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변호사입니다.포커씬에서 아는분은 아시고 모르는분은 만날일 없을만한 그런 사람입니다.이 글은 포고에 쓰는 세번째 글이고, 아마도 마지막 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비교적 초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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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02:38:17

이 변호사입니다.

포커씬에서 아는분은 아시고 모르는분은 만날일 없을만한 그런 사람입니다.

이 글은 포고에 쓰는 세번째 글이고, 아마도 마지막 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교적 초기부터 오프라인 토너 시장을 지켜보았던 변호사로서 경험했던 이야기들과 현재의 상황, 그리고 앞으로 피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펍의 단속등 과정에서 유의해야할만한 사항들을 정리해봅니다.

이런 글을 왜 쓰는지도 글 마무리에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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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 이야기

홀덤(펍) 사업은 2017~2018년경부터 몇몇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과거 유행했던 홀덤을 치고 맥주나 양주를 경품으로 주는 모델("홀덤바"라 불리던 모델)은 법적으로 실패하였으나 '참가비가 없고 금전적 가치가 없는 프라이즈를 시상하는 모델'은 불입건, 무혐의, 법원의 무죄판결등을 얻어내며 상당부분 법률의 테두리에 편입되는 양상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이와 별개로 홀덤펍 사업이 대중과 국가기관에 알려진 것은 코로나19기간을 거치면서입니다. 근접한 거리에서 카드를 공유하고 맥주를 홀짝이는 홀덤펍이 '감염병의 온상'으로 인식되었고, 연일 "홀덤펍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보도되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공공기관과 국가의 문서에서 "홀덤펍"을 특별한 관리대상으로 구분한 것도 이 때가 최초입니다.

코로나19 집합금지 기간을 거치면서 많은 프랜차이즈 홀덤펍들은 본사 차원의 영업중지협조요구를 받았고 경영난에 폐업을 하는 업주들이 속출했습니다. 이에 반발하여 프랜차이즈 간판을 떼고 캐시펍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다수 있었고 실험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운영이 시작되었습니다. 펍이 아닌 연습장, 스튜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운영형태가 이 때 등장했습니다.

홀덤시장 자체에는 악재와 도전이 계속되었지만 홍진호, 임요환을 비롯한 대중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프로게이머 출신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장면들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홀덤"자체는 전략과 계산, 심리싸움을 기반으로 한 하나의 게임이자 경쟁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게 되었고, "프로게이머들의 게임 센스가 홀덤 게임에서도 동일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홀덤은 스포츠다"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꽤 좋았던 시절입니다.

2) 시장의 내면

초기 홀덤펍은 '일견 합법적인'양태를 띄고 있었고 펍 자체에서 돈이 오고가거나 플레이어들이 재산상 이익이나 손실을 (크게)얻는것도 아니었기에 특별한 비판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은 자극적이고 사행적인 놀이터를 찾게 되는 것이 포커판의 부인할 수 없는 속성이었고, 이러한 니즈를 맞춘 대회사들이 성행하였습니다.

초기 대회사들은 시드권으로 참여하도록 하여 합법적인 모습을 갖추려 애썼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현장바이인"같은 개념으로 시드권의 취지를 스스로가 몰각시켰습니다. 심지어 대회사가 직접 시드권이 거래되는 채팅방에 참여하여 시드권을 사고파는 등 행위를 하며 시드권의 가격형성에까지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하였습니다.

진짜 문제는 대회사들이 흥행을 위해 무리한 개런티를 약속하고, 프라이즈를 다음 대회의 시드권 매출로 돌려막기를 하는등 플레이어들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지점부터였습니다. 2021년 이후로는 그야말로 대회사가 난립에 가까울정도로 생겨났고, 아무나 알파벳 세글자를 붙여 대회사를 만드는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무책임한 대회사들, 먹튀사건, 사기고소사건이 줄을 이었습니다.

아. 줄을 이었다는 표현은 조금 과장입니다.

3) 대숙청의 서막, 집중단속 시즌1

성매매, 성인오락실, 불법대부업, 대포차사업.

이들의 공통점은 "대놓고 불법을 하는것 같은데 신기하게 버젓이 영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그렇습니다. 변호사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이를 "국가가 용인하는 수준에서의 오염"으로 해석합니다. 이러한 업체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되면 단속을 시작하고 그 수를 줄일때까지는 집중단속을 하는 것입니다.

2015~2017년경 전국적으로 유행하던 "뽑기방"을 아실겁니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유행이 지나서이기도 하지만 2018년경부터 2020년까지 대대적인 단속과 숙청이 있었습니다. 신고, 제보, 인지수사, 심지어는 의도적인 함정수사를 하면서까지 단속을 한 사례들이 있었고 연일 "뽑기방 불법, 집중단속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홀덤펍은 2019년에 1000여개, 2020년에 3000여개, 2023년에는 10000개 이상의 업체가 있는것으로 (대략)추산된다고 합니다. 숫자만으로 보면 국가가 수를 억제하는 시기가 이미 도래하였고, 최근 청소년도박(온라인토토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없애야 할 도박장"으로의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1차 홀덤 특별단속은 2023년 8월부터 2024년 1월까지였습니다. 사감위, 문체부, 경찰청, 식약처가 합동으로 진행한 이 단속의 주된 대상은 "캐시펍"이었습니다.

"아깐 홀덤은 스포츠라며?" "응 넌 아니고"

최근 포커고수에 '단속경험담'을 올리는 대부분의 분들의 이야기는 캐시펍과 관련된 단속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야말로 '빼박 도박'인 캐시펍 단속에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군말없이 처분을 수용했고 수사기관 역시 큰 무리 없이 범죄혐의를 입증하고 적절한 실적을 쌓을수 있었습니다.

4) 유죄추정의 시대, 집중단속 시즌2

2023년의 특별단속을 통해 국가기관은 캐시펍을 단속하고 수십억원의 도박자금을 몰수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진짜 성과는 홀덥펍과 대회사에 대한 내부정보와 이러한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 -수사의 기법-을 확보한 것입니다.

1차 집중단속이 끝나고 1개월 뒤 "집중단속을 통해 시드권의 불법성을 들여다 보겠다. 업주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많은 관련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업주와 플레이어들은 "했던말 또하는건데 별일 있겠냐"는 대수롭지 않은 평가였습니다.

한달의 내사기간이 끝난 지금 시점, 지난 몇주간 전국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한다리 건너 누가 구속됐다더라 하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 경찰 단속중이다"라는 글이 며칠 건너 포고에 계속 올라오고 있고, 이런 글은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될것으로 보입니다.

5) 근데 내가 뭘 잘못했길래 쫄아야 하나

"뭘 근거로 단속을 하는거냐 개저씨들아", "들어올거면 맞다이로 들어와", 얼마전 기자회견에서 들은 얘기같지만, 실제로 단속현장에서 비슷한 고성이 오고갑니다.

집중단속의 타겟은 플레이어가 아닌 업체와 업체 관계자,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영리사업자들입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수사기관과 힘겨루기를 시작하는 순간 플레이어들 모두를 현행범으로 입건하는것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단속현장에서 경찰이 플레이어들의 인적사항을 가져가지만, 이것을 근거로 입건을 할지 여부는 그 후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공권력과 맞다이를 뜨고자 한다면 결과는 뻔합니다. 맞다이가 뻔할 수 밖에 없는 진짜 이유는 "경찰은 이미 증거를 들고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잠깐 이야기를 했지만 "홀덤"과 "도박"은 동치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하고있는것이 "홀덤"인지 "도박"인지는 플레이어 스스로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단지 "이정도면 안걸리고 넘어가 줘야 하는거 아니냐"라는 것과는 다릅니다.

다양한 사건의 집중단속수사에 변호인으로 입회하면서 느끼는것은 "공무원"이었던 경찰들이 집중단속에 돌입하면 "철퇴를 가하는 전사"로 변모한다는 것입니다.

경찰은 원래 '홀덤이란 52장의 카드중 2장을 가지고.... '부터 설명해야 하는 답답한 조직입니다. 얘기해도 속도도 안나고 관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현장단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사관들은 전혀 다릅니다.

여러분이 참여한 대회를 홍보하고 있는 카톡방에도 이미 들어와있고, 그 대회의 시드권을 거래하는 거래방에도 들어와있고, 그 대회를 관리하는 플랫폼에도 가입되어 있고, 심지어 포커고수의 글도 모니터링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마 이 글 역시도 읽었을지 모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제 1등시상을 받은 그자가 오늘 수사관으로 들어올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하는것은 그저 다 지어놓은 밥솥을 열고 그릇에 옮겨담는 일입니다.

'이 자리가 왜 도박인지'를 구성할 논리는 사전 조사를 통해 충분히 확보되어 있고, 도박에 참여한 자들이 누구인지, 운영의 규모와 수익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압수와 체포를 위한 절차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거의)맞습니다.

6) 그러면 뭘 하라는거냐

며칠전 기사에는 "불법홀덤장 손님 41명 검거"가 보도되었습니다.

제가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높은 확률로 현장에서는 "맞다이 까자 개새끼들아"따위의 언성이 오고갔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경찰이 손님을 모두 검거하는것은 수사전략으로도 비효율이며, 손님을 많이 검거한다 하여 특별히 실적에 유리한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무모한 용기는 불입건으로 지나갈 사안에서 스스로를 피의자로 만들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현행범 체포와 1박2일 유치장 구금이라는 낯선 경험까지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대응은 적절한 상황판단에서 나옵니다. 제가 쓴 글은 다수의 추측과 다수의 뜬소문을 포함하고 있지만, 많은 내용은 경험을 통한 것이기에 상황파악에 필요한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업주의 경우,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판단을 해야 합니다.

"프랜차이즈 대표의 말을 믿었으니 문제없다", "플랫폼사가 이건 문제없다더라", "내가 이걸 5년했는데 끄떡없었다", "우리동네 형사팀장이랑 어저께도 밥도 먹고 다 했으니 괜찮다". 지금은 모두 의지할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간 해왔던 방식이 그런대로 합법적인 테두리에 있었다"라고 판단한다면 "왜?"라는 의문을 한번쯤 가져보아야 합니다. 카톡방, 플랫폼과 같이 세 시간만 주면 조사할 수 있는 정보를 근거로 할 때 "내 업장은 문제없다고 스스로 얘기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재검증을 해보아야 합니다.

제복입은 사람들과 야상입은 험상궂은 공무원들이 "다 접어 이새끼들아"를 외칠때, 과연 무슨말로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논거는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통상 단속이 이루어지는 주말 대회, 새벽시간에 출동해 주는 변호사는 없습니다. 현장 손님 중 변호사가 있다하더라도 당신을 변호해주지는 않을겁니다.

7) 맺음말 : 지나가는 비, 또는 대홍수

2018년경 홀덤펍 업주님들을 모아 사행성 방지교육을 하며 이런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몇년 안에 홀덤펍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이루어 질텐데, 사행성의 정도가 짙고 문제가 드러나는 업체부터 단속대상이 됩니다. 사행성이 적은 업체는 살아남을 여지가 있지만 돈을 벌기는 힘들겁니다."

대홍수가 나면 강가에 있는 마을부터 침수되고 고지대만 살아남습니다. 반면 '지나가는 비'라면 적당히 쓸려나간 후 다시 원래의 시장으로 돌아갈 겁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지금의 단속이 대홍수일지, 지나가는 비일지는 끝나기 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도 모르고 경찰청장도 모를겁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지금의 시기를 거쳐가면서 "정상적인 홀덤게임"의 범위가 어느정도 형성되고 업주도, 플레이어도 "이건 도박이 아니다"라고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어느 범위에서의 홀덤사업은 양지에 남겨질 것이고 사행성을 최대한 배제한 형태의 그 어떤 모델이 새로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모델을 플레이어들이 선택할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그것도 아니고 "홀덤은 스포츠긴 개뿔 죄다 도박이다."가 결론이 될지도 모릅니다. 결론이 그러하다면 "오늘 당장 다 폐업하고 도망가세요"가 정확한 조언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럴 수 없는 경우라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상하고, 국가권력과의 무모한 싸움이 아닌 명확한 상황파악을 기초로 최대한 덜 다치는 방향을 선택을 해야 합니다.

오프 토너를 다니시는 분이 오늘밤 단속현장을 마주할 확률은 에어라인을 들게 될 확률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이것은 팩트이고 정보입니다.

이 글이 무슨 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황과 긴장이 이성을 마비시키는 단속현장에서 각자가 조금이라도 나은 판단을 하는 정보 정도는 될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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