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전업을 접고 뭘 할까 고민하면서 잡코리아와 사람인을 뒤적거렸다. 한국에서 직장을 잡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1)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2) 동남아 쪽으로 소팅을 해봤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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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27:45

포커 전업을 접고 뭘 할까 고민하면서 잡코리아와 사람인을 뒤적거렸다.

한국에서 직장을 잡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1)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2) 동남아 쪽으로 소팅을 해봤다.

 

아프리카는 그냥 아프리카니까. 다른 이유 따윈 없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지 않냐??

오세아니아는 예전에 호주 워홀 경험이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뉴질랜드에 잡이 있으면 살아보기 좋겠다 싶어서.

동남아는 대부분 타겟이 베트남인데 그쪽은 공장이 많아서 들어가기 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사람을 뽑는 모든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다. 기억나는 건 가발 공장. 참치 컨테이너. 대기업 생산관리 등등.

오세아니아 쪽에는 파푸아뉴기니에서 마트 매니저를 뽑는다고 하길래 거기 넣었다.

동남아시아는 걍 공장 여기저기 넣은듯?

 

결국 연락은 두 곳에서 왔다.

샘숭전자 파키스탄 법인. 그리고 파푸아뉴기니 마트.

 

샘숭전자 해외법인에서는 가전부문 생산관리 사원-대리급을 구하고 있었고, 내가 직접 지원하진 않았는데 헤드헌팅업체에서 내 이력서를 연결해준 것.

주재원이 아니라 현지채용이라 주재원 딱가리 업무가 대부분이지만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고 지역도 파키스탄이면 대만족감이였다.

인도를 두 번 다녀온 적이 있어서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도 감이 오고, 그래서 인터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전화 인터뷰 2번을 본 후에, 연봉 네고를 하고, 수원 본사에서 법인장 면접을 봤다.

결과는 탈 to the 락. 걔네는 홀딩이라 계속 기다리라는데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

 

파푸아뉴기니 마트 매니저는 샘숭 전에 사장과 이미 간다고 쇼부를 봤는데, 그 담날 샘숭 서류 통과 얘기를 들어서 마트 사장님께 사실대로 말했다.

샘숭 진행 중인데 페이가 여기가 더 쎄서 여기 되면 샘숭 갈 것 같다. 하지만 여기 안되고 아직 자리가 비면 그때 다시 말씀 드려도 되느냐고.

어찌보면 무례해보일 수도 있지만 말은 아 다르고 어 달라서, 제대로 잘 얘기하면 다 이해해줄 거라 생각했다. 말 그대로 됐고.

 

여튼 그래서 난 6월 중순에 파푸아뉴기니 행 뱅기를 탔다.

내가 일할 곳은 파푸아뉴기니(줄여서 PNG) 본 섬에서 떨어진 Misima 섬이란 곳이다. 일본스러운 이름인데 2차대전 당시에 잠시 일본군 지배 당해서 그런가?

Screenshot_7.png

 

위 지도 중앙 아래가 PNG이고, 이 나라 수도는 포트모르즈비. 거기서도 멀리 떨어진 표시점이 미시마 섬이다.

여기 섬에 마트가 있단다. 슈퍼마켓. 현지인들 대상으로 하는 슈퍼마켓!!

 

처음에 여기 간다고 하길래 만류, 걱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저기 많이 다녀본 나 자신 조차도 이건 셋업각이 나오는터라..

가기 전 며칠 전까지도 고민했었다. 

 

여하튼 갔다.

뱅기 티켓은 가게에서 끊어줬는데 이게 참 고생길이다.

인천공항 아침 8시 10분 뱅기로 출발

-> 마닐라에 정오에 도착. 12시간 대기하다 자정에 PNG 수도로 출발.

-> 그 담날 오전 8시 반에 수도 도착. 여기서 섬으로 가는 당일 뱅기가 없어서 하루 숙박.

-> 담날 오전 9시 미시마 섬으로 가는 뱅기 타고 ㄱㄱ 11시 반에 섬 도착.

 

줄여서 목요일 새벽 출발 ~ 토요일 정오 도착이다. 험난한 여정이다.

 

이건 본토에서 섬 가는 길에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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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니아의 바다는 어우야.

 

하지만 섬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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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공항이다. 바닥이 흙밭인 것도 그렇지만 International Airport 라고 써 있다는 게 더 웃기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 때 국제공항으로 사용도 되긴 했었다. 호주가 가까워서 왔다갔다 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걍 로컬이다.

 

여하튼 저 문으로 나가니 가게 Andy라는 직원이 나와 있더라. 

나는 횬다이 포터를 타고 공항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집에 도착했다. 토욜이었고, 가게는 토욜도 영업하지만 도착 첫날부터 일할 필요는 없었음.

 

짐을 풀고, 사장님을 뵙고 주말 쉬고 월욜부터 일 ㄱㄱ

여긴 토욜날 가게 직원들이 집에 와서 파티를 한다. 파티라고 하지만 소소한 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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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이다. 보통때는 체육관으로 쓰는 곳인데, 토욜마다 맥주 파티가 열린다. 

남자들은 다 직원이고, 여자들은 걍 동네 아가씨들.

 

여기 다트, 당구대(사구), 탁구대, 런닝머신, 사이클, 플스3까지 다 있어서 걍 퇴근 후에 여기 오는게 일과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섬에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집에서 나오면 아래와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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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 대문 앞이다.

첨 봤을 때는 쌍제의 미드 Lost에 나오는 섬 같더라고.

집에서 가게까지는 걸어서 5분, 차로 2분. 근데 우린 차타고 다닌다. 어차피 포터 가게에 갖다놔야하거든.

 

가게에서 나는 매니저로서 현지 직원 관리를 주로 하면서 물품 오더, 매상관리 등 전반적인 롤을 맡는다.

결과적으로 사장님은 본인 한국 들어갈 때 맡아서 일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지.

 

슈퍼마켓인데 안파는게 없다고 보면 된다. 이 섬의 크기는 215km². 비교대상으로 제주도가 1,849km², 울릉도가 73km² 정도다.

인구는 2만명 약간 안된다는데 와 많네. 지금 찾아보고 알았다. 난 한 7-8천명 될 줄 알았는데.

 

이 섬에서 돈을 주고 물건을 사고 파는 매장은 슈퍼마켓 뿐이다. 작은 로컬 마켓이 있지만 동네 시장보다도 작다.

미용실이나 음식점, 다른 가게 같은 건 없다. 그래서 모든 통화는 슈퍼마켓을 통한다 ㅋㅋㅋ

 

여기 슈퍼마켓은 선착장 근처에 세개가 모여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샵이 2개, 중국인이 운영하는 샵이 1개.

이 외딴 곳에 한국인 샵이 두개나 되다니. 그것도 단일 사장 소유가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다.

뭐 이 얘긴 사장님 위 세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얘기고 패스.

 

결론적으로 이 세 가게가 이 섬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매출(MS)은 내가 일하는 가게, 중국인 가게, 다른 한국인 가게 순으로 5:3:2 정도.

매상은 내가 매일 결산하니까 평균적으로 알 수 밖에 없는데 하루 평균 원화 1500만원 정도다.

처음엔 이 작은 가게에서 이런 매출이 나온다고? 놀랐지만 웬걸 해보니 나온다.

여긴 주6일 일하니까 계산해보면 연매출이 40억이 넘음. 매출대비 순수익은 10% 정도 된다는데 아직 이거까진 내가 일한 기간이 짧아서

직접 감은 안오지만 그럼 얼추 잡아 연 순이익 4억이 넘는다는거. 음.. 아오에.

 

이런 외딴 곳에서 혼자서라도 장사하는 이유가 있구나 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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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트 창고에 쌓아놓은 음료들. 이 옆에 절반 정도 짤렸는데 그것까지 합쳐서 한달 정도면 다 팔리는 것 같다.

참고로 여기 콜라 한 캔 320ml 가격이 2.5kina 인데 얘네 시급이 3.5kina다. 1kina가 대략 350원 정도니까 계산해보면

얘네 시급은 원화로 천원 약간 넘고, 콜라는 800원 정도 되는데.. 그런데도 음료수는 불티나게 팔린다. 임금 대비 물가가 정말 비싸다.

그래서 지금도 궁금하다.

얘네는 뭐해서 돈을 벌지?????????? 난 지금도 모르겠다.

 

여하튼, 가게는 보통 1주일 단위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매주 수요일마다 본토에서 배가 들어오니까 주문도 거기에 맞춰서 일주일 단위.

일주일 싸이클로 보면 되고, 일이 익숙해지면 웬만한 건 다 같은 일의 반복이다.

 

보통 하루 일과는 7시 기상, 식사, 8시 일 시작, 5시 퇴근, 저녁 식사 후 운동, 영화 감상, 취침.

왜냐하면 이 섬에는 인터넷 선이 안들어와 있다. 스마트폰 2g로 인터넷을 해야하는데 그게 넘나 느려서 카톡 정도 밖에 안된다.

카톡도 사진 같은 경우 보내면 2-3분 있다 받을 수 있다. 2-3mb짜리도.

스마트폰 어플들도 대부분 인터넷 쓰는 건 실행 안된다.

강제 자연인 모드 ㄱㄱ

 

인터넷 없으면 못사는 사람은 여기 오면 네버 안됨.

 

여기 가서 2개월 일하고, 관광비자 만료되서 한국 다시 들어와 있는중.

가자마자 워킹비자 받으려고 퍼밋신청 했는데 짱깨들이 요새 넘나 많이 PNG로 넘어온다고 승인이 늦어지다 최근에 OK떠서

3년짜리 워킹비자 받아서 11월 9일에 다시 나가는 뱅기 티켓 예약해놨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키우는 댕댕이들. 이름은 독구, 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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