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지만 내가 별로 글재주가 없는 관계로 예전에 누군가 영어로 쓴 글을 내가 번역한 걸 올려봄 원문은 참 좋음 그러니 만약 글이 좀 어색하다 싶으면 내 번역 실력이 형편없는 탓...

mobilebanner

조회 수 6584

추천 수 12

2015.10.29 14:16:41

쓰고 싶지만 내가 별로 글재주가 없는 관계로

예전에 누군가 영어로 쓴 글을 내가 번역한 걸 올려봄

 

원문은 참 좋음

그러니 만약 글이 좀 어색하다 싶으면 내 번역 실력이 형편없는 탓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람

 

다소 스압이긴 하지만 천천히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에 공유함

 

 

====

 

아파트를 나서자 마자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완강한 느낌의 이 외국어는, 틀림없이 곤경에 처해 있는 여성의 목소리일 터였다.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망설이다가 계단을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나는 고작 3층에 살고 있고, 계단으로 내려가는 쪽이 상황 판단을 하기에 수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여성이 공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올랐고, 나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싸움에 대비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1층에 도착하자, 히스테리를 보이고 있는 중년 여성이 눈에 띄었다. 서성거리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내 쪽으로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와중에 "...ayuda.."라는 말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도움이 필요하군요?" 내가 물어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이 열려있는 그녀의 아파트로 허둥지둥 들어갔다. 나는 입구까지 그녀를 따라갔고, 방의 한쪽 구석에 있는 소파에 한 남자가 엎드려 있는 것을 보았다. 곧바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911에 전화를 했다. 교환원이 전화를 받자 나는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바로 앰뷸런스를 보내 달라고 하고 주소를 얘기했다. 그런데 일이 조금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 한 남자가 이 방에 들어왔고, 그 다음에는 여자 꼬마애가 들어왔다. 남자는 부상자에게 접근하며 통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앰뷸런스 교환원은 나에게 부상자의 상태에 대해 질문을 했다.

 

"환자분이 호흡을 하고 있나요?"

 

아파트에 들어서서 소파 쪽을 향하자, 방 한구석에 원숭이가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지금 이게 얼마나 기이한 상황인지 따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소파 위에 엎드려 있는 남자에게는 호흡도, 맥박도 잡히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온 다른 남자가 부상자를 바닥으로 옮겼다. 그리고 아까의 그 남자는 오른손에 핸드폰을 든 채, 왼손을 부상자의 가슴에 올리고 약하게 누르고 있었다.

 

나는 그때 알아차렸다. 우리 둘다 앰뷸런스 교환원과 통화를 하고 있었고, 그와 통화중인 교환원은 그에게 전화로 심폐소생술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전화를 끊고 잠시동안 망설였다.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머릿속에 드는 이성적인 생각은 그와 사뭇 달랐다.

 

"만약 이 남자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마도 누군가가 최선을 다해 그를 도와주기를 바랬겠지."

 

상황은 사실 간단했다. 이 남자는 죽어가고 있었다. 애초에 내가 911에 전화만 한다고 해결될 만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무릎을 꿇고 다른 남자의 손을 한켠으로 치우고, 내 두 손을 부상자의 가슴 위에 올려놨다. 그의 겨드랑이는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고, 마치 발작을 일으키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심장 마비였다.

 

나는 두 손으로 힘껏 그의 흉부를 누르기 시작했다. 마치 응급처치 실습 때 느꼈던 마네킹과 같은 감촉이 손끝에 감돌았다. 내가 어깨부터 힘을 잔뜩 주어 흉부를 누르고 있는 동안 더 많은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왔다. 흉부를 효과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힘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흉부를 눌러 내렸다.

 

"30번을 반복하래요." 아까의 그 남자가 내게 말했다.

 

나는 30번을 반복했다. 그리고 낯이 익은 한 여자를 발견했다.

 

"인공 호흡을 맡아 줘요," 나는 그녀에게 단호히 말했다.

 

그녀는 내 옆에 꿇어 앉아서 "어떻게 해야 되죠?" 라고 물어봤다. 나는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제스처를 했고,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헬스장에서 본 적이 있는 여자였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여자들은 대개 이런 일에 적합한 성격을 지녔다.

 

나는 크게 숫자를 세면서 또다시 30번을 반복했다.

 

"당신이 제대로 하고 있대요. 완벽하게 하고 있다네요." 다른 남자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사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몰려든 사람들 중에서 내가 그나마 가장 나은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언뜻 보니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혹시 심폐소생술 훈련 받으신 분 없어요?" 나는 다시 흉부 압박을 시작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거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지금 내가 가진 미약한 지식에 이 남자의 모든 것이 달려있는 것이다. 그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고, 그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흉부를 계속 누르면서 나는 그의 늑골이 내 손바닥에 부딪히는 것을 감지했다. 아마도 내가 올바르게 심폐소생을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빌어먹을 앰뷸런스는 왜 안오는 거야?" 인공호흡을 하던 여자가 패닉하며 소리쳤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지금 이 사람의 희망이라고는 우리 두 사람이 전부예요. 그러니까 앰뷸런스가 와서 인계해 가기 전까지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나는 이 말에 확신이 있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이 행동이 최선이었고, 또 유일한 것이었다. 앰뷸런스가 와서 그들이 이 남자를 데려갈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고 심폐소생을 계속할 작정이었다. 그녀도 계속 그의 입으로 숨을 불어넣었고, 나도 계속해서 흉부를 내리눌렀다. 강하게 누른 나머지 그의 몸이 몇 번씩 움직이고는 했지만, 호흡과 맥박은 아직도 잡히지 않는 채였다.

 

몇 분 뒤에 의료팀이 도착했다. 그들이 부상자 가까이에 오자 나는 옆으로 물러나 아무 말 없이 아파트를 나섰다. 그들의 기술과 의료 장비가 내 맨손보다는 훨씬 더 믿음직한 것일 테니까. 소생 구조가 계속되는 동안 나는 로비의 큰 기둥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히스테리를 보이던 그 여성과 아파트 관리자가 내게 와서 감사를 표했다. 사실 나는 그들이 왜 내게 고마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은 내가 책임을 지고 나선 것에 대해 고마워했던 것 같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내가 나서서 행동을 취했을 때 그들은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죄책감을 덜 수 있었으리라. 구조대가 제세동기를 사용해 심장 마사지를 하는 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이윽고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아파트 정원에 도착했다. 그들은 남자를 들것에 실어 앰뷸런스 안으로 옮겼고, 앰뷸런스는 곧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상황은 그렇게 정리되었지만, 사람들은 아직 남아 있었다. 아파트 관리자는 앰뷸런스에 타기 전까지 그 남자가 소생하지 못했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 후로 몇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 역시 내게 그 똑같은 말을 하곤 했다. 사람들이 사라지고 난 밤에도 나는 그 자리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이렇게 심폐소생술을 하면 심장이 곧바로 다시 뛰기 시작하고, 환자도 즉시 살아나던데.. 나는 실패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얼른 그런 생각을 접었다. 적어도 나는 나서서 뭔가를 했잖아. 만약 내가 그냥 도망쳤다면? 그것이야말로 끔찍한 실패였을 것이다.

 

나는 도저히 이걸 혼자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영국 축구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아파트를 나서서 언덕 아래에 있는 술집을 향했다. 낯익은 얼굴은 없더라도, 어쨌든 다른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술집에 들어선 나는 바 쪽에 자리를 잡고 비터 레몬을 주문한 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낯이 익은 바텐더에게 내가 왜 이렇게 멍한 상태인지 설명하려고 애썼다.

 

"한 남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말이죠.. 그 남자가 살지 죽을지 모르겠어요."

 

세상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가고 있었다. 술집에 있는 스웨덴 사람들은 스웨덴이 아일랜드를 상대로 골을 넣자 환호를 했다. 영국이 몰도바를 완파하자 외국인들은 포효를 했다. 그리고 내가 심폐소생술을 했던 그 남자는 지금쯤 몰타의 한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매며 살고자 하는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을 터였다.

 

그 때 여자친구가 내게 전화를 걸었고 나는 대충 사정을 설명했다. "아 저런, 내가 지금 바로 갈게!" 그녀는 곧 바에 와서 나를 픽업했고, 뭔가 먹어야 한다며 가까이에 있는 일식집으로 데려갔다. 나는 아직도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그녀는 참을성있게 내 얘기를 듣고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정말 멋진 일을 했네!" 내 여자친구는 역시 참 멋진 여자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 보니, 책임감의 무게가 내게 슬슬 느껴지기 시작했다. 손의 위치가 잘못된 건 아니었겠지? 만약 내가 심장 위치를 제대로 못 잡고, 오히려 전화로 귀띔받아서 심폐소생술을 하던 그 남자만큼도 도움이 안 되었으면 어떡하지? 만약 그가 죽으면 그 가족은 나를 비난하진 않을까? 아냐, 그래도 압박만큼은 제대로 했어. 만약 그가 살아난다면 어떻게 되지? 그럼 나는 오히려..?

 

그러다가 나는 생각을 멈췄다. 사실 나는, 그가 살아나지 못했을 거라고 가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편이, 그가 살아났다고 희망을 가지고 나중에 절망을 하게 되는 편보다 나을 테니까. 그러다가 여자친구와 얘기를 하면서 그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다. 내 행동은 그 남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던 것이다. 수없이 많은 결과의 가능성이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내가 뭔가 행동을 취함으로써 그가 살 가능성은 조금이나마 높아진 것이다. 그가 살아나든, 혹은 그렇지 못하든, 어쨌든 나는 "옳은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PLO 테이블에서 피시같은 레귤러에게 썩아웃을 맞고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나인데, 누군가의 생사가 걸린 문제에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하니 오죽이나 어렵겠는가. 아무튼 우리는 집에 돌아왔고 내 주말은 그렇게 흘러갔다.

 

이틀 뒤에 나는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갔다. 운동 세트를 반복하면서 나는 아직도 뭔가 멍한 상태였고, 그 때마다 죽음은 단순한 멈춤과 같은 이미지로 내 앞에 아른거리곤 했다. 나는 무거운 운동 기구들을 들면서 육체적인 불편함을 포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일련의 행동들을 통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때 며칠 전 부상자를 같이 도와주었던 그 여자가 내게 다가왔고, 내가 어찌 반응하기도 전에 먼저 말을 걸었다. "얘기 들었어요?" 나는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그 다음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응급실 의사들이 아파트 관리자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 남자가 살아났고 곧 완전히 회복할 거래요. 심폐소생술을 한 사람에게, 당신이 한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고 전해 달라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벅찬 가슴에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때 그녀의 남자친구가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 "구세주씨 안녕하세요!" 내게 주먹을 살짝 부딪혀 인사하며 그는 그렇게 말했다.

 

비로소 뭔가 가벼운 기분, 마치 어깨에서 짐을 내려놓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기쁜 소식을 전해들은 내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의 긍정적인 생각이 맴돌았고, 그걸 동기부여로 삼아 나는 평소보다 훨씬 더 열심히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여자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갈 때에도 나는 여전히 들떠 있었다. 그날 밤의 일은 아직도 내 뇌리에 맴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리고 나의 행동이,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하지만 나는 뭔가를 자축하는 일이 언제나 낯설어서인지, 왠지 알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매일 누군가의 목숨을 구한다. 외과의사들, 군인들, 응급 구조대원들 등등. 게다가 나 혼자서만 그 남자의 목숨을 구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내가 현장에서 앞장서서 나서긴 했지만, 진짜로 이 사람의 생명을 구한 것은 의료원과 응급실에 있던 사람들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어느새 내 행동에 대해 평가절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활짝 웃고 있는 여자친구와 얘기를 하면서, 문득 이런 데에 생각이 미쳤다.

 

"그러니까 말야,"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내가 그 부상자였고, 누군가 낯선 사람이 나를 도와줬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상상해 보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말끔히 정리가 되었다. 나는 꽤나 중요한 일을 해낸 것이다.

 

나는 밀크쉐이크를 마시면서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다.

 

어쩌면 이 일은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었던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아니 대학교에서도 응급구조를 배운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자발적으로 응급구조를 배우지 않았다면, 나는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처럼 젊은 남자가 내 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그저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었을지도 모른다. 20년 정도의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고도, 정작 이 남자가 가장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을 것이다.

 

심장마비가 일어났을 때 처음 몇 분은 매우 중요하다. 그 몇 분 사이에 즉각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사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당시에 내 목적이 그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은 그 과정에서 내 손으로 산소가 든 혈액을 몸 전체에 공급하면서 그의 신체 장기들을 살려두고 있었던 것이다. 4달 전에 응급 구조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나는 타인이 죽어가는 광경을 보며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뼈저린 후회를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 얘기를 여러분들과 공유하는 이유는, 내가 할 일을 끊임없이 나중으로 미루고 또 미루는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응급 구조 배우기"를 할일 리스트에 처음 끄적여둔 게 아마 10년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1년 반쯤 전, 나는 결국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에도 이골이 나서, 몇 가지의 계획들을 세우고 그걸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 블로그가 그때쯤 시작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물론 그건 꽤나 느린 과정이었고, 내 성격이 하룻밤만에 바뀐 것도 아니다. 나는 때때로 여전히 꾸물거렸고 (이건 아직도 비슷하다), 때로는 좌절감이 몰려오는 날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내가 성취하고 싶은 일들을 모조리 적어두고, 그걸 이루기 위해 필요한 세부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쌓인 내 목표와 꿈들 중 어딘가에는 "응급 구조 배우기"라는 간단한 목표가 묻혀 있었다. 족히 10년은 되었을 목표였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이걸 세부적인 단계로 나눠 보기로 했다. 수업 과정들에 대해 조사해 보기, 전화를 걸어서 문의해 보기, 교통편 마련하기. 이렇게 단계별로 계획을 세우고 나니, 계획의 실행에 걸림돌이 되는 자잘한 문제들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래도 여전히 심리적인 장벽이 남아 있었다. 막상 응급구조 수업 등록을 할 때가 되니 핑계는 넘쳐나게 많아졌다. 지루하지 않을까? (지루했다.) 일하는 데에 시간을 뺏기지는 않을까? (뺐겼나? 잘 모르겠다.) 실제로 얼마나 필요가 있을까? (...) 하지만 나는 결국 수업에 등록을 했다. 첫 번째로는 꽤나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만약 내가 도와줄 수 없다면..), 두 번째로는 응급구조 수업이 더 재미있는 다른 목표와 연관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피드보트 자격증을 따는 데에 이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짐작컨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은 아마도 상당히 똑똑할 것이고, 스스로 사리판단을 할 능력이 있으며, 약간의 강박증이 있고, "노력 없이 만들어진" 권위에 대해 반발을 가지고 있고, 또 포커에 꽤나 관심이 많을 것이다. 여러분은 아마도 18-40세의 남성이고, 비디오 게임이나 경쟁적인 스포츠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커에서, 그리고 인생에서 우리가 원하는 성공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여러 가지 불편한 것들을 돌파할 수 있는 추진력이다. 온라인 포커 그라인딩을 하다 보면 목표를 잃고 헤매게 되기 십상이다. 내일은 또 내일의 MTT가 있고, 또 내일의 캐시 게임이 있고, 그저 VPP를 모으기 위해 그라인딩을 하다 보면 언젠가 썬밀 같은 걸 하나 찍을지도 모르니까. 포커 플레이어로서 우리는 이러한 도전들에 타성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쳇바퀴 돌듯 살다 보면 중요한 과제들 몇 가지는 결국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내 코칭 학생들 중 대부분은 포커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질문들뿐 아니라, 게임을 어떻게 배우고 스킬을 어떻게 향상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한다. 포커와 같이 비학구적인 학습의 특성은 무엇보다도 피드백이 확률적이고, 지저분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몇주 동안, 혹은 몇달 동안, 도대체 지금 노력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인지 하는 의문이 지속될 수도 있다. 한 부분에서는 멋진 피드백을 얻더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좌절을 겪으며 그냥 포기하고 싶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면 성공이라는 것은 거진 랜덤이라고 생각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 불운 탓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미처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의 이 랜덤한 긍정적인 피드백에 대한 얘기를 해 주고 싶다. 나는 그날 내 행동이 불러온 결과에 대해 결코 알지 못한 채 살아갈 것이다. 그 남자의 인간관계, 앞으로 태어날 자식들, 또 그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찾아올 기쁨과 슬픔의 순간들. 아니, 사실 나는 그 남자의 이름조차도 물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주 조금의 준비, 또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의 목록에 있던 하나의 쌩뚱맞은 "잡일"과도 같은 것이, 결국은 타인의 삶에 결정적인 좋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나서, 여러분이 늘 하고 싶었던 그 무언가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로 미루어 온 바로 그것 말이다. 삶은 언젠가 이런 식으로 당신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게 언제가 되었든.

 

만약 그 순간이 닥쳐온다면, 그 때 여러분은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인가?

스크랩

bookbanner

댓글 수

 

43

2015.10.29 14:22:12

2015.10.29 14:28:13

2015.10.29 15:00:02

2015.10.29 15:36:54

2015.10.29 21:52:15

2015.11.01 11:28:53

2015.11.01 12:44:01

2016.01.23 13:12:53

댓글 작성은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클릭 시 로그인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글 수

 

4,710

제목

글쓴이날짜
2024-04-24
2024-04-21
2024-03-07
2024-02-09
2023-12-19
2023-10-01
2023-09-05
2022-10-28
2022-05-04
2022-02-08
2019-05-17
2015-10-15
2015-09-23
2015-09-23
2015-09-22
2015-09-21
2015-09-04
2015-09-02
2015-08-29
2015-08-26
2015-08-23
2015-08-15
2015-08-11
2015-07-09
2015-07-06
2015-07-01
2015-06-24
2015-06-21
2015-05-22
2015-05-16
2015-05-15

검색

Copyright 2014. Pokergosu.com all rights reserved.

SUPPORT : [email protected]

한국 지역 게시글 중단 요청 : [email protected]

마케팅 대행사 - (주)에브리봇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369 12층

POKERGO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