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여름이 되고, 뱅크는 파산이라 불현듯 미뤄왔던 포커인생 아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4년 여름, 인도네시아 앞바다의 어느 해상 카지노, 한 남자가 바카라 테이블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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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1 13:10:24

어느새 한여름이 되고, 뱅크는 파산이라 불현듯 미뤄왔던 포커인생 아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4년 여름, 인도네시아 앞바다의 어느 해상 카지노, 한 남자가 바카라 테이블 뒤를 기웃거린다

 

손에는 10달러 짜리 칩 하나, 테이블은 6번째 뱅커줄이 내려오며 활기를 얻지만 그는 함께하지 못한다

 

내가 가면 줄이 끊기지 않을까 이걸로 살아나야 하는데

 

머뭇거리던 그의 뒤에서 익숙한 시선이 느껴진다 익숙하지만 왠지 슬픈 시선

 

어머니.

 

서로간의 정적을 깬 건 그의 눈물보다 앞선 어머니의 한 마디

 

다 괜찮다 괜찮으니 돌아가자 새로 시작하는거야

 

 어머니는 그의 손에 진한 가죽 냄새 풍기는 주황색 지갑을 쥐어주며 말하고 그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몇 달도 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직장 월급으로 강원랜드에서 다시 비상을 꿈꾼다 -  하룻밤 큰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기에

 

5번의 정선여행으로 이긴 돈을 하루에 모두 날리고 더 날린 후에야 그는 출입금지를 신청한다

 

이제 뭘 하지

 

어떡하지

 

난 큰 돈을 벌고 싶은데

 

그의 눈을 사로잡은 글

 

강남 오프 홀덤 블라인드 2천 5천, 5천 만 식음료 무료 예쁜 딜러와 편안한 분위기에서 함께하세요

 

대학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기억은 그의 발길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이거 차비에요 좀만 더 하면 잘 할 거 같은데 원래 처음엔 어려운 게임이에요"

 

차비처리로 받은 30만원은 그의 승부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2015년 봄 그의 홀덤인생은 시작되었다

 

이따금 있는 큰 승리는 여러번의 패배를 잊게 해주기에 충분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블라인드 억지로 끌어모은 뱅크롤은 결국 빚이라는 결과만 낳게 되었고

 

그 상태에 이르는 동안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 애인 친구 부모님의 신뢰

 

괜찮아 나아지는 중이야 배워가는 거라며 끊임없이 자위했지만 나아지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험과 시간은 배반하지 않는 법

 

시간이 지나고 블라인드를 낮춘 그의 승률은 갈수록 나아졌고 2017년에는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보는 사람들, 이곳저곳에서 게임을 하며 알게 된 사람들은 조금씩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떄론 그에게 투자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어쩔 수 없는 도박중독환자

 

조금만 다운스윙이 오면 드로우벳, 수딧커넥터 3-벳, 패배리딩 콜 (졌다 콜 보다 더 구체적으로 상대 핸드 리딩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콜), 상대핸드 무시 빅 블러프, 꽂혀서 넘겨먹으려는 플레이, 로스컷의 부재 등이 녹은 메론바에 날파리떼 마냥 꼬였다

 

열리지만 않으면 진짜 잘할텐데라는 말은 널 좋아하는데 지금은 누굴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말처럼 공허하게 들렸고

 

더 빠르게 더 크게 더 많이 이기고 싶은 그의 열망은 항상 그를 파산으로 내몰았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만 그 문제를 고칠 마음의 여유는 항상 없었다

 

다 빠르게 더 크게 더 많이 이겨야 하는데 지면 어떡하니

 

인정받길 원하는 어린아이 처럼 패배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그를 졸졸 따라다녔다

 

결과는 우상향 후 파산 우상향후 파산 위 아래 위위 아래

 

이제 그는 그만하려 한다

 

이제는 승리에의 집착이라는 올가미에서 벗어나려 한다 

 

널 사랑하니까 헤어지는거야 라는 개소리가 이해되려 한다

 

그 동안 고통받았던 적도 있지만 행복했던 적도 많았다

 

돈을 벌어서만은 아니었다

 

한 가지 일에 진정한 열정을 가져 본 게 처음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홀덤은 누군가와 소리 높여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얘기하고, 오늘 이건 정말 잘했지 하며 혼자 자랑스러운 미소를 짓게 하고, 누군가의 고민 해결에 도움을 주고

 

큰 꿈을 가지게 하고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해준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웃할 시간이다

 

인생의 타임콜은 이미 한참 지난듯 하다

 

언젠가 내가 홀덤 앞에 당당할 수 있게, 내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으며 홀덤이 아니라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을 때 돌아오려 한다

 

너희도 그럴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I wish +ev for everyone forever and 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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