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이 여기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range에 대해 생각하기"의 연장선 쯤에 놓여있는 주제가 하나 있어서 여기에 대해서 써보려고 해.

그 주제는 바로 3-bet이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큰 실수를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스택 사이즈 때문에 3-bet dynamic은 싯앤고/토너먼트와 캐시에서 각각 다른 모습을 띠지만,

그래도 그 배경에 깔린 아이디어는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별 구별없이 써볼게.

다들 알겠지만, 3-bet이라는 건 흔히 말하는 "리레이즈"에 해당하는 거야.

스몰/빅 블라인드를 포스팅하고 누군가 레이즈를 했는데, 여기에 대고 리레이즈를 하는 게 3번째 bet이라거 3-bet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지.

그럼 여기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야.

1) 3-bet은 왜 하는 걸까?

2) 어떤 상대에게 하는 게 좋을까?

3) 어떤 핸드로 하는 게 좋으며, 4-bet을 맞으면 이 각각의 핸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4) 3-bet을 콜 당하고 플랍이 뜨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없이 많겠지만, 나는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니까 일단은 이 정도만 다루어 보기로 하자.

1) 3-bet은 왜 하는 걸까?

포커에서의 모든 결정이 그렇듯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야.

a) bluff로서의 3-bet: 상대가 3-bet에 폴드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내 핸드가 별로라도 지금 당장 팟을 먹기 위해서 하는 것.

b) value로서의 3-bet: 내 핸드가 너무 좋아서 그냥 콜을 하는 것보다는 3-bet으로 팟을 키우고 싶은 것.

물론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예를 들어 "요즘엔 87s 같은 핸드로 3-bet을 많이 하는데, 이건 a)야 b)야? 둘다 아니고 사실 semi-bluff 아님?"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겠지. 

글쎄, 이건 뒤에서 더 얘기를 하겠지만, 사실 87s로 3-bet을 하는 건 엄밀하게 말하면 a)에 가까워.

아무리 87s는 플랍을 잘 띄울 포텐셜이 있다고 주장을 한들, 결국은 8 high잖아? 

아무튼 요약을 하자면, 3-bet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야.

내 핸드가 별로지만 상대가 3-bet에 폴드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면, 팟에 깔린 돈을 먹기 위해 하는 bluff 3-bet이 있고,

아니면 내 핸드가 좋기 때문에 팟을 키우기 위해서 하는 value 3-bet이 있지.

2) 그렇다면 어떤 상대에게 하는 게 좋을까?

음, 여기에서 "어떤 상대"라는 판단을 내릴 때 제일 중요한 건 

당연한 얘기지만 상대가 3-bet에 어떻게 대응을 하는지야.

플랍에서 c-bet을 하는지, 리버에서 블러핑을 하는지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구 (물론 연관성은 있겠지만).

뭐, 어렵게 생각할 건 없어.

상대가 3-bet에 자주 폴드를 한다면 a)에서처럼 bluff 3-bet을 자주 하는 게 +ev가 되겠지? 

어차피 내가 3-bet을 할 때 상대가 자주 죽는다면 사실 내 핸드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니까.

그와는 반대로 상대가 내 3-bet에 거의 폴드를 하지 않는다면 a)의 비율은 줄이는 게 좋겠지 (사실은 postflop에 대해서 더 생각을 해봐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야).

그 대신 value 3-bet의 range는 더 넓혀가면 되는 거고.

예를 들어 보통 사람들에게 99+ AJ+ KQ로 3-bet을 했다고 치면, 

이런 애들을 상대로는 88+ AT+ KJ+으로 3-bet을 하는 식으로 range를 넓힐 수 있는 거야.

그 이유는 물론, 상대편의 3-bet calling range가 보다 약해지기 때문이지. 

그런데 여기에서 하나 더 생각을 해볼 게 있어.

3-bet에 좀처럼 폴드를 하지 않는 상대편의 경우,

3-bet을 콜하고 플랍이 떴을 때 어떻게 대응을 하는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해.

만약 3-bet에는 잘 죽지 않는데 플랍 c-bet에는 거의 다 죽는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걸까?

더 넓은 range로 3-bet을 하고, 플랍 텍스쳐랑 상관없이 c-bet을 하는게 +ev겠지.

그런데 만약 3-bet을 자주 콜하고 플랍 c-bet도 자주 콜하면 (즉, float을 많이 하면)

이 때는 3-bet range를 훨씬 좁히고 들어가야 해. 

포커에서 oop 플레이는 그 자체로 어려울 뿐더러, 3-bet 때문에 커진 팟에서는 더욱 더 그렇거든.

3) 그럼 어떤 핸드로 3-bet을 해야 하지?

아마 이 질문이 제일 어렵고, 의견도 분분하고 또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

자, 그럼 위에서 말한 대로 몇 가지의 분류를 제시해 볼게.

a) value hand: 99+, AQ+, KQ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 핸드들로 3-bet을 하는 건 다들 끄덕끄덕 할 거야.

물론 어떤 사람들은 "어 나는 99나 AQ는 그냥 flat 하는데?" 라거나 

"나는 88이랑 AJ도 3-bet하는데?"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하나의 예시를 보인 거야 나는.

이 핸드들로 3-bet을 하는 이유는 간단해.

내 핸드가 꽤 좋고, 상대편의 opening range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팟을 키우려고 하는 거지.

b) bluff hand

그런데 3-bet을 정말 헷갈리게 (그리고 어렵게) 만드는 부분은 바로 이 bluff 3-bet range야.

자, 먼저 bluff 3-bet range가 왜 필요한지 생각을 해 보자. 이건 정말 중요한 부분이야.

우리가 value hand로만 3-bet을 한다면, 그리고 상대편이 이걸 알아차리고 여기에 맞게 adjust를 한다면

우리는 좀처럼 +ev play를 하기가 어려워질 거야. 

포커는 사실 상대편이 나를 예측할 수 없도록 하는 게 전부잖아? 

그러니까 value hand뿐 아니라, bluff hand를 3-bet range에 섞어 넣는 거야.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AA를 들었을 때나, 93o를 들었을 때나 똑같은 sizing으로 3-bet을 한다면 

그리고 그 빈도를 잘 섞는다면 상대편은 우리가 AA를 들었는지 93o를 들었는지 알 수가 없을 테니까.

그럼 좋아. bluff range를 섞어넣는 건 좋은데, 어떤 핸드들을 넣어야 할까?

93o 같은 핸드를 잔뜩 넣어도 될까? 아니면 이건 좀 오버인가? 

87s 같은 핸드들은 어떨까? 왠지 플랍을 잘 맞추면 stack off하기 쉽다고 하던데.

66 같은 미들 페어들은? 

뭐 이렇게 수도 없이 많은 질문들을 사람들이 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을 거야.

여기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자면,

"(value range를 제외하고) flat할 수 있는 핸드들은 남겨두고, 그렇지 않은 핸드들을 3-bet range에 넣어라"는 거야.

그러니까 calling range랑 3-bet range가 가능하면 서로 겹치지 않게 하라는 거지.

87s로 3-bet을 하는 게 semi bluff라고 하는 이유는, 사실 이 핸드는 아무런 문제없이 flat할 수 있기 때문이야. 

flat할 수 있는 핸드로 3-bet을 하는 건 완전 bluff는 아니니까 semi bluff라고 하는 거지.

이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데 나는 50-50 정도로 혼합하는 걸 추천해.

그렇다면 flat할 수 없는 핸드들인데 3-bet하면 좋은 핸드들은 어떻게 있을까?

제일 좋은 예는 K5s, Q4s 같은 big-small suited cards야.

음, 일단 이 핸드들로 raise를 그냥 call하는 건 -ev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다들 알 거야. 

K나 Q가 떠도 키커가 낮으니까 도미네이션 때문에 작은 팟을 따거나 큰 팟을 잃기 쉬우니까.

근데 이걸로 3-bet을 하고 상대가 콜을 한다면 얘기가 달라져.

그 이유는 좀 복잡해서 전부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하나를 들자면 우리를 도미네잇 하는 핸드들을 폴드시킬 수 있다는 거야. 

만약 상대가 K8o로 raise를 했는데 우리가 K5s로 3-bet을 한다면, 어지간한 애들은 폴드를 하겠지?

도미네잇 당하는 상태에서 폴드를 시켰으니, 이건 그 자체로 +ev가 되는 거지.

그리고 또 하나는, 상대가 콜을 했을 경우에도 우리는 많은 종류의 flop을 rep할 수 있다는 거야.

많은 사람들의 3-bet range에서는 Ax가 큰 비중을 차지해.

그러니까 우리가 K5s로 3-bet을 하고, A94r 같은 플랍이 뜬다면 c-bet으로 팟을 먹을 가능성이 꽤 커.

그리고 K86 같은 플랍에서 K를 맞출 가능성도 있겠지.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경우에는 상대편의 3-bet calling range에 Kx가 그리 많지 않다는 거야. K8o 같은 핸드들은 폴드를 주로 할 테니까..

또 물론 투페어나 flush draw를 플랍에서 hit할 가능성도 있고. 

특히 flush draw 같은 경우 K는 대부분 오버카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equity가 무시무시해져.

이런 이유들 때문에, AJs보다는 K5s로 3-bet을 하는 쪽이 더 이익이 되는 경우가 많아. 

왜냐면 더 넓은 종류의 flop에서 +ev가 되는 c-bet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글이나 댓글로 더 설명을 해 보기로 하고..

c) 그렇다면 이 핸드들로 4-bet을 맞았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음, 먼저 b)의 경우는 쉬워.  K5s 같은 핸드는 4-bet을 맞으면 그냥 꺾으면 되는 거지 (4-bet이 너무 작아서 odd가 나온다면 제외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a)의 경우가 어려운데, 이 경우 상대편의 4-bet range에 대해 생각을 해 봐야 해.

일부 핸드는 3-bet/fold range에 들어갈 거고, 나머지 핸드들은 3-bet/shove range에 들어갈 수 있겠지. 

허드 stat을 참고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야.

4) 플랍이 뜨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건 대충 위에서 설명을 한 것 같으므로 일단은 패스..

다음 글에서 더 써보기로 하겠음.

글이 좀 길어진 것 같다. 원래는 polarized / merged range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이건 다음 글로 넘겨야겠어.

요약을 대충 하자면,

3-bet을 하는 이유는 value와 bluff로 크게 나눌 수 있고, 

따라서 87s 같이 flat할 수 있는 핸드는 꼭 3-bet에 넣을 필요는 없다는 거야.

value 3-bet range는 개인적인 차이가 있어도 크게 보면 비슷할 테고,

bluff 3-bet range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K5s Q6s 같은 핸드들을 넣는 게 profitable하고. 

그 이유는 플랍이 떴을 때 더 넓은 범위를 rep하고, hit할 수 있다는 점이지. 

(Axx flop을 rep할 수 있다면 A가 핸드에 없는 게 있는 것보다 더 좋지 않겠어?)

그런데 글을 맺기 전에 하나 덧붙이자면,

 3-bet을 꼭 자주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거야.

이건 싯앤고나 토너먼트 플레이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지만, 캐시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야.

3-bet을 한다는 건 일단 팟을 키우는 걸 의미해.

그런데 내가 oop에 있다면 팟이 커질수록 불리해지게 되지. 이건 스킬과 상관없이 어쩔 수 없는 거야.

물론 많은 플레이어들은 3-bet pot에서 약점을 보이거나 큰 실수를 해.

그치만 3-bet을 하지 않은 팟에서도 그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실수를 하지.

그러니까 상대편이랑 상관없이 "아, 나는 무조건 3-bet을 20% 정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실수야.

포커라는 게 뭐야. 상대편에게 adjust해서 가장 +ev가 되는 라인을 생각하는 거지?

상대편이 3-bet 팟에서 *제일* 실수를 많이 한다면 무조건 3-bet을 자주 만드는 게 좋은 거지만,

그게 아니라 일반 팟에서 턴/리버 실수를 엄청 많이 한다고 하면 그런 상황을 자주 만드는 게 필요하지.