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조금 만 더 성숙했더라면. 포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무수히 가능했던 다른 선택지들과 결과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인생은 삶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라고. 나는 그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잘못된 선택들로 인해 지금이라는 현실을 마주 한 이상, 이제부터라도 바른 선택만 해 나가야 했다. 

더 이상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첫 날 그랬듯이 밴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내리쬐는 태양은 구름의 이동 경로에 따라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가를 반복했다. 아직 다 지어지지도 않은 건물인데, 벌써부터 관광객들이 보였다. 할아버지 손을 꼭 붙잡고 주위를 둘러보는 손녀딸과, 몇 년을 같이 지내왔는지 궁금한 노부부까지.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천차 만별이었으나 하나같이 행복해보이는 사람들 뿐이었다. 

 

‘저 사람들한테 나는 어떻게 보일까’ 

 

아마 지금은 기억에도 없겠지.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며, 밴치 위에 홀로 앉아있던 지저분한 청년따위. 

나는 기억한다고. 당신들 하나하나를. 

 

한시간 반 쯤 그 자리에 앉아있었을거다. 발광하던 태양이 드디어 잠잠해 지고 땅거미가 내려 올 시간이 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오늘의 숙소를 정할 때였다. 

 

첫 번 째 후보였던 타워형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봤다. 땅에는 흙먼지가 가득했고 안의 공기도 몹시 탁해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못 잘 정도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시험삼아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아본다. 

 

‘ 음.. 충분히 아늑한데?’ 

 

호텔의 등급으로 치면2.5성급은 되는 공간이었다. 

아무도 마주칠 일이 없다 +1성 

비를 피할 수 있다 +1성 

전기가 들어온다 +0.5점 

 

얼만큼 시간이 지났을까.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윙이이이잉이이잉’ 

 

‘하. 또 시작이네’ 

 

건축물 안이라 하더라도 철문으로 된 입구에 난 공간을 타고 모기가 들어와있었다. 

여름에 보통 몇 방이나 모기를 물렸는지 기억하는가? 내가 이자리에서 단언하건데, 당신들을 문 모기 중 30퍼센트는 노숙자의 피로 태어난 모기일 것이다. 그만큼 노숙자들은 모기에게 무력하다. 

 

밀폐된 공간에 모기까지 있으니 이곳은 탈락이다. 

차라리 공기라도 좋은 곳에서 물리는게 낫지. 

타워를 빠져나가 본당 오른편에 있는 레지오마리에 기념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도 밴치가 놓여져 있었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 그늘 부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시원했으며 비도 피할 수 있었다. 

등을 대고 누워보자 세상에.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귓가에 들려오는 모기 소리를 무시하며 최대한 시간을 보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2.5성 정도. 

 

 

이 공간에서 저녁 8시 가까이는 있었던 것 같다. 

밤이 되면서 모기떼의 공격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져 나는 다시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근처에 화장실이 있어서 들어가 봤는데 사람이 사용한 흔적이 전혀 없는 유령 화장실 같은 공간이었다. 물을 틀어보니 물도 나왔다. 당연히 전기도 들어왔다. 

 

냄새도 안나고, 모기도 없고, 전기도 나오고 물도 나오고... 사람도 없고. 

찾았다 5성 호텔 스위트룸. 

보통의 공중 화장실이라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사람 때문에 탈락이었겠지만 이곳은 상당한 언덕 위에 자리잡은 미완성 성지의 화장실. 관광객은 물론이고 지나가다 들를 사람이 밤에 화장실을 이용할 일도 없다. 

 

소변기 옆에서 자기엔 좀 그래서 대변기 칸막이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 몇 시간 동안은 그렇게 변기 위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사람이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싶다고, 금새 또 눕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허리가 너무 아팠다. 

그래서 그냥 누웠다. 한쪽의 쓰래기통을 반대쪽으로 치우고 거기에 발을 대고 눕자 새우잠을 자는 형태로 아슬아슬하게유지가 가능했다. 

 

이 선택이 불러올 결과를 알았더라면... 절대 이런곳에서 자지 않았을텐데. 이때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어쨋든 머리를 대고 누워보자 바로 반대쪽에 거미줄을 타고 있는 거미와 각종 벌레의 시체가 보였다. 

 

‘ 아무리 그래도 벌레 부스러기 옆은 좀 그렇지’ 

 

다시 일어나 발로 스윽스윽 벌레 사체를 문 밖으로 치웠다. 거미는 죽이지 않았다. 

 

‘니가 오늘 내 파트너구나’ 

 

어차피 구석에 있기도 했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한시간, 두시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제대로 된 잠을 잘 수는 없었다. 눕긴 했어도 어디까지나 변기와 벽 사이 그 비좁은 공간에 누워있는 형태라 몹시 불편했다. 그래도 버티고 또 버텼다. 

 

‘내일만 오면.. 내일만 오면 희망이 있어.. 제대로 된 곳에서 자는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었다가, 깨었다가를 반복하기를 수 차례. 

왼쪽 눈꺼풀 위로 무언가 따가운 물체가 떨어진 감각이 들었다. 

후드를 눌러 쓴 채 머리를 바닥에 대고 누워있었기에 처음에는 그저 모자 부분에서 뭔가가 떨어졌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 뭐가 떨어졌나.. 까칠까칠하네 뭐야이거’ 

 

자연스럽게 손으로 그 물체를 떼어내려고 건든 순간. 

 

그것이 움직였다. 

아직도 정확한 정체는 알 수가 없다. 

대체 뭐었을까? 지네? 거미? 

끔찍하게 따가운 감각이 눈 꺼풀을 타고 속의 눈 알까지 전해져왔다. 

 

‘아아아아!! 뭐야 이거 ‘ 

 

‘아.. 시발 .. 씨발 .. ‘ 

 

경기를 일으키며 나는 화장실 불을 켜기 위해 달려나갔다. 재빨리 자리에 돌아와 내가 누운 바닥을 한 쪽 눈으로 살펴보았으나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 뭐야 지네인가? 감각은 지네 같았는데’ 

 

세면대에 물을 틀고 왼쪽 눈을 박박 비비고 또 비볐다. 고통이 가실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한 쪽 눈이 보이질 않았다.

 

‘이대로 실명이야? 말이돼? 여기서 이렇게 된다고? ‘ 

 

시간은 새벽 5시쯤. 

다시 불타오를 준비를 하는 태양을 한 쪽 눈으로만 바라보며 나는 화장실을 빠져나가 시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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